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의 첫날 협상이 종료됐다. 사진=연합뉴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이 이끄는 미측 대표단과 류허 부총리를 단장으로 하는 중국 측 대표단은 9일(현지시간) 오후 5시께부터 워싱턴 USTR 청사에서 협상을 진행했다.
미중은 이날 중 합의 또는 협상 결렬 등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다만 미국은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예고대로 10일 오전 0시 1분(현지시간)부터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하는 조치를 단행한다.
미 세관국경보호국은 이날 홈페이지에 관세인상 조치를 예고하면서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제품의 5700개 카테고리가 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휴대전화와 컴퓨터, 의류, 장난감 등 소비재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은 인상된 관세의 적용 시기에 일종의 유예기간을 두면서 협상 지속을 위한 시간을 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 대변인이 10일 오전 0시 1분 이전에 미국을 향해 출발한 중국 화물에 대해서는 기존대로 10%의 관세를 적용한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10일 오전 0시 1분 이후에 미국으로 출발하는 중국 화물부터 25%의 관세를 적용하겠는 것으로, 인상된 세율로 관세를 실제 징수하기까지는 시차가 생긴다. 10일 오전 0시 1분 이후 출발하는 중국 화물이 미국에 도착할 때까지 관세 인상 효과를 지연시킴으로써 중국과의 협상 시간을 벌겠다는 미국 측의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항공편 화물의 경우라도 중국에서 미국까지 10여 시간이 걸리고 선박편은 장기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그만큼 실제 관세 부과 시점이 늦춰지는 것이다. 미국이 협상 중에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을 단행하면서도 적용을 유예하면서 시간을 버는, 대중 압박을 위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P통신은 이에 대해 “미 행정부가 협상을 위해 약간의 시간을 벌었다”고 평가했다. 골드만삭스도 이날 보고서에서 “몇 주간 지속되는 ‘비공식적인 창’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면서 “(이를 통해) 협상을 지속할 수 있고 합의를 위한 ‘유연한’ 시한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양측에 합의를 위한 추가적인 시간을 제공한다”면서 합의가 이뤄지면 트럼프 대통령은 소급해서 인상된 관세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관세 인상을 단행하면 보복하겠다고 밝힌 중국의 선택이 주목된다. 미중간 최종담판을 앞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서 외교로 반전을 노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으로부터 “아름다운 친서를 받았다”면서 “아마 전화로 그와 통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 주석이 친서에서 “함께 협력하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보자”는 언급을 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워싱턴DC에서의 합의 가능성에 대해 “그것을 하는 것은 가능하다”며 합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이 관세 인상을 단행하면서도 적용 시기를 늦춰 시간을 벌었지만 미중 무역전쟁이 일단 확대, 연장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충격파를 안길 것으로 관측된다.
또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실물경제에도 영향을 미쳐 글로벌 경기 둔화 및 침체 우려가 다시 크게 부각될 것으로 전망된다. 자칫 미중이 대화 모멘텀을 잃을 경우 충격파는 더욱 커질 수 있다.
한편, AFP통신에 따르면 백악관은 9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첫날 협상을 마친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과 만나 내일 아침 협상을 계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