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버스 노조의 파업을 앞두고 당정이 긴급하게 나서면서 수도권 버스 대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서울, 경기, 인천 지역 버스 노사 간 협상 내용과 지자체의 대응에 따라 시민들의 반응이 갈리고 있다.
먼저 서울시는 15일 파업을 불과 2시간 앞두고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서울시버스노조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15일 오전 2시 30분경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임금단체협약 조정안에 합의했다. 노사 양측은 임금 3.6% 인상, 정년 2년 연장, 학자금 등 복지기금 5년 연장 등을 골자로 한 조정안에 동의했다.
현재 만 61세인 정년은 2020년 만 62세, 2021년 만 63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고 이달 만료 예정이던 복지기금은 2024년 5월까지 5년 연장하는 내용이다. 기존 노조의 임금 5.98% 인상안을 제외한 주요 사항이 조정안에 반영됐다.
협상 초반엔 사측이 임금 2%대 인상안을 제시하고 노조는 5.95%를 제시하며 쉽게 결론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파업은 막아야 한다는 데 노사가 공감했고 서울시도 중재안을 내놓으면서 양측을 설득했다. 박원순 시장은 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오전 2시경 현장을 찾았다.
박 시장은 “시민 편의를 우선해 한발씩 양보해 합의점을 도출한 버스 노사 양측에 감사한다”며 “요금 인상 없이 파업을 피하고 해결한 것이 의미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버스 준공영제를 실시하고 있는 서울시는 재정 지원을 늘려 증가한 임금 부분을 충원할 계획이다.
반면 경기도는 요금 인상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14일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회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등을 만난 후 경기도 버스 요금을 인상하기로 발표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부터 경기도의 시내버스 요금은 200원, 직행좌석버스(광역버스) 요금은 400원이 인상될 예정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 지사는 “불가피하게 버스요금을 인상하게 된 점에 대해 도민들께 죄송하다”며 “지금 현재 상태로 계속될 경우 대규모 감차운행이 예상되고 이로 인해 도민의 교통 불편이 극심하게 될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이어 “도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어떻게 하면 좀 완화할 것인지 후속 대책들이 필요할 것 같다”며 “교통비 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책을 도 차원에서 충분히 만들어 내고 지금과 같은 장시간 노동에 따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정책들도 최대한 빠른 시한 내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요금 인상에 대해 불만을 가지는 도민들이 적지 않다. 트위터 등의 SNS에서는 “서울도, 인천도 인상 없는데 경기도만 요금 인상하는 이유가 뭐냐”, “경기도 버스요금 인상하면 당장 광역버스비가 왕복 6000원이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들은 한 달 교통비가 거의 20만 원 수준이 될 수도 있다”는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마지막으로 인천은 14일 인천시장 접견실에서 ‘인천시내버스 노사정 상생협약서’를 체결하며 임금협약에 합의했다.
인천 버스 노사는 시내버스 운수종사자의 임금을 올해 8.1% 인상하고 내년에 7.7%, 2021년에 4.27%를 인상해 3년간 총 20%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운수종사자의 정년도 현재 61세에서 63세로 2년을 연장했다.
당초 사측은 올해 운수종사자 임금인상률을 공무원 보수 인상수준인 1.8%를 제시했지만 노조는 준공영제 시행 특·광역시 중 가장 낮은 임금을 현실화하고, 주 52시간 시행에 따른 임금 감소분 보전을 주장하며 서울시 수준에 맞춰줄 것을 요구했다. 노사가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한때 파업 찬반투표 절차에 돌입할 위기가 있었으나 이때 인천시가 나서 협상안을 제시했다.
인천시는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다른 특·광역시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앞으로 3년간 운수종사자 임금을 전국 평균 수준으로 인상할 것을 결정하고 올해 8.1% 인상안을 노조에 제시했다. 노조도 인천시의 제시안을 받아들여 14일 극적 타결에 이르게 됐다. 인천시는 요금 인상을 막은 대신, 버스 준공영제 재정지원금으로 1270억 원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남춘 시장은 “재정 부담에도 운수종사자의 임금 인상을 결정한 것은 그동안 열악한 근로조건 속에서도 대중교통 발전을 위해 묵묵히 노력해준 운수종사자의 노고에 감사하는 취지”라며 “시민들에게 더 나은 대중교통 서비스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
서울·인천 요금 인상 없이 노사 극적 타결…경기도 시내버스 200원, 광역버스 400원 인상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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