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내 문제 제기한 신도들이 신천지?
2019년 1월 30일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파리열방교회에서 출교식이 열렸다. 이단으로부터 교회의 안녕과 질서를 지키겠다는 것이 출교 이유였다. 수요 예배를 마친 담임목사 송 아무개 목사가 “오늘 이 문제를 처리한다”고 말하자 이 아무개 전도사가 나와 출교자의 이름을 차례로 호명했다. 대상자는 총 8명. 송 목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피해자와 그를 돕는 신도들이었다.
출교자 명단에는 한때 교회에 누구보다 헌신했던 A 씨도 있었다. 오랜 기간 교회를 섬기던 교회에서 쫓겨나게 된 이유는 하나였다. 송 목사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는 것이었다.
A 씨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올해 초 교회 동생 B가 내게 ‘송 목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털어놓았다. 신앙 생활을 열심히 하던 친구가 갑자기 예배에 나오지 않는 일이 많아져 ‘영적으로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던 때였다. 판도라의 상자를 연 기분이었다. 지금까지 이단이나 정신병자 등으로 몰려 교회를 떠났던 자매들이 생각났다”고 말했다.
송 목사의 부인과 아들이 재출한 가정폭력 고소장
교회 내 큰 문제가 있음을 느낀 A 씨와 B 씨 등 일부 교인은 또 다른 피해자를 찾기 시작했다. 이들이 찾은 피해자 다수는 이단 혹은 정신이상자로 몰려 이미 교회를 떠난 사람들이었다. 송 목사의 가정폭력 정황도 발견했다. 영상에는 각목을 든 송 목사와 방어하는 아들, 그리고 이를 말리는 아내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A 씨가 송 목사에게 해명을 요구했으나 교회는 한 달도 안되어 A 씨의 출교를 결정했다.
출교자 8명이 신천지라는 정확한 근거는 없었다. 그러나 교회의 말은 물증보다 더 큰 증거였다. 송 목사는 설교 중 “신천지가 10명이 아니라 100명일 수도 있다. 목사인 나의 말을 믿으라”고 말했다. 일부 전도사는 “목사의 가정을 해치고 여자 문제로 목사를 힘들게 하는 것은 신천지의 전형적인 수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출교자 8명은 교회 내에서 어느새 신천지가 되어 있었다.
A 씨를 비롯한 탈열방인(파리열방교회를 나온 교인)들은 “이런 문제가 생기면 교회는 늘 피해자를 이단으로 몰았다. 어제까지 독실한 교인이었던 사람도 목사나 전도사의 말 몇 마디면 하루 아침에 신천지가 됐다. 다른 교인들과의 접촉도 완벽하게 차단됐다”고 말했다.
신천지 논란이 계속되자 종교 단체는 파리열방교회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이단사이비 종교 연구 단체인 ‘현대종교’의 탁지일 편집장은 “문제를 제기하는 다수의 교인들을 신천지로 판단하고 출교시킨 것이 과연 목회적인 차원에서 합리적인 선택이었는지 의문”이라며 “송 목사 측이 반대 측(출교자)에 대해 신천지라고 단정할 수 있는 증거가 있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프랑스 내 한인 교회 17곳도 입장을 냈다. 재불한인기독교교회협회(회장 김승천 목사)은 지난 3월 성명서를 통해 “파리열방교회는 10년 동안 협회에 가입하여 활동한 바 있으나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이 해소되지 않고 지속 반복적으로 제기돼 2017년 12월 총회에서 탈퇴를 결의했다”며 “이제 이런 문제들이 내부 성도들에 의해서 표면으로 드러난 만큼 제기된 문제들이 명백히 밝혀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송 목사는 결국 4월 17일 프랑스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신도 성폭력 혐의였다. 이틀간의 수사 끝에 불구속 수사로 풀려났지만 경찰은 송 목사의 여권을 회수하고 특정 지역을 벗어날 수 없도록 하는 처분을 내렸다. 재판이 끝날 때까지는 목회자로서의 활동도 할 수 없다. 앞서 치른 가정폭력 재판에서는 접근금지 명령을 받은 상태였다. 송 목사는 현재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탈열방인 “2차 피해자 나올 수 있어” VS 잔류 교인 “송 목사 믿어”
한편 탈열방인으로 구성된 피해자대책위원회는 2차 피해자 발생 가능성을 제기했다. 파리열방교회가 프랑스 한인 사회에서 갖는 영향력이 큰 까닭이다. 이들에 따르면 파리열방교회는 회원수 5만의 한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면서 프랑스 유학생들의 정착 생활에 필요한 행정적 처리를 무료로 도와주는 등의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교인들은 프랑스에 도착한 유학생들을 데리러 직접 공항에 나가기도 했다. 이렇게 만난 유학생 가운데 일부는 파리열방교회의 새 신도가 됐다.
파리열방교회에 남은 교인 다수는 여전히 송 목사에 대한 굳은 믿음을 표출했다. 한 교인은 앞서 신천지 논란에 대한 칼럼을 쓴 탁 편집장에게 “송 목사가 ‘목사인 내 말을 믿으라’고 한 것은 신천지의 공격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미혹되고 있는 성도들을 돌이키기 위함이었다. 출교된 8인은 예배를 방해하고 성도들을 이간하여 교회를 떠나도록 조장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기도 했다.
한편 교회는 공식 성명서를 통해 모든 의혹을 부정했다. 파리열방교회의 법률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로고스는 3월 22일 내용증명을 통해 “성폭력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 어떠한 객관적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출교 문제에 대해서도 “출교된 일부 교인은 잘못된 행동을 인정받아 출교된 것이지 ‘신천지 이단’임을 이유로 출교된 것이 아니다. 본 교회는 특정사람이 ‘신천지 교인’인지 여부를 확인할 능력이 없다”고 밝혔다.
한때 파리 한인 교회 가운데 가장 큰 교회였던 파리열방교회의 교인은 250여 명에서 80여 명 남짓으로 줄었다. 협력관계에 있던 부산의 한 대형 교회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파리열방교회와의 관계를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