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직후 A 씨의 BMW 520d 차량 상태
차량 화제 관련 뉴스를 지켜보면서도 남일처럼 생각했던 A 씨는 자신의 차가 불길에 휩싸이는 사고를 경험했다. 차량에서 시작된 불은 인근 야산으로 옮겨 붙었고, 급기야 산불 피해까지 냈다. 졸지에 산불을 낸 주범이된 그는 산불피해 배상금도 지불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하지만 BMW 측으로부터 화재 보상과 관련해 ‘중고차 값(약 2400만 원)의 50%’만을 제안 받았다. 이들의 자세는 완강했다. A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도로교통공사 측에 지불해야 할 산불 배상금(1000만 원) 정도에 불과한 금액이라도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난 2017년 9월 경 구매한 A 씨의 차량(2013년 식)이 불길에 휩싸인 것은 지난해 12월 25일이었다. 당시는 BMW 차량 화재가 이미 이슈로 떠오른 이후였고, 국토교통부가 화재 원인에 대해 발표를 하던 즈음이었다.
지인의 부탁을 받고 차량을 빌려줬던 그는 믿기지 않는 연락을 받았다. 충남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달리던 자신의 차량에서 불이 났다는 것이었다.
급히 현장을 찾은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전소된 자신의 차량이었다. 경찰과 소방관들이 출동해 있었고 인근 산이 타버린 상태였다. 다행이 차를 운행했던 지인은 다친 곳이 없었다. A 씨는 “결국 지인이 혼자 차를 탔지만 원래는 가족들과 함께할 계획이었다고 하더라. 혹시라도 일이 잘못됐으면 상상하기 싫은 일이 벌어질 뻔 했다”고 말했다.
사고 이후 한 달여 기간의 조사기간을 거쳐 BMW 측으로부터 결과지를 받았다. 많은 차량들의 화재 원인으로 지적됐던 냉각수 누출은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다. 연료손실의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와 함께 받은 제안에 그는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그는 “BMW 측에서 ‘보상의지는 있다’면서 산불피해에 대한 배상은 어렵다고 하더라. 그러면서 먼저 ‘원하는 보상범위가 얼마냐’고 묻더라. 그냥 나를 떠보려고 한 것 같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화재 사고 논란이 불거지며 이미 안전진단 과정은 거친 상태였다. 지난해 7월 ‘배기가스재순환장치(EGR)’ 점검을 위해 서비스센터에 차량을 입고했다. EGR 이상과 냉각수 누수 흔적이 발견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한 달이 훌쩍 지나 긴급건으로 서비스를 받고 나서야 차량을 받을 수 있었다. 이후 시동 꺼짐 현상이 있어 다시 서비스센터에 들어갔고 ‘이상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첫 제안 이후 2주 정도가 흐르자 BMW 측은 차량의 사고이력을 언급했다. 이에 A 씨는 “범퍼도색 정도를 제외하면 사고는 없었다”면서 “엔진이나 터빈 소음으로 추후 터빈 교환을 진행하기로 센터와 이야기는 됐었다”고 설명했다.
또 다시 지루한 기다림이 지속됐다. 3개월이 흐르자 BMW 측이 마지막 제안을 해왔다. A 씨는 “중고차 값 2400만 원의 50% 정도 보상을 할 수 있고 다른 것은 없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미미한 보상금과 소송 진행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해 왔다.
A 씨가 BMW 측으로부터 받은 조사 확인서.
터무니 없는 보상이지만 A 씨는 결국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소송으로 그쪽 눈 밖에 나면 거들떠보지도 않는다고 하더라. 소송을 시작하면 보상까지 1년이 걸릴지, 2년이 걸릴지 모르는 일이다. ‘지금 합의를 안하면 추후에는 합의가 없다’고도 하더라. 속이 쓰리지만 고민 끝에 50%라도 받는 것으로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일이 마무리됐지만 더 이상 나 같은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효준 BMW코리아 회장이 10일 경찰에 소환돼 차량 화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차량 결함과 관련된 사안의 은폐 의혹이 불거졌고,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김 회장을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