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 감사실에 따르면 위생사로 근무하는 A 씨는 정당한 사유 없이 수차례 무단 결근했고, 업무 이외의 사유로 사전 허가 없이 조퇴, 외출 등을 하면서 근무지를 수십 차례 이탈했다.
공단 복무규정에 따르면 직원은 소속 상관의 허가 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직장을 이탈할 수 없고, 근무시간 시작 전에 출근을 해야 한다. 출근이 어려울 경우에는 전자관시리스템을 이용해 인사관리 주무부서에 미리 신청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강원도 원주시에 위치한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본사. 사진=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공단 내부에서는 단시간의 근무지 이탈은 관행적으로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A 씨의 경우 정도가 심했는지 익명의 진정서가 접수돼 공단 감사실이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실 측은 “A 씨가 참여 중인 메신저 대화방 내용과 직원들의 진술을 토대로 무단결근 등 이탈내역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A 씨가 근무지를 이탈하면서 부하 직원들에게 업무를 전가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A 씨의 상급자가 찾으면 다른 업무 중이라고 하라는 등 거짓 답변을 강요하고 부하 직원들에게 매일 업무일지를 작성하게 하는 등 일종의 ‘갑질’을 행했다.
A 씨는 평소에도 후배 직원들에게 좋지 못한 평을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이 진술서에 A 씨의 근태 불량 내용을 구체적으로 작성하지 못한 이유는 보복이 두려워서였고, A 씨가 본인들의 진술서를 볼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A 씨는 직원들과 화해하려 했다고 주장하지만 감사실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아 A 씨와 직원들의 분리를 명령했다.
감사실에 따르면 A 씨는 “당시 직원들에게도 말하지 못한 개인적인 사정으로 채무 변제를 위한 금융권 대출이 근태 불량의 주된 이유”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감사실은 “개인적인 사정은 사적인 용무로서 부서장의 허가를 받고 휴가 또는 조퇴 처리를 해야 한다”며 “병원 환자까지도 A 씨가 직원인지 아닌지 구분하기 어려워했다는 점에 비추어 볼 때 A 씨의 변명은 합당한 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전했다.
추가로 논란이 되는 부분은 A 씨의 관리자이자 공단 전문의로 근무한 B 씨가 A 씨의 이탈을 사실상 묵인했다는 점이다. 감사실은 “A 씨가 직장을 이탈하고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않은 사실을 인지하고서도 경고 조치 등을 소홀히 해 직원의 복무 상황을 부실하게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감사실은 A 씨에게 정직 처분을, B 씨에게 경징계 처분을 회사에 요구했으나 B 씨는 현재 퇴사한 상태다.
한국보훈의료복지공단은 국가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일반 사기업에 비해 더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따라서 이번 논란으로 인한 국민들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일요신문’은 14일 공단 측에 향후 A 씨의 거취 및 재발방지 대책 등에 대해 질의했지만 15일 오전까지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어떤 곳?…11년 연속 최우수 기관이지만 낙하산 논란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은 1981년 11월 설립된 국가보훈처 산하 공공기관으로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의 진료와 상이자에 대한 의학적·정신적 재활 및 직업재활을 통해 자립정착을 도모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공단은 1984년 부산보훈병원, 1987년 광주보훈병원, 1993년 대구보훈병원, 1997년 대전보훈병원, 2018년 인천보훈병원을 차례로 개원하면서 전국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3년에는 원주혁신도시로 본사를 이전했다. 병원뿐 아니라 요양원 건설에도 힘쓰고 있다. 2008년 수원보훈요양원, 광주보훈요양원, 2009년 김해보훈요양원, 2011년 대구보훈요양원, 2012년 대전보훈요양원, 2015년 남양주보훈요양원 등이 개원했다. 올해 3월에는 원주보훈요양원 건설에 들어갔다. 이밖에 지난해 보훈의학연구소를 개소하는 등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 덕분인지 공단은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1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공단은 올해 초, 낙하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국가보훈처가 김옥이 당시 공단 이사장의 교체를 요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에 국가보훈처는 “김옥이 전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이사장은 임기만료 및 본인의 의사에 따라 사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전 이사장은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기획재정부 기관장 평가에서 A등급을 받아 임기가 1년 연장됐다”며 “내가 저항하면 직원들을 괴롭히고 들쑤셔 놓겠다 싶어서 사표를 썼다”고 반박했다. 2017년 12월부터 공단 이사장은 양봉민 전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맡고 있다. 양 이사장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자문위원,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 보건의료위원장,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장 등을 거친 보건의료정책 전문가로 알려졌다. 양 이사장은 취임 후 특별한 논란을 빚은 적은 없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경남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점에서 각종 뒷말이 나오기도 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