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푸드빌은 지난 달 회사의 캐시 카우 역할을 했던 투썸플레이스를 매각한 데 이어 인천국제공항 컨세션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 또한 부진한 직영점포 폐점에도 적극 나서는 등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CJ푸드빌이 입주한 CJ제일제당 사옥. 사진=CJ제일제당
CJ그룹과 CJ푸드빌은 일련의 과정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일 뿐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CJ 측의 입장에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분위기다. CJ그룹이 CJ푸드빌 매각을 위한 수순밞기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는가 하면 CJ푸드빌이 일부 사업 정리 후 CJ제일제당의 사업부로 편입되는 절차가 추진 중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CJ푸드빌은 뚜레쥬르 외에도 빕스, 계절밥상 등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 매각이나 CJ제일제당 사업부 편입 건이 실현되려면 CJ푸드빌의 대다수 매출과 1300여 가맹점을 보유한 제빵 프랜차이즈 ‘뚜레쥬르’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CJ그룹의 CJ푸드빌 매각설은 이미 오래전부터 흘러나온 얘기다. CJ푸드빌은 빕스나 계절밥상 등을 100% 직영체제로 운영한다는 점에서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측소나 정리를 할 수 있다”며 “문제는 뚜레쥬르다. 일부 직영점을 제외하면 대부분 매장이 가맹점이라는 점에서 가맹점주들의 의사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사업을 정리하거나 매각할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진단했다.
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CJ푸드빌은 2000년 CJ제일제당의 외식사업부가 분리돼 외식전문기업으로 탄생한 회사다. 현재의 규모로 CJ제일제당의 사업부로 흡수되는 것은 부담되니 덩치를 줄여 편입될 것이란 얘기가 CJ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며 “관건은 뚜레쥬르다. 뚜레쥬르 정도의 규모를 인수하려면 대기업이 아니면 불가능한데 이럴 경우 중소기업적합업종 문제 등 걸림돌이 적지 않아 현 상태가 장기화 될 것이란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CJ그룹은 CJ푸드빌의 구조조정을 통한 정상화 과정으로 매각 추진은 아니라고 강변하고 있다. CJ그룹 관계자는 “경기 불황으로 외식사업 침체가 불가피한 만큼 그룹 차원에서 CJ푸드빌의 구조조정을 확정했다”며 “구조조정에 따라 CJ푸드빌의 매출은 감소하겠지만 외형 성장보다 건전한 재무상태가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자회사 매각, 일부 사업 철수와 부진 점포 폐점 등으로 재무구조 개선은 물론 외식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CJ푸드빌이 출범하게 된 배경에는 이재현 회장의 의중이 강하게 반영됐다는 게 CJ그룹 안팎의 중론이다.
이재현 CJ그룹 회장. 사진=일요신문DB
이재현 회장은 경영 목표로 ‘그레이트 CJ(2020년까지 매출 100조 원)’, ‘월드 베스트 CJ(2030년까지 3개 이상 사업 세계 1위)’를 제시하고 있다. 이 회장은 CJ푸드빌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외식기업 성장으로 큰 그림을 그렸다.
CJ푸드빌의 지분구조에서도 이 회장의 애착이 엿보인다. CJ푸드빌의 최대주주는 96.02%를 출자한 지주회사 ㈜CJ다. 이 회장은 ㈜CJ의 지분을 42.07%를 보유한 최대주주이고, 개인으로도 CJ푸드빌 지분 2.56%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 회장의 구상과는 달리 CJ푸드빌은 완전자본잠식과 자금수혈 과정이 반복되는 등 재무건선성이 매우 불안한 상태다. 완전자본잠식이란 잉여금은 물론 납입자본금마저 모두 잠식돼 자본총계가 마이너스로 접어드는 것을 말한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막론하고 상장기업이 완전자본잠식에 빠지면 재무상태 불안을 이유로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CJ푸드빌이 IPO(기업공개상장)을 추진하려 해도 이러한 재무상태로는 불가능한 상태다.
CJ푸드빌은 2014년 처음으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2014년 말 연결 감사보고서 기준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145억 원으로 집계된 것이다.
완전자본잠식을 벗어나기 위해 CJ푸드빌은 2015년 12월 하나금융투자를 상대로 전환사채 500억 원을 발행해 자금을 수혈했다. 그밖에 다양한 자금 수혈 노력을 통해 CJ푸드빌의 2015년말 기준 자본총계는 플러스(+) 93억 원으로 완전자본잠식에서 일단 벗어났다.
하지만 2017년 말 기준 CJ푸드빌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37억 원으로 다시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이후 커피 프랜차이즈 ‘투썸플레이스’를 자회사로 분리한 뒤 그 지분 40%를 1300억 원에 매각하는 고육책을 썼다. 결국 CJ푸드빌은 지난해 12월말 기준 자본총계가 110억 원으로 다시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난 상태다.
CJ푸드빌은 연결기준 매출이 2013년 첫 1조 원을 돌파한 이후 2017년 1조 4275억 원으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해 1조 3716억 원으로 감소했다. 2016년에 거둔 13억 당기순이익을 제외하면 2011년 이후 거의 해마다 수백억 원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무려 1283억 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CJ푸드빌의 불안전한 재무상태는 공격적인 해외 투자 후유증 때문으로 분석된다. CJ푸드빌은 2004년부터 보유한 외식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해외에 진출시켰다. 지난해 말 기준 CJ푸드빌은 미국 2곳, 중국 6곳, 일본 1곳, 인도네시아 1곳 등 모두 10개 해외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 진출 15년이 된 지난해까지 흑자를 거둔 해외법인은 10개 법인 중 뚜레쥬르 미국 법인이 유일하다. 그것도 지난해 거둔 2800여만 원의 순이익이 전부다. 10개 해외법인 모두 2017년까지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해가 없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CJ푸드빌 관계자는 “지난해 흑자를 낸 뚜레쥬르 여세를 몰아 올해는 동남아 지역에서 흑자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 해외시장 공략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당사만 아니라 외식업계 전체에 해당하는 문제다. 국내 외식기업들은 현지화 과정과 브랜드 인지도 문제로 고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CJ푸드빌의 현재 재무상태는 CJ그룹 방침아래 무분별한 해외사업 확장에서 비롯된 것이다. 보다 면밀한 분석과 해외사업을 단계적으로 확장해 나갔다면 현재와 같은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