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분의 발단은 축구 국가대표 출신의 L 감독이 지난해 12월 이 학교 축구부 신임 감독 공개채용에서 선발된 후 지난 1월초부터 정식으로 축구부 지휘봉을 잡으면서 부터다.
대학 축구부간 경기 현장. 사진=일요신문DB
L 감독은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부임 후 영원한 주전은 없다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 중심의 선수기용 원칙을 선수들에게 강조했다. 선후배 간의 지나친 엄격한 상하관계에 대한 개선의 일환으로 숙소재배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일부 선수들이 반발하면서 연습경기를 거부하고 숙소를 무단이탈하는 식으로 반발했다. L 감독에 반발하는 학생들 중 일부는 L 감독의 방침을 거부하지 않는 학생들을 괴롭히기도 했다. 결국 피해자의 학부모가 경찰에 가해자들을 협박, 모욕,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고소하면서 상호 고소전으로 확산되는 형국이다.
L 감독에 반발하는 학생 부모는 “축구부 설립이후 관례처럼 굳어져왔던 일들이었다. 그런데 바뀐 감독이 무리하게 뜯어 고치려하니 반발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라며 “선수들 모두 성인이 된 나이임을 감안했어야 했다”며 “그리고 대체 저학년은 저학년들끼리 고학년은 고학년들끼리 어느 운동부가 숙소를 그런 식으로 해괴하게 배치한다는 말인가”라고 말했다.
L 감독에 반발하는 다른 학생 부모는 “L 감독은 선수로서는 화려했지만 지도자를 맡는 곳마다 팀이 풍파를 겪었던 것으로 안다”며 “전국체전 티오와 관련해 자신의 방침에 반발했다고 10명이 넘는 축구부원을 등록 취소했다. 어떻게 어른으로서 학생들한테 그럴 수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L감독의 방침을 지지하는 입장의 부모들도 적지 않았다. 주로 저학년과 실력이 출중함에도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의 부모들이 그러했다. 한 학생 부모는 “기존 숙소배치에서 각 방의 막내인 1학년은 연습 후 편히 쉬지 못하고 선배들의 빨래 등을 도맡는 부당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감독과 코치가 보는 앞에서 욕설을 퍼붓는 선수들도 많았다고 한다. 교권은 대체 어디로 갔는가”라고 꼬집었다.
다른 학생 부모는 “출중한 실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수년간 불과 15분만 뛴 선수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L 감독에 반발하는 선수들중 상당수는 자신은 영원한 주전인 것처럼 행동하는 선수도 있었다고 한다. 등록취소된 선수들은 감독에 반발한다며 연습에 참여하지 않던 이들이다”며 “단체 경기인 축구에서 대회마다 정해진 등록 인원수가 있는데 연습을 하지 않는 이들까지 등록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꼬집었다.
두 번째 고소는 학부모회 임원진들은 L 감독을 금품을 먼저 요구해 금품을 지급했다며 부정청탁방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학부모회 임원진들은 L 감독이 지난 1월 경남 통영시 산양구장에서 경비와 판공비 명목으로 학부모들에게 1000만원을 요구했다는 입장이다. 학부모회는 학부모회 회비 계좌에서 1000만원을 인출해 지난 2월 전지훈련지인 경남 통영의 한 호텔 L 감독의 숙소에서 A감독에게 전달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L 감독은 “지난 1월말쯤 전지훈련지에 학부모회 임원진이 찾아와 축구부 관례로 걱정 말고 받으라 했는데 학교 측에 방법이 있는지 알아보겠다고 돌려보냈다”며 “학부모회 임원진은 지난 2월 축구부 전지 훈련지를 방문해 설을 집에서 못 보내는 선수들을 위해 세뱃돈과 지도자들의 보너스를 가져 왔고 세배 봉투 50장과 1000만원을 A감독에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L 감독은 “학부모회 임원들은 학부모회칙에 보너스 지급 항목이 있다고 했다. 그는 두 코치에게 상여금을 지급하고 자신은 상여금을 받지 않고 나머지 돈으로 촬영장비와 노트북을 구입하겠다는 것을 명시해 두 코치와 학부모 임원진의 확인서를 받았다. 사적으로 쓴 돈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학부모회 임원진은 “L 감독이 먼저 금품을 요구했다. 1000만원을 전달한 것은 맞다. 고소한 내용은 고소, 진정서, 체육회에다가 제출했다. L 감독이 확인서를 받았다고 주장한다”며 “1000만원을 수령한 후 며칠 후 L 감독도 문제가 될 것을 우려해 확인서를 만들어 임원진에게 사인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학부모회칙에 있지도 않은 내용들을 주장했다”고 반박했다.
임원진의 L 감독에 대한 고소 직후 지난 3월 상당수 학부모회원들은 임원진들이 전체 회원들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고 감독에게 돈을 건넸다며 학부모회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비대위는 임원진을 회계부정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세번째 고소전이다. 그러면서 비대위는 임원진 해임안을 통과시키려 했으나 그에 앞서 임원진은 사퇴를 택했다.
현재 우리나라 학원 축구는 학교 측이 충분한 금전 지원을 해줄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획칙을 만들고 학부모들이 암묵적으로 십시일반으로 모아주는 돈을 사용하는 게 관례화 된 실정이다.
비대위 소속 한 학부모는 “두 달에 한번 씩 일정 금액을 납부하고 있다. 학부모회가 40명대 후반이라는 정도를 감안하면 상당한 금액이 모여진다. 대회를 나갈 때마다 사용내역들을 알려주고 L 감독에게 지급한 내용도 동의를 받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직 임원진 관계자는 “비대위에서 횡령으로 고소한 것에 대해 황당할 뿐이다. 모든 사항에 대해 꼭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라며 “마치 회원들에게 결산 보고도 안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 터무니없다. 임원진은 매해 신입생 입학 행사와 관련해 결산 보고를 반드시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학교 측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 학교 측은 L 감독을 직위해제했다. 직위해제는 당사자가 범죄사실을 스스로 인정하거나 객관적인 증거가 확실해 유죄판결을 누구나 예측할 수 있을 때 불이익을 과하는 처분이다. L 감독을 둘러싼 상황은 다툼의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직위해제는 법적 판단 이후에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L 감독은 “선수시절과 지도자로서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복직하도록 노력겠다”고 말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