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방연구원 국방자원연구센터의 이남석 선임연구원이 ‘군사시설 소음피해에 대한 손실보상 입법화 방향’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수원시
[일요신문] 군사시설 소음피해에 대한 손실보상과 관련해 중앙정부가 사회적 합의와 합리적 지원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 국방자원연구센터의 이남석 선임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 “중앙정부는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원 우선순위를 선정하고, 소요예산을 고려해 단계적 추진방안을 검토해야 하며, 지방정부는 지원법 제정까지 소음피해 노출 인구 및 소요예산 증가의 방지를 위해 주변 토지이용의 차등 제한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법적 근거의 미비로 인해 피해지역 주민들이 배상금을 받기 위해서는 반복적으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점이 문제점으로 제기됐다.
이남석 연구원은 “민간공항은 ‘공항소음방지법’에 따라 소음대책, 주민지원 사업 등 주변 지역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군 비행장은 소음피해 지역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지역 주민은 배상금을 받기 위해 반복적으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실정이고,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피해지역 주민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소송의 집단화·기획화로 법무법인이 배상액의 약 15%에 달하는 고액의 수임료를 차지하고, 반복적 소송에 따른 군의 행정 소요, 배상금 증가에 대한 국방예산 부담이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소음피해지역 주민에 대한 일괄적 보상과 민군 갈등 완화를 위해 지원법 제정이 필요하며, 지원법 제정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소음피해 손실보상에 대한 면밀한 검토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소음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대신 근거법 제정을 통해 손실보상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손실보상이란, 공권력의 적법한 행위로 국민이 피해를 입은 경우 이를 갚아주는 것을 말한다.
아울러 “비재산적 침해(소음피해)에 대한 보상의 경우 손실보상에 대한 일반법은 없으며, 각 단행법에서 개별적으로 규정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토지보상법’은 공익사업에 따른 토지, 건축물 손실 등 재산적 침해에 대해 보상 규정을 마련하고 있으며, ‘감염병예방법’은 예방접종에 따른 질병·사망에 대해 국가가 진료비·보상금 지급, 비재산적 침해에 대한 선례로 간주가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보상금 지급 후 이중 보상의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됐다.
이남석 연구원은 “국가배상청구권은 헌법에 의해 보장된 청구권적 기본권으로 추가 소송을 법으로 금지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2010년 대법원 판례 수준으로 보상금을 지급한다면, 환경의 변화가 없는 한 이를 근거로 추가 손해배상 소송은 법원 판결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입법화 추진 시 고려사항으로는 소음피해 측정 방법과 관련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비행기 소음과 달리 전차포·박격포 소음은 저주파로 일시적이며 지형의 영향을 많이 받는 만큼 소음도 측정방식과 시설유형별 피해 수준 판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소음대책지역 지정과 관련해서는 소음영향도를 기준으로 지적도상에 선으로 구획할지, 아니면 행정구역 단위로 구획할지 결정이 필요하며, 소음영향도에 일부만 포함된 필지에 대한 지원 기준의 검토 필요성이 제기됐다.
소음피해 보상금 지급기준과 관련해서는 ‘소음·진동관리법’에서 항공기소음 측정단위가 ‘웨클’에서 ‘엘디이엔(Lden)’ 변경된 만큼 대법원 판례 기준 역시 재검토되고 사격장 소음 측정단위의 검토도 필요하다고 지적됐다.
이번 연구의 결론으로 이남석 연구원은 “중앙정부는 충분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지원 우선순위를 선정하고, 소요예산을 고려해 단계적 추진방안을 검토해야 하며, 지방정부는 지원법 제정까지 소음피해 노출 인구 및 소요예산 증가의 방지를 위해 주변 토지이용 차등 제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수원시의 ‘군공항 소음영향도’. 자료제공=수원시
한편, 이번 연구에서는 선진국의 사례도 소개됐다.
일본의 경우, 공공시설 방음공사, 녹지대 조성을 포함한 ‘방위시설 주변 소음대책사업’과 공공·기반시설 정비를 비롯한 ‘주민지원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으며, 해당 지자체에 방위시설 주변정비 조정 교부금을 지급하고 소음피해에 대한 개별 보상은 시행하지 않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소음노출도(PEB)를 작성해 구역별 개발행위를 차등적으로 제한하고 있으며, 소음피해도(PGS)를 작성해 구역 내 주택·공공시설의 소음대책사업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구역별 차등 지원은 소음도 낮은 구역에서 주택 신축 시 개인이 방음공사비를 부담하며, 기금을 운용해 소음피해구역 포함 지자체에 세수 부족 보존을 위한 보상금을 지급하고, 개인에 대한 금전적 보상은 없다.
미국의 경우, 공항주변토지이용계획(AICUZ)을 작성해 구역별·시설유형별 개발행위를 차등 제한하고 있다. 공항주변토지이용계획은 항공기 사고율, 소음노출도, 고도제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군 공항 주변 난개발 방지 및 중장기적 토지이용계획 수립으로 공공의 안전·건강과 군사시설의 안정적 운영을 보장하고 있으며, 토지매수에 따른 보상 외에 주민에 대한 별도의 지원이 없다.
이러한 선진국의 사례에 대해 이남석 연구원은 “군 공항 주변토지이용계획을 수립해 소음피해에 노출되는 인구와 난개발에 따른 지원예산 증가를 사전에 방지하고, 주변지역 지원 및 개발행위 제한을 안전, 소음피해 등 고려을 고려해 구역별로 차등 시행하며, 소음피해지역 주민에 대한 개별적 보상을 하지 않음으로써 공항 운영 초기에 소음영향도 높은 구역의 토지 매입, 토지이용계획 수립했다는 점에서 한국 여건과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손시권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