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에 대한 수사는 한 소녀의 친척이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하면서 시작됐다. 수원서부경찰서에 접수된 신고는 A 양이 과도하게 집안일을 하고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담당 수사관은 아동학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더욱 충격적인 범죄를 밝혀냈다. 오랜 시간 아동사건을 담당한 수사관은 혹시 모를 추가 범죄에 대해 조사했고, A 양이 엄마의 내연남에게 수년간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어머니와 내연남의 관계는 10년가량 지속됐다. 엄밀히 말하면 불륜관계다. A 양이 6살이던 무렵 어머니는 옆집에 살던 이 아무개 씨와 불륜관계를 맺었다. 공사현장 등 일용직을 주로 하던 이 씨는 주로 낮에 A 양의 집을 드나들었다. A 양은 이 씨가 친아버지인 줄 알고 있었다. 바로 옆집에는 이 씨의 가족이 살고 있었지만 6세 아이가 어머니의 불륜관계를 제대로 인지하기는 어려웠다. 이후 이 씨 가족은 이사를 갔지만 이 씨는 거의 A 양의 집에서 살다시피 했다.
어머니는 이 씨와의 사이에서 남동생도 낳았다. A 양은 자라며 남동생이 자신과 많이 다르게 생겼다는 점에 의문을 가졌다. 자연스럽게 이 씨가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도 알게 됐다. 그러고 보니 일주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수원역에서 만났던 아저씨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됐다. 바로 그 아저씨가 A 양의 친부였던 것. 지적장애가 있는 아버지는 가정 내에서 역할이 크지는 않았다. 공장에서 일하는 친아버지는 부부관계를 유지하며 A 양과 어머니를 외부에서 가끔 만났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씩이었지만 점차 만나는 횟수가 줄어 한 달에 한두 번 정도가 됐다. 그럼에도 A 양은 그가 친부라는 사실을 모른 채 아저씨라고만 알고 지냈다. 상황이 이런 터라 A 양과 어머니는 이 씨에게 정신적으로 의지했다.
A 양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며 이 씨의 성폭행이 시작됐다. 이 씨는 수차례 A 양을 성폭행했다. 2015~2017년에 걸쳐 성폭행이 이어졌다. 성에 대한 지식이 없던 A 양은 처음에는 자신이 당한 일이 성폭행인지 알지 못했다. 이 씨는 성폭행을 ‘치료’라고 설명하며 A 양에게 강제했다. 말을 듣지 않는다며 수차례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A 양의 어머니는 자신의 내연남이 딸을 성폭행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심지어 내연남과 자신의 성관계 모습을 보여주며 딸에게 “보고 배우라”며 따라하게 시켰다. 또 딸에게 지속적으로 피임약을 먹이고 임신테스트기로 임신 여부를 알아보기도 했다. 내연남의 성범죄를 묵인하는 수준을 넘어서 범죄에 적극 가담한 셈이다.
수사기관도 여론도 A 양의 어머니가 왜 범죄를 저지하지 않았는지 의문을 가졌다. A 양 어머니는 정신적으로 문제가 없고, 부업을 하며 살림을 꾸려왔다. 이 씨에게 특별히 경제적으로 지원을 받거나 하지 않았지만 의지하고 길들여졌다는 게 수사기관의 설명이다.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은 “일반적 상식으로 사건을 들여다보면 안 된다. 이 경우 가족들이 정서적, 정신적으로 가해자 이 씨에게 길들여진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어린 A 양은 성범죄보다 자신이 믿었던 이 씨가 친아버지가 아님을 알게 돼 큰 충격을 받았다고 알려진다. 집에서는 친모로부터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했다. 또래 친구들과 달리 학교를 마치면 바로 부엌일을 도맡아야 했다. 천진난만하게 뛰어놀고 싶던 A 양은 나중에야 자신이 겪은 일이 심각한 성범죄임을 인지했다. 처음 친척에게 자신의 불만을 이야기할 때도 나가 놀지 못하고 집안일을 하는 게 힘들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이 토로가 발단이 돼 친척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고 결국 A 양이 구출됐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김병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A 양 어머니와 이 씨에게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또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및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명령했다.
재판부는 “이 씨는 자신과 A 양이 11살이 될 무렵부터 3년 이상 수차례 간음하는 등 성폭행을 했다”며 “친모는 피해자를 양육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 씨의 범행을 저지하지 못했다. 또 피해자에게 정기적으로 피임약을 먹이고 임신테스트를 시키는 등 범행 묵인 및 방관을 넘어 범행을 용이하게 했다”고 밝혔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