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다 앞선 지난 4월 4일, OB맥주는 카스 병맥주(500㎖)의 출고가를 1147원에서 1203.22원으로 올리는 등 주요 맥주 제품의 공장 출고가를 평균 5.3% 인상했다. OB맥주 관계자는 “주요 원부자재 가격과 제반 관리비용 상승 등 전반적인 경영여건을 감안할 때 출고가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원가 압박이 가중되고 있으나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 폭을 최소화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주류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인상하면서 이들의 라이벌인 롯데칠성음료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는 소주 ‘처음처럼’과 맥주 ‘클라우드’ ‘피츠’ 등을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의 지난해 수익은 7567억 원으로 2017년 8599억 원에 비해 하락했다. 롯데칠성음료 음료사업부의 수익이 2017년 1조 5886억 원에서 2018년 1조 5991억 원으로 소폭이나마 상승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한 대형마트에 놓인 각종 소주 제품들. 사진=박정훈 기자
롯데칠성음료는 2006년 처음처럼을 출시하면서 참이슬의 아성에 도전했다. 이후 처음처럼은 꾸준히 성장해 소주 시장 2위자리까지 올라왔다. 그럼에도 맥주와 소주 등을 합친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 총 매출이 하이트진로 소주사업부 매출(지난해 1조 644억 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OB맥주 역시 지난해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보다 높은 1조 6981억 원의 매출을 거뒀다.
롯데칠성음료는 이번 주류 업체들의 연이은 가격 인상을 눈여겨 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이 5000원에 파는 참이슬보다 4000원에 판매하는 처음처럼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롯데칠성음료 입장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판매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러나 하이트진로와 OB맥주가 밝혔듯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손해는 롯데칠성음료도 피해갈 수 없다. 실제 지난해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는 590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나마 음료사업부는 1440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각종 영업 외 비용으로 인해 전체적으로는 500억 원의 적자를 거뒀다. 주류사업부는 2017년에도 39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재계서열 5위인 롯데그룹 계열사인 만큼 다른 업체에 비해 자본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당장 손해를 입더라도 감당이 가능한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특히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음료사업부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40%에 육박해 큰 변수만 없으면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롯데칠성음료는 재계서열 5위인 롯데그룹 계열사인 만큼 다른 업체에 비해 자본력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 당장 손해를 입더라도 감당이 가능한 수준일 가능성이 높다. 사진=최준필 기자
다른 변수도 있다. 지난해 12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기재부) 장관이 인사청문회 답변서에서 주류에 부과되는 세금의 기준을 가격인 종가세에서 용량이나 도수인 종량세로 바꿀 뜻을 내비쳤다.
당초 주세 개편안은 올 상반기 중 발표될 예정이었지만 지난 7일 기재부가 발표를 돌연 연기했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최대한 빨리 조율해 발표하려 하지만 구체적 일정에 대해서는 단언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맥주는 소주에 비해 상대적으로 도수가 낮고, 특히 국산 맥주는 수입 맥주보다 도수가 낮아 종량세 도입은 국내 맥주 생산 업체에 유리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앞서 OB맥주가 가격을 인상한 표면적인 이유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지만 종량제 시행 후 여론에 따라 가격을 인하할 수 있어 우선 가격을 인상한 후 나중에 인하하기 위한 사전작업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이는 맥주 ‘하이트’를 생산하는 하이트진로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주류 업계에서는 주세 개편안이 가격 인상에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주류 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과 주세 개편이 아예 관계가 없다고 보긴 어렵지만 정부에서 주세법 개정안이라고 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 현재로는 고려를 하려해도 할 만한 내용이 없다”며 “소비자들이나 정부의 반응도 당연히 고려하지만 내부적인 원자재 상승이 가격 인상에는 더 중요한 요소다”라고 전했다.
홍 부총리의 단서 때문에 주세 개편 후 주류 가격을 올리면 정부의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롯데칠성음료가 가격 인상 의지가 있다면 경쟁 업체가 가격을 인상한 지금이 최적의 타이밍으로 보인다.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 관계자는 가격 인상에 대해 “내부 논의 중으로 아직 결정된 건 없다”며 “원가 요인과 주세법 개정 등 여러 요인들을 다각적으로 고려해서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롯데칠성의 다른 음료 사업은?…탄산 ‘승승장구’ 주스 ‘부진’ 롯데칠성음료의 음료군은 크게 탄산음료, 생수, 주스, 커피 등으로 나뉜다. 이중 가장 비중이 높은 부문은 칠성사이다로 대표되는 탄산음료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의 지난해 매출에서 탄산음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7.5%였다. 커피(11.4%), 주스(10.1%), 생수(9.4%)가 그 뒤를 이었다. 롯데칠성음료의 2017년 비중을 살펴보면 탄산음료(27.3%), 주스(11.0%), 커피(10.9%), 생수(8.4%) 순이었다. 이를 비교해보면 주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줄어든 반면 커피와 생수의 비중은 늘었다. 매출도 주스는 2017년 2504억 원에서 지난해 2354억 원으로 하락한 반면 커피는 2495억 원에서 2658억 원으로, 생수는 1906억 원에서 2186억 원으로 상승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저과즙 주스의 경우 시장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고함량 주스 제품은 시장이 축소되고 있다”며 “커피의 경우 최근 가파른 성장률을 보이며 시장이 확대되고 있고, 생수는 1인 가구 및 맞벌이 가구 증가, 음용의 편리성 등으로 인해 소비가 과거에 비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주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33.5%에서 지난해 32.6%로 하락했다. 맥주와 소주는 그런대로 판매를 유지하고 있지만 매실주나 위스키 등이 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롯데칠성음료는 매실주 ‘설중매’와 위스키 ‘스카치블루’를 생산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매실주는 건강주류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으나 소비자 음용 트렌드의 변화로 최근 판매 감소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위스키는 주류 업계 저도주 열풍 및 경기침체로 시장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업계의 시장개편이 가속화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