“대상포진을 빨리 치료하지 않으면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일본 내과전문의 니시자키 오사무 원장은 이렇게 조언했다. 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한다. 이 바이러스는 한번 우리 몸에 들어오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 있게 된다. 즉 바이러스가 잠복 상태로 있다가 스트레스, 면역저하, 피로 등의 요인으로 활성화되면서 대상포진을 일으키는 것이다.
통증으로 악명 높은 대상포진. 50세 이상이라면 백신 예방접종도 고려해볼 만하다. 일요신문DB
대상포진에 걸리면 처음에는 몸의 한쪽 부위에 통증이 나타난다. 이후 붉은 반점과 여러 개의 물집이 띠 모양으로 무리지어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물집은 시간이 지나면 딱지로 변하는데, 딱지가 떨어지고 회복되기까지 최소 2주 정도가 소요된다.
문제는 통증이 계속 심해진다는 데 있다. 통증의 느낌은 사람마다 달라서 ‘수십 개의 바늘로 쿡쿡 찌르는 듯하다’ ‘전기가 오르는 것 같이 찌릿찌릿하다’ ‘망치로 얻어맞은 것처럼 아프다’ 등 갖가지로 표현되곤 한다. 또 감각신경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발병한다는 것도 대상포진의 특징이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나타날 수 있지만, 주로 가슴 부위를 비롯해 얼굴과 팔다리 순으로 많이 생긴다.
수포가 올라오지 않는 초기에는 다른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다. 근육통, 발열 등의 증상 때문에 감기나 편두통, 허리디스크로 착각할 수 있는 것. 아울러 피부에 생긴 물집을 알레르기, 혹은 벌레에 물린 것으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기도 한다. 오사무 원장은 “이로 인해 치료시기를 놓쳐 증세가 악화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대상포진이 극심한 통증을 동반하는 이유는 신경계에 염증이 생겨서다. 조기에 치료하면 별다른 후유증 없이 나을 수 있지만, 시기를 놓치면 심한 통증으로 오랫동안 고통 받기도 한다. 계속 방치할 경우 바이러스가 신경계를 공격해 신경손상 및 변성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피부증상이 나아지더라도 신경통이 남을 수 있다. 이른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의학적으로는 3개월 이상 통증이 지속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길게는 10년 가까이 통증이 지속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문가들에 따르면 “치료 시작이 늦을수록, 연령대가 높을수록 신경통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니, 무엇보다 조기치료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발병 부위가 넓은 만큼 대상포진은 합병증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피부과 전문의 마쓰오 고마 원장은 다음과 같이 주의를 촉구했다. “대상포진이 배에 발생하면 한쪽 복근 마비, 대장 움직임 저하, 복부 팽만을 일으킬 수 있다. 엉덩이 부위에 생긴 대상포진은 방광의 신경을 마비시켜 소변을 못 볼 수 있으며, 변비가 오기도 한다. 또한 귀 근처에서 발병하면 현기증이나 난청, 안면마비가 동반되는 ‘람세이헌트증후군’을, 눈 주변의 경우 홍채염이나 각막염 같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증상이 보이면 빨리 치료해야 한다.”
#50세 이상은 예방접종 권장
그렇다면 대상포진을 예방하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좋은 방법은 면역력을 유지하는 것이다.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게 풍부한 영양섭취와 충분한 수면이 필수. 더불어 과로와 스트레스는 최대한 줄여야 한다. 식품으로는 녹황색채소와 과일, 된장, 버섯류 등이 면역력 강화에 좋다. 또 50세 이상이라면 백신 예방접종도 고려해볼 만하다. 100% 예방은 불가능하지만, 발병률이 51% 감소하고 합병증 유발률도 66%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설령 대상포진에 걸리더라도 훨씬 가볍게 앓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기치료가 매우 중요
대상포진 치료는 어떻게 할까. 바이러스질환인 만큼, 기본 치료는 항바이러스제 투여다. 빠를수록 좋은데, 발진 발생 후 72시간 안에 투여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따끔따끔한 통증과 함께 붉은 발진이 나타나면 가능한 빨리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으라”고 조언한다. 참고로 대상포진이 몸의 양쪽에 생기는 건 극히 드물다. 대개는 좌우 어느 한쪽에만 통증과 띠 모양의 수포가 발생한다. 의심 증상이 있다면 정확한 진찰을 받아보는 것이 최선이다.
강윤화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
대상포진 걸리기 쉬운 사람은? 50대 이상 워커홀릭 요주의! 대상포진은 대부분의 성인에게서 발병할 수 있는 질환이다. 연구에 따르면 “성인의 90% 이상이 수두 바이러스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수두 바이러스는 한번 감염되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오랜 기간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저하될 때 다시 활성화되면서 우리 몸 곳곳에 있는 신경을 공격한다. 특히 스트레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일이 바빠서 쉴 수 없는 상태라면 요주의다. 도쿄테이신병원의 에도 다카시 부원장은 ‘대상포진에 걸리기 쉬운 유형’을 다음과 같이 분류했다. ①50세 이상 ②과로나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사람 ③당뇨병 같은 지병으로 면역기능이 저하된 사람 등이다. 다카시 부원장은 “연령별로는 50~70대의 환자가 가장 많다”며 “건강을 자부하고 있더라도 노화에 의해 면역기능이 조금씩 떨어질 수 있으므로 고령층은 대상포진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영국의 한 종합병원이 대상포진 환자들을 분석한 결과도 나와 있다. 자료에 의하면, 남성보다 여성 환자 발병률이 6 대 4 비율로 높았다. 일본에서도 1997년부터 2014년까지 대상포진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역학조사가 이뤄졌다. 그 결과 “남성에 비해 여성 환자가 많았으며, 겨울보다는 여름철에 대상포진 환자가 증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