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 것 같은데 어느날 갑자기 감기에 걸리거나 식중독 증상이 나타날 경우, 혹은 기타 질병 증상이 나타날 경우 보통은 이렇게 생각하게 마련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몸이 아픈 이유는 사실 과로나 잘못된 식습관 때문만은 아니다. 때로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가령 평상시에 습관적으로 하던 평범한 행동이 사실은 심각한 질병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일 수 있는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세균들이다. 특히 다가오는 여름철에는 세균성 식중독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 세균에 쉽게 감염되는 일상 속 습관들을 살펴봤다.
#병원 잡지
병원을 찾을 때면 대기실에 비치되어 있는 잡지를 뒤적이면서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병원에서 무심코 하는 이런 행동은 다른 곳에서보다 특히 더 위험할 수 있다. 이 잡지들은 몸이 아파 병원을 찾은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갔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욱이 매달 새 것으로 교체되지 않고 오랜 시간 비치되어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때문에 만일 병원에서 잡지를 손에 쥐었다면 이미 몇 개월간 수많은 환자의 손을 거쳐간 오염된 잡지를 만지고 있는 셈이 되는 것이다.
노르웨이에서 11개 병원의 대기실에 있는 잡지를 수거해 실시한 검사 결과 역시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 잡지의 첫 번째 페이지의 세균 오염 여부를 검사했더니 모든 잡지에서 뇌수막염과 폐렴을 유발하는 황색포도상구균을 비롯한 여러 세균이 검출됐다.
칫솔은 변기 근처에 두어선 안되며 3개월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한다.
#칫솔
구강 청결을 위해 하는 양치질이건만 사실 양치질을 하는 도중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입안에 위험한 세균이 침투할 수 있다. 문제는 바로 칫솔에 있다. 맨체스터대학 연구진들의 검사 결과에 따르면, 칫솔에는 독감 바이러스, 대장균, 효모균, 포도상구균 등 보통 1억 개 이상의 세균이 잠복해 있다.
이런 위험은 특히 칫솔을 화장실 안에 노출된 상태로 보관할 경우 더욱 증가한다. 칫솔을 뚜껑 없이 노출해서 보관할 경우, 특히 변기 근처에 보관할 경우에는 수백 만 마리의 미세한 대변 입자들이 칫솔에 묻게 된다.
칫솔이 세균에 감염되지 않게 하려면 항상 칫솔을 깨끗이 씻고, 사용 후에는 물기를 가능한 완전히 털어 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변기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찬장 안에 보관하는 것이 좋으며, 적어도 3개월에 한 번씩 교체해주는 것이 좋다.
#ATM 기계
ATM 기계는 지구상에서 가장 비위생적인 제품 중 하나, 즉 돈을 취급하는 기계다. 때문에 위생적일 리 만무하다. 여기에 더해 돈을 인출하려는 수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치기 때문에 그 오염 정도는 더욱 높을 수밖에 없다.
대만의 연구진들이 타이페이 시내 38개의 ATM 기계를 조사한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기계의 모든 버튼에서 대장균, 독감 바이러스 등과 같은 세균들이 평균 1200마리씩 검출된 것이다. 그런가 하면 뉴욕대학이 진행한 연구에서는 부패한 물질, 생선, 사람의 피부 조직 등도 검출됐다.
세균 감염을 피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버튼식일 경우에는 버튼을 누를 때 손가락에 휴지를 감싸고 누르는 방법이 있다. 터치식일 경우에는 사용 후 손을 깨끗이 씻도록 한다.
샤워기 헤드도 욕실 타일을 청소하듯 주기적으로 청소해야 한다.
#샤워기 헤드
몸을 깨끗이 씻기 위해서 사용하는 샤워기가 사실은 세균의 온상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는가.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병에 걸릴 수도 있는 것이다.
콜로라도대학이 진행한 연구 결과, 샤워기 헤드에서는 레지오넬라균(세균성 폐렴의 원인)과 비결핵성 마이코박테리아(이미 면역력이 약해진 사람들 사이에서 치명적인 폐 감염을 유발) 등이 검출됐다. 세균 감염의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욕실 타일을 청소하는 것처럼 주기적으로 샤워기 헤드를 깨끗이 청소해야 한다.
#쇼핑 카트
쇼핑 카트의 손잡이에서 수많은 세균이 검출됐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애리조나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쇼핑 카트에서는 에스컬레이터, 공중전화, 심지어 공중화장실보다 더 많은 세균, 침, 그리고 대변 등이 검출됐다.
하지만 마트에서 장을 보기 위해서는 카트를 이용하지 않고는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 세균 감염을 피하려면 마트에 비치되어 있는 소독제를 사용하거나, 재킷이나 셔츠로 손잡이를 감싸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한다.
#깡통 따개
혹시 깡통 따개를 사용하는 경우, 깡통을 딴 다음 깡통 따개를 세척하는가. 아마 대부분의 사람은 닦지 않은 채 그냥 보관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할 경우, 깡통 따개에 곰팡이부터 대장균까지 각종 세균이 번식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따라서 사용 후에는 반드시 깨끗이 닦아서 보관하도록 한다.
생고기를 물에 씻으면 안된다. 세균들이 싱크대 등 사방으로 튈 수 있기 때문이다.
#생고기
생고기를 물에 씻을 경우 식중독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아는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오염물질과 세균을 제거하기 위해 생고기를 물에 씻는 행위는 실제로는 식품을 매개로 하는 세균에 감염될 가능성을 높이는 행동이다.
