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금감원)에 따르면 보험사들의 전속설계사 수는 대부분 줄었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국내 생명보험사와 외국 생명보험사 모두 전속설계사가 감소했다. 삼성생명의 전속설계사는 지난해 말 기준 2만 3661명으로 전년 대비 7.2%(1858명) 줄었고, 한화생명과 교보생명도 각각 7.3%(1401명), 11.0%(1922명) 이탈했다.
메리츠화재로 설계사들이 몰리면서 다른 보험사들이 긴장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메리츠타워. 박정훈 기자
손해보험사의 경우에도 한화손해보험과 더케이손해보험을 제외한 손보사 모두 전속설계사가 감소했다. 삼성화재의 전속설계사 수는 같은 기간 1만 8529명으로 전년 대비 2.2%(436명) 줄어들었고,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도 각각 8.1%(930명), 2.0%(268명) 감소했다. 이밖에 KB손해보험도 8333명에서 7914명으로 5.0%(419명) 줄었다.
보험사의 전속설계사 이탈이 심화되는 이유는 GA로 이동이 가장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GA의 경우 전속 설계사에 비해 상품을 판매할 때마다 받는 수수료가 많다. 이에 많은 설계사들이 보험사를 떠나 GA로 이동하는 추세다.
그런데 유독 메리츠화재에서는 정반대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1년 사이 설계사들이 무려 3000명 가까이 늘어난 것. 지난해 12월 말 메리츠화재의 전속설계사 숫자는 1만 6505명으로 전년 1만 3667명보다 20.7%(2838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리츠화재의 전속설계사는 2018년 3월 말 1만 3965명, 6월 말 1만 4409명, 9월 말 1만 5244명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였다.
메리츠화재는 영업 호조 등으로 설계사 채용이 잘 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메리츠화재가 GA와 유사한 수수료 체계를 갖추고 있고, 상대적으로 쉽게 보험 판매 자격증을 부여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메리츠화재는 600~700%에 달하는 과감한 수수료 마케팅을 통해 실적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판매 수수료를 과도하게 산정했다는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경영 유의사항 및 개선조치를 받을 정도였다. 보험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메리츠화재는 설계사들에게 초회수수료를 몰아주는 방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이런 수수료 지급방식은 사실상 GA와 다를 바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메리츠화재는 영업이 호조를 띠면서 설계사 채용도 순조로웠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설계사를 잘 대우하니 영업이 잘되고, 영업이 잘되니 메리츠에서 일하겠다는 설계사들이 늘고, 이는 다시 영업호조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진 것”이라면서 “사람이 재산인 보험영업의 본질에 충실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른 보험사들은 인력이탈을 막기 위해 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DB손해보험의 경우 2월부터 전속설계사의 판매수수료를 타사보다 빨리, 더 많이 주기로 했다. DB손해보험은 판매수수료 선 지급 비중을 기존 40%에서 55%로 늘렸다. 수수료 체계도 개편했다. 기존에는 같은 보험상품을 팔더라도 보험사에 도움이 되는 상품을 판매하거나 더 많은 실적을 올린 설계사에게 수수료를 더 줬지만 개편을 통해 수수료 지급률을 통일했다.
현대해상은 좀 더 파격적인 방법을 시도 중이다. 현대해상은 정규직 직원이 아닌 전속설계사들에게도 복지카드인 ‘하이페이(HiPay)’ 카드를 지급하기 시작했다. 활동량에 따라 포인트를 차등 지급해 현금처럼 쓸 수 있다. 기본으로 1만 5000포인트를 채워주고, 실적과 활동량에 따라 추가로 포인트를 차등 지급한다. 포인트는 현금처럼 카페, 서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설계사들은 이 포인트를 고객들과 미팅을 하거나 작은 선물을 할 때 쓰는 것으로 전해진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는 이달 장기보장성 보험 신계약 보험료가 30만 원 이상인 GA설계사에게 소비자가격 398만 원에 달하는 안마의자와 현금 중 원하는 유형을 선택해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이색적인 제도를 도입했다. 메리츠로 쏠리는 인력을 아예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GA로 돌려보려는 고육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당근을 제시하는 보험사들이 있는가 하면 채찍을 드는 사례도 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 전속·독립대리점(GA) 소속 설계사 115명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보험사 갑질을 막아달라”며 민원을 제기했다. 보험설계사의 3년 내 이직 횟수 제한, 이직할 경우 보험 판매에 필요한 영업코드를 발급해주지 않는 행위, 설계사가 판매한 보험의 손해율이 높을 때 코드를 막는 등의 제재가 불합리하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