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입대를 꼭 한 달 앞둔 지난 9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박형식을 만났다. 2010년 그룹 제국의아이들로 데뷔해 활동할 때부터 워낙 쾌활한 성격으로 유명했던 그는 평소보다 목소리가 두 옥타브 정도 올라간 채 자신의 이야기를 쉼 없이 꺼냈다. 처음 주연을 맡은 영화가 개봉 전후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어 한껏 고무된 듯 보였다. 한때 ‘아이돌 출신 연기자’라는 꼬리표가 자신을 따라다녔지만 서서히 그런 시선이 “사라지고 있음”을 체감한다는 그에게서는 단단한 자신감도 느껴졌다.
사진 제공 = UAA
# “군대 먼저 다녀온 임시완이 ‘시간 빨리 간다’고 하더라”
박형식을 만나자마자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군 입대를 앞둔 기분이 어떤지, 각오는 다지고 있는지 말이다. 이에 박형식은 “각오라고 할 것도 없다”며 웃음부터 터트렸다.
“군대에 가면 군대만의 법이 있잖아요. 저도 그걸 저절로 따르게 되겠죠. 흔히 군대는 ‘또 다른 나라’라고도 하니까요. 그런 거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걱정은 없어요. 가자마자 되지 않을까요. 먼저 군대 다녀온 형들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제대를 앞두고는 할 일이 크게 없어서 오히려 피부 관리를 많이 한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박형식이 지금의 인기를 얻게 된 배경은 2013년 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진짜 사나이’ 출연이 결정적이다. 연예인들의 병영 체험을 다룬 ‘진짜 사나이’에서 박형식은 군 생활에 어리둥절해하는 모습을 통해 ‘아기 병사’라는 별칭으로 인기를 얻었다. 당시는 그저 방송 출연의 일환이었지만 이젠 진짜 군인이 되는 입장. 때문에 진짜 군복무로 인한 연기 공백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더욱이 아이돌 그룹으로 출발해 드라마 ‘상속자들’과 ‘힘쎈여자 도봉순’ 등을 거치면서 비로소 연기자로 자리매김한 입장에서 2년간의 공백이 자신에 미칠 변화와 영향에 촉각을 세우지 않을 수도 없다.
이에 대해 박형식은 “다행스럽게도 저에게 ‘아이돌 출신’이라는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이 사라진 듯하다”며 “대중이 갖고 있는 일종의 색안경을 벗기기 위해 여기까지 달려온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공부를 해온 것처럼 군 복무를 하고 돌아왔을 때 나의 모습에도 희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박형식은 자신의 ‘소울메이트’로 연기자 임시완을 꼽았다. 둘은 제국의아이들로 함께 데뷔해 활동해왔다. 비슷한 시기 연기자로도 활동을 시작했고 이제 드라마를 넘어 영화 주연까지 맡을 수 있는 위치로 나란히 성장했다. 먼저 육군 현역으로 복무해 올해 3월 제대한 임시완은 박형식에게 선임자로서 농담 섞인 조언과 응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한다.
“시완이 형이 ‘형식아, 시간 금방 간다’ 그더라고요. 제가 형 입대 전에 계속 했던 말인데 이렇게 돌아올 줄은 몰랐죠. 하하! 제가 그대로 당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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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치밀하게 여행 계획을 짜는 ‘바쁜 사람’을 좋아해요. 고민 안 해도 되잖아요. 임시완 형이 그래요. 어느 날은 전화해서 신분증을 갖고 나오라고 하더라고요. 영문도 모르고 나갔더니 바로 차에 태워서 공항으로 직행해 제주행 비행기를 탔어요. 제주도 맛집 코스까지 미리 다 짜놓아서 저는 형만 따라다녔어요. 형은 상대의 반응을 중요하게 생각하니까, 중간 중간 ‘형! 최고야!’ 그런 리액션만 해주면서요. 하하!”
데뷔 10년을 지나고 있는 박형식은 자신의 확고한 의지대로 미래를 설계하기보다 “주변의 조언을 받아들이는 편”이라고 했다. 특히 소속사의 제안은 “전적으로 따르려 한다”고 말했다. “회사 직원들이 어떤 의견을 제시했을 때 ‘박형식 망해라!’(웃음) 그럴 리가 절대 없지 않겠느냐”며 “나 잘되라고 하는 제안이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한 번 꽂히면 끝장 보는 편”
15일 개봉한 박형식 주연의 영화 ‘배심원들’(감독 홍승완·제작 반짝반짝영화사)은 2008년 처음 도입된 국민참여재판 소재다. 나이도, 처지도, 성향도 다른 8명의 배심원이 모친 살해 용의자 재판에 참여해 겪는 이야기에서 박형식은 소신 있는 청년사업가 권남우를 맡아, 문소리 김홍파 등 베테랑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극 중 ‘대세’를 따를 줄 모르는 인물을 연기한 박형식은 “영화에서처럼 나 역시 한 번 꽂히면 끝장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덕후 기질이 충만해서인지 취미도 ‘등급’이 있는 분야를 할 땐 몹시 피곤해져요. 모든 등급을 다 섭렵해야 하니까요. 얼마 전 스킨 스쿠버를 시작했는데 자격증에 등급이 있더라고요. 이왕 시작했으니 최고 단계인 마스터 자격증을 따야죠. 하하!”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