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 결승을 확정을 기념하는 손흥민. 사진=UEFA 챔피언스리그 트위터
[일요신문] 최고의 마무리를 위한 판은 깔렸다. ‘슈퍼쏜’ 손흥민의 발끝에 모두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손흥민이 소속팀 토트넘 핫스퍼와 함께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한국인으로선 박지성에 이어 역대 두 번째 업적이다.
#한국인 역대 두 번째 챔스 결승행
4월 30일 열린 아약스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손흥민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봐야 했다. 팀의 주포 해리 케인(부상)과 손흥민(경고 누적 징계)이 모두 빠진 토트넘은 0-1로 홈구장인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에서 무릎을 꿇었다. 손흥민이 빠진 토트넘은 무딘 공격력을 보이며 무너졌다.
손흥민은 아약스와의 2차전에 다시 선발로 복귀했다. 케인이 부상에서 복귀하지 못한 가운데 루카스 모우라와 함께 공격진을 형성했다. 손흥민은 경기 내내 빠른 돌파와 크로스로 상대를 위협했다.
하지만 1차전 패배의 악몽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토트넘은 경기 초반부터 골을 내주며 끌려갔고,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점수차는 0-2로 벌어졌다.
후반전부터 극적인 드라마가 펼쳐졌다. 2골차로 뒤지는 상황,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토트넘 감독은 미드필더 빅터 완야마를 빼고 최전방 공격수 페르난도 요렌테를 투입했다. 경기를 따라잡기 위해 꺼내든 공격적인 교체카드였다. 그간 손흥민과 좋은 호흡을 보였던 요렌테였기에 기대감은 커졌다.
요렌테 카드는 먹혀 들었다. 손흥민에게만 쏠리던 아약스 수비가 요렌테에게도 분산됐고 자연스레 모우라 쪽에서 공간이 났다. 후반 초반 2골을 몰아치며 가능성을 이어갔다. 토트넘은 끊임없이 골문을 두드렸다. 손흥민은 정규시간 종료 약 3분을 남기고 골대를 스치는 위협적인 슈팅을 날리기도 했다.
결국 이날의 영웅 모우라가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까지 뽑아냈다. 토트넘의 결승행이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험난했던 손흥민의 2018-2019 시즌
손흥민은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한 시즌을 보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그는 곧장 대표팀으로 합류해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치렀다. 팀의 막내로 나섰던 4년 전과 달리 주축으로 성장한 손흥민이었다. 마지막 독일전에서 승리했지만 첫 2경기에서 연패하며 16강에 오르지 못해 누구보다 마음고생이 심했다.
시즌 준비로 소속팀에 잠시 복귀했던 그는 8월 중순 인도네시아로 향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해서다. 23세 이하 선수들이 주축이 된 팀에서 주장을 맡은 그는 동생들을 이끌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병역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게 된 것은 덤이었다.
아시안게임 이후 소속팀으로 복귀한 손흥민. 그는 잉글랜드까지 금메달을 챙겨갔다. 사진=토트넘 핫스퍼 트위터
포체티노 감독은 이 기간 손흥민을 아꼈다. 10월에는 리그에서 2경기 연속 벤치에 앉혀 두며 시간을 주기도 했다.
체력을 되찾은 손흥민은 11월 열린 13라운드 첼시전부터 골을 기록하며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이어진 12월 리그 7경기에서만 6골을 넣으며 맹활약했다.
올해 1월엔 2019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 참가를 위해 카타르로 향했다. 토트넘 현지 팬들은 또 다시 대표팀에 합류해 강행군을 이어갈 그의 체력을 우려했다. 대회에서 조기에 탈락한 손흥민은 소속팀에 복귀해 3경기 연속골로 화답했다.
이후 3월 잠시 주춤하던 손흥민은 4월 들어 챔피언스리그에서 다시 한 번 날아 올랐다. 8강에서 만난 ‘난적’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1, 2차전 합계 3골을 넣으며 팀의 4강행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와 맞섰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연합뉴스
지난 2017-2018 시즌 토트넘에서 모든 대회를 통틀어 53경기에서 18골 11도움을 기록, 팀의 간판스타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시즌 더욱 발전한 모습(5월 9일 현재 47경기 20골 10도움)으로 이제는 리그 최고 공격수 반열에 올랐다. 현재 활약 중인 잉글랜드뿐만 아니라 유럽의 다른 축구 강국에서도 주목하는 인물이 됐다.
성공적인 시즌을 이어온 손흥민은 시즌 막판 위기를 맞았다. 지난 4일 열린 리그 37라운드 본머스와의 경기에서 퇴장을 당한 것이다. 상대의 집요하고 거친 견제에 감정을 참지 못하고 드러내 레드카드를 받았다. 그의 프리미어리그 경력 첫 퇴장이었다. 프로생활 전체를 돌아봐도 이전까지 레버쿠젠 시절 독일 컵대회에서 퇴장이 전부였다.
이에 홈에서 열리는 시즌 마지막 홈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됐다. 이미 앞서 아약스와의 1차전 패배를 관중석에서 지켜봐야 했던 손흥민으로선 아쉬움이 클 수밖에 없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탈락한다면 허탈하게 리그를 마무리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4강 2차전에서의 분전으로 자신이 뛸 경기를 1경기 늘리게 됐다. 이번 시즌 손흥민의 마지막 경기는 대망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됐다.
이번 시즌 신축 홈구장인 토트넘 핫스퍼 스타디움 개장경기에서 손흥민은 첫 골을 넣으며 구단 역사에 이름을 새긴 바 있다. 오는 6월 2일 열릴 챔피언스리그 결승 또한 토트넘으로선 처음 경험하는 사건이다. 손흥민이 이번엔 어떤 역사를 남길지 벌써부터 팬들의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