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참모진과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총선 출마설이 도는 전현직 청와대 참모 명단을 살펴봤다. 전직 중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 한병도 전 정무수석, 권혁기 전 춘추관장,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진성준 전 정무기획비서관, 남요원 전 문화비서관, 송인배 전 정무비서관, 김금옥 전 시민사회비서관, 나소열 전 자치분권비서관, 강정구 전 국가위기관리센터 행정관, 박상혁 전 인사비서관실 행정관, 윤영덕 전 민정비서관실 행정관, 전병덕 전 법무비서관실 행정관, 김승원 전 정무비서관실 행정관, 박시종 전 청와대 국정상황실 행정관, 박남현 전 제도개혁 행정관, 유행열 전 정무수석실 행정관 등이 총선 출마 예상자로 거론된다.
현직 중엔 조국 민정수석, 정태호 일자리수석,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복기왕 정무비서관, 김봉준 인사비서관, 김영배 민정비서관, 김우영 자치발전 비서관, 민형배 사회정책 비서관, 유송화 춘추관장, 최동식 시민사회수석실 행정관, 임혜자 국정기록비서관실 행정관, 김태선 의전비서관실 행정관, 송재봉 사회조정비서관실 행정관 등이 출마예상자다. 현재 공개적으로 거론되는 인물만 33명이고 추가로 출마자가 더 나올 수도 있다.
청와대는 차기 총선 출마 희망자를 조사해 순차적으로 참모진을 교체할 예정이다. 청와대 출신 인사의 선거 출마는 흔한 일이지만 역대 이렇게 대규모로 출사표를 던진 적은 없었다. 최근엔 청와대 행정관 7명이 총선 출마를 위해 줄줄이 사의를 밝히기도 했다. 민경욱 자유한국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청와대는 민주당 총선 캠프가 됐다”고 비판했다.
한 여권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었음에도 이례적으로 높아 출마하려는 인사들이 많은 거 같다”면서 “현재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 성향 당원들이 많기 때문에 청와대 경력이 있으면 인지도나 정치 이력이 다소 부족해도 공천경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는 거 같다. 민주당이 정치 신인들에게 최대 20% 가산점을 주기로 한 것도 청와대 출신 인사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인사는 “지난 지방선거 앞두고도 문재인 대통령 선거 도왔던 당내 인사들이 단 몇 개월이라도 청와대에 근무할 수 있게 해달라고 엄청나게 민원을 제기했었다. 지방선거에 출마할 때 경력란에 청와대 근무 이력을 적으면 큰 도움이 된다는 거다. 청와대 출신들이 너도 나도 총선 준비를 하고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청와대에서도 참모들의 총선 출마를 독려하는 분위기다. 정치권에선 친문 진영이 내년 총선에서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조직적으로 당선시키려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마저 나온다.
일례로 권혁기 전 춘추관장은 진영 의원 지역구인 용산에 도전장을 내밀었는데 청와대는 진 의원을 행정안전부 장관으로 차출했다. 청와대가 권 전 관장을 위해 교통정리를 한 모양새다. 민주당 내 총선 공천 관련 주요보직은 친문 인사로 차곡차곡 채워지고 있다.
민주당은 정치 신인에게 가산점을 주기로 한 것에 이어 시장·군수·구청장과 지방의회 의원 등이 공천을 신청할 경우 30%의 경선 감점 페널티를 줄 계획이다. 사실상 선출직은 나오지 말라는 뜻이다.
민주당은 또 선출직공직자평가에서 하위 20%의 성적을 받은 현역 의원에게는 20% 감점을 주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적으로 청와대 출신 인사들에게 유리한 공천 룰이 됐다.
과거 박근혜 청와대 근무 경험이 있는 한 인사는 “문 대통령으로서는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왕이면 자기 사람을 대거 당선시키고 싶을 거다. 집권 중반기에 접어들자 당 내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 임기 후반기로 갈수록 그런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한국당 전신)이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비박(비박근혜)계가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아서 국정현안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지난 총선에서 친박 당선시키려고 진박(진실한 친박) 감별이라는 해괴한 일까지 벌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인사는 “문 대통령도 지금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거다. (비문들이) 지금은 청와대에 충성하는 것처럼 보여도 대통령 지지율 빠지면 돌아서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을 거다. 청와대 인사들이 이렇게 많이 출마하는 것은 문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최근 국립 5·18 민주묘지에 참배하기 위해 함께 광주에 방문하는 등 단체 행동을 하고 있다. 이들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를 앞두고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권양숙 여사를 예방할 예정이다. 같은 청와대 출신이라도 각자도생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행태다.
이들이 단체 행동을 하는 것은 청와대 출신들을 총선에서 더 많이 당선시키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임종석 전 실장이나 박수현 전 대변인 등은 이미 인지도가 높지만 다른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대부분 정치 신인이다.
지역에서 아무리 열심히 활동한다고 해도 중앙 언론에 얼굴 한번 비치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들이 단체로 움직이면 인지도가 낮은 인사들도 자연스럽게 중앙 언론에 얼굴을 알릴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다.
청와대에서 나온 후 한동안 외부활동을 자제했던 임 전 실장은 최근 정치현안에 대한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히며 다시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 임 전 실장이 구심점 역할을 하며 청와대 출신 인사들의 국회 입성을 도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자가 40명을 넘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중 절반만 당선돼도 친문이 당 주도권을 완벽하게 장악할 수 있다. 당 지도부는 ‘내년 총선에서 인위적인 물갈이는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순진한 당내 인사는 없다. 기존 의원들은 물갈이 공포를 호소하고 있다.
일부 비문 중진 의원들은 총선을 앞두고 정부 차출설이 돌고 있다. 정치권에선 청와대가 비문 중진 불출마를 압박하는 차원에서 이런 소문을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앞서의 야권 인사는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총선에서 대거 당선되면 문 대통령 친위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들은 퇴임 후에도 문 대통령을 지킬 보호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