문제는 물이 사방으로 튄다는 데 있다. 식품안전 전문가인 케이티 힐은 “요리를 하기 전에 절대 생고기를 물에 씻지 않도록 한다. 물이 튀면서 생고기의 세균들이 싱크대, 조리대, 부엌 용품, 음식 등으로 이리저리 흩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생고기는 완전히 익힐 때까지 가능한 모든 식재료로부터 분리해서 보관하는 것이 좋으며, 생고기를 만진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고, 다른 종류의 식품과 별도의 기구를 사용해서 다루도록 한다.
#비타민 및 영양보충제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도 과하게 먹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비타민이나 영양 보충제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영양제를 섭취하는 경우, 몸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 과하게 섭취할 경우에는 오히려 몸에 해로울 수 있다.
내과 전문의인 아리엘 레비탄 박사는 “많은 사람들은 특정 비타민, 심지어 좋은 제품일지라도 잘못 복용할 경우에는 오히려 몸에 해롭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특히 지용성 비타민 A, E, D, K는 과다 섭취하면 독성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메이요클리닉에 따르면, 비타민 D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구토, 무기력함, 잦은 소변, 뼈의 통증, 신장 질환 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비타민 C의 경우에는 하루 권장량(65~90mg/ 최대 2000mg)보다 많이 섭취할 경우 구토, 속쓰림, 두통, 불면증에 시달릴 수 있다. 또한 주기적으로 비타민 A를 너무 많이 섭취하면 뼈 건강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항균 비누
세균이 많은 환경이나 면역력이 저하된 경우에는 항균 비누로 손을 씻는 것이 탁월한 방법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주기적으로 항균 비누로 손을 씻으면 오히려 몸에 해가 될 수 있다. 내과 전문의 겸 의료 전문가인 홀리 필립스 박사는 “우리의 피부 조직에는 500가지 서로 다른 유형의 세균들이 존재한다. 이 세균들은 중요한 보호 작용을 하며 우리의 면역 기능을 향상시키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주기적으로 항균 비누를 사용할 경우에는 중요한 이런 면역 기능이 오히려 저해될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감기나 독감을 비롯한 질병에 쉽게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항균 비누의 성분도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지난 2016년, 미식품의약국(FDA)은 핸드 및 바디워시 제품에서 트리클로산과 트리클로카반 등 19가지 항균 성분의 사용을 금지했다. 조사 결과, 이런 성분들이 검출된 제품들을 정기적으로 사용한 경우, 세균 저항력이나 호르몬 불균형과 같은 건강상의 위험이 야기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 일반 비누를 이용해 손을 씻는 것은 세균 감염을 예방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다.
바닥에 떨어진 음식은 5초 안에 주워먹는다고 해도 안전하지 않다.
#바닥에 떨어진 음식
‘5초의 법칙’을 믿고 싶겠지만 여기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5초의 법칙’이란, 음식을 바닥에 떨어뜨린 후 5초 안에 주워 먹으면 세균에 오염되지 않았기 때문에 안전할 것이라는 믿음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전염병 및 중환자 치료 전문가인 토마스 S. 아렌스 박사는 “웬만한 세균 감염으로는 병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괜찮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닥이나 싱크대에 떨어진 음식을 먹을 경우 일정한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 왜냐하면 감기나 독감 바이러스가 음식물 표면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러트거스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사실 음식이 바닥에 오래 떨어져 있을수록 세균에 감염될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 이론적으로는 바닥에 몇 분 동안 떨어진 채 방치되어 있던 감자칩보다는 즉시 주운 감자칩을 먹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일단은 바닥에 떨어진 음식은 먹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고 말한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위험에 노출되지 않으려면 말이다.
#공공 식수대
공공장소에 설치된 식수대에서 물을 마실 경우 주의해야 한다. 왜냐하면 여러 명이 사용하는 수도꼭지에는 당연히 전염성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득실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돗물이 아니다. 이전 사용자들에 의해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수도꼭지가 문제다.
아렌스 박사는 “공공 식수대의 수도꼭지는 공기 중에 떠다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먼저 사용한 사람이 감기에 걸렸거나 세균에 감염됐을 경우에는 전염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위생을 생각한다면 입술을 수도꼭지에 대지 않은 채 흘러나오는 물줄기에 입을 대고 마시는 것이 좋다. 그것도 불안하다면 개인 물병에 담아 마시도록 한다.
얼굴을 만지는 습관은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다.
#손으로 얼굴 만지기
아렌스 박사는 손으로 얼굴을 만지면 입과 코로 세균이 옮아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세균이 우리 몸 속으로 들어오는 주요 경로는 코와 입이다. 수많은 세균의 온상들인 일상용품을 만진 다음 코를 문지르거나 손톱을 깨물거나 눈을 비빌 경우, 문을 열고 세균을 받아들이는 꼴이 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키보드, 문 손잡이, 엘리베이터 버튼, 휴대전화, 현금 등은 모두 세균과 바이러스의 번식지가 될 수 있는 물건들이다. 또한 얼굴을 만지는 습관은 여드름을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에 여드름이 신경 쓰이는 사람들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식품 해동
식품을 해동할 때는 반드시 냉장고나 찬물, 혹은 전자레인지를 사용하도록 한다. 상온에 그대로 둔 채 해동할 경우 세균이 번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상하기 쉬운 음식, 가령 냉동육이나 냉동 생선 같은 경우가 그렇다. 세균은 상온에서 매우 빠르게 자라고 증식할 수 있으며, 아무리 요리를 한 음식이라고 해도 상온에서 보관할 경우에는 먹기에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부패하기 쉬운 식품은 냉동 여부와 상관없이 실온에서 두 시간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