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가
1989년생인 타이가는 2010년대 미국 힙합 신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래퍼다. 2012년, 23세의 나이에 스트리퍼이자 모델인 ‘블랙 차이나’와 만났고 그들 사이엔 아이가 태어났다. 한창 승승장구하던 타이가는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더욱 삶의 무게를 더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2014년 타이가와 블랙 차이나 사이엔 균열이 생긴다. 타이가에게 새 여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녀의 이름은 카일리 제너였다. 그 유명한 카다시안 패밀리의 일원인 카일리의 아버지는 브루스 제너.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의 10종 경기 금메달을 딴 육상 선수였다. 하지만 성전환을 해 ‘케이틀린’이라는 이름을 얻었고, 지금은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트랜스젠더이기도 하다. 이후 카일리의 엄마는 로버트 카다시안과 재혼했고, 킴 카다시안을 비롯한 네 명의 카다시안 남매들과 카일리 제너는 아버지가 다른 이부형제 사이가 되었다. 2018년 ‘포브스’ 표지 모델을 장식하며 가장 어린 나이에 자수성가한 억만장자로 부각되었던 그녀는 1997년생. 10대 시절부터 유명세를 탔고, 그 명성을 이용해 화장품 사업으로 엄청난 부를 거머쥐었다.
타이가와 카일리의 관계가 드러난 건 2014년이었다. 카일리의 인스타그램에 타이가가 등장한 것. 당시 카일리는 17세, 타이가는 25세였다. 카일리의 언니인 킴 카다시안과 유명 가수 카니예 웨스트의 결혼식에 수많은 뮤지션들이 참석했는데, 그 가운데 타이가도 있었고 카일리와 함께 사진을 찍은 것이었다. 둘의 사진이 화제가 되자 타이가는 트위터에 “단지 친구”라고 밝혔지만, 이후 타이가의 인스타그램엔 카일라의 사진이 종종 등장했고 두 사람은 핼러윈에 처키와 처키의 신부 분장을 하기도 했다. 추수감사절엔 두 사람이 LA의 한 교회에서 홈리스들에게 식사 제공 봉사를 하는 광경이 포착되기도 했다.
카일리 제너
이때부터 게임은 시작된다. 두 사람은 흘러넘치는 증거에도 사귄다는 사실을 부인했고, 결별의 정황이 뚜렷함에도 헤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았다. 일단 카일리는 열애설에 대해 트위터를 통해 루머라며 일축했다. 단지 타이가의 도움을 받아 래퍼 수업을 하고 있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결정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뮤지션 ‘빅 션’의 공연 이후 파티에서 두 사람은 조용히 빠져나가 어디론가 사라졌던 것. 결국 그들은 연인 사이임이 밝혀졌고, 이미 수차례 데이트를 했으며 함께 극장에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2015)를 봤다는 사실마저 밝혀졌다.
두 사람은 인정했다. 타이가는 ‘Kylie’(카일리)라는 새 문신을 새겼고, 카일리는 선물 받은 반지를 끼고 다녔다. 그런데 이상한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타이가가 어느 트랜스젠더에게 빠졌고, 두 사람은 헤어졌다는 것이다. 소문을 일축이라도 하듯 타이가는 카일리의 18번째 생일에 신형 페라리를 선물했고, 자신의 뮤직비디오에 출연시켜 키스신을 연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일리가 스냅챗이라는 SNS에 올린 동영상은 두 사람 사이에 뭔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암시했고, 타이가는 토크쇼에 나와 그렇지 않다고 해명했다. 2015년 크리스마스에는 커다란 다이아몬드를 선물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약혼까지 한 건 아니라고 했다. 그러나 다음 해인 2016년 5월에 그들이 헤어졌다는 뉴스가 공식적으로 보도됐다. 카일리는 래퍼인 ‘파티넥스트도어’와 어울리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이때 또 루머가 돌았다. 타이가와 카일리 사이에 섹스 테이프가 있다는 것. 물론 두 사람은 부인했고,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재결합했다. 카일리는 타이가와 침실에 함께 있는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렸고, 두 사람은 공개된 장소에 애정 행위를 했으며, 카일리의 19번째 생일에 타이가는 신형 마이바흐를 선물했다. 그러나 2017년 4월, 두 사람은 결국 헤어졌다. 4년에 걸친 엎치락뒤치락 로맨스가 드디어 종지부를 찍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들의 이별은 거대한 뒤끝을 남겼다. 2018년, 카일리는 래퍼인 트래비스 스콧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는데, 타이가는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고 주장하며 친자 확인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매우 저열한 발언을 내뱉었다. “카일리는 흑인 섹스 파트너가 필요했을 뿐”이라는 말이었다. 지금은 사업가로 명성을 날리고 있지만 한때는 래퍼를 꿈꾸었던 카일리에게 흑인 래퍼 뮤지션은 어떤 발판이었다는 말이었는데, 자메이카계와 베트남계 혼혈인 타이가로선 사실 아이로니컬한 주장이었다. 하지만 더 큰 아이러니가 있었다. 타이가와 이혼한 블랙 차이나의 다음 남자는 롭 카다시안이라는 사실. 남편과 바람이 난 여자의 오빠와 연인이 된 셈인데, 두 사람은 결혼해 아이까지 낳았지만 2017년에 결국 1년 만에 헤어졌다.
김형석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