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소속의 이 아무개 교수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자녀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교수가 농촌진흥청으로부터 지원받은 연구사업 과제에 자녀 2명의 이름을 올리고 이를 이용해 자신이 근무하는 대학에 입학시켰다는 혐의다. 그런데 ‘일요신문’ 취재 결과 이 교수가 입학 후에도 자녀들의 학점을 지속적으로 관리한 정황이 확인됐다.
# 국가연구과제 주저자가 미성년자?
이 교수와 자녀가 공동저자로 올라간 논문은 현재까지 확인된 것만 8편이다. 그 가운데 자녀가 주저자인 논문은 3편. 모두 미성년자 시절 작성한 것이다. 2013년과 2014년 당시 고등학생 신분이었던 이 교수의 자녀들은 전북대학교 농업과학기술연구소 소속 연구원으로 논문에 등재됐다. 이 교수가 해당 연구소의 소장으로 있던 시기였다.
이 교수와 자녀가 공동저자로 올라간 논문. 자녀 2명이 전북대 소속 연구원으로 등재되어 있다. 사진=최희주 기자
문제는 이 교수의 자녀는 주연구원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농촌진흥청 농업과학기술 연구개발사업 연구개발비 관리지침에 따르면 연구원은 책임급, 선임금, 원급, 보조원급으로 나뉜다. 보조원급을 제외한 모든 연구원은 대학 이상의 과정 이수 후 해당 분야에서 적게는 2년 많게는 15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해야 한다. 학생연구원도 마찬가지다. 학사, 석사,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인 학생이거나 수료한 경우에만 학생연구원으로 인정된다. 따라서 학위가 없는 이 교수의 자녀가 연구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은 보조연구원으로 참여하거나 행정과 사무보조 등을 담당하는 연구지원부서로 참여하는 것밖에는 없다. 다시 말해 보조원급 연구원이 연구과제의 주저자로 이름을 올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이 교수가 농촌진흥청과 연구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 교수가 자녀와 함께 작성한 논문 말미에 감사의 글에는 ‘본 논문은 농촌진흥청 연구사업의 지원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는 문구와 함께 수행과제 번호가 쓰여 있다.
국가연구과제 논문 참여 실적은 고스란히 자녀의 대입 스펙으로 사용됐다. 이 교수의 자녀 2명은 각각 2015년과 2016년 입학사정관제와 수시전형으로 전북대에 입학했다. 특히 첫째인 A 씨는 이 교수가 근무하는 학과로 진학해 교수 아버지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었다.
미성년자가 국가연구과제의 주저자로 등재된 것에 대해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골라낼 방법이 없었다. 관리지침에 따르면 미성년자는 연구사업에 참여할 수 없다. 연구실적 보고서를 제출할 때는 자녀 이름을 빼고 이후 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할 때는 자녀 이름을 끼워 넣는 교수가 일부 있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아빠가 선물한 A+ 학점
이 교수의 자식사랑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입학 후에도 이 교수가 자녀들의 뒤를 봐준 정황이 포착된 것이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자녀들은 학기마다 적게는 1개, 많게는 3개씩 이 교수의 수업을 들었다. 총 수강 과목만 15개로 모두 A+ 학점이었다.
교수 아버지의 강의 일정에 맞춰 시간표를 짠 정황도 있었다. 일반적인 교육과정 순서에 상관없이 이 교수의 과목부터 먼저 수강한 것이다. B 씨가 수강한 강의 목록을 보면 대개 수강 순서가 정해진 이과 과목들이었다. 그러나 B 씨는 입학 직후부터 3학년 교과목을 수차례 수강하며 1학년 과목은 계절학기를 이용해 수강했다. 모두 아버지인 이 교수가 해당 과목을 맡았을 시기였다.
명칭만 변경해 동일과목을 중복 수강하는 방법으로 높은 학점을 받기도 했다. 이 방법은 타과에 재학 중인 또 다른 자녀 B 씨에게 유리했다. 특정 과목의 명칭이 변경될 경우 소속학과의 학생은 중복 수강이 불가능하지만 타과생의 경우 별다른 제약이 없는 까닭이다. 실제로 B 씨가 2016년 2학기 들은 ‘식물생물공학’과 2017년 1학기에 들은 ‘응용생물공학‘은 이름만 다를 뿐 같은 교재, 내용의 수업이었다. B 씨는 여기에서도 모두 A+ 학점을 받았다.
이를 두고 전북대 관계자는 “수업 내용은 물론 시험 문제까지도 유사한 경우가 많다. 보통 교수나 조교가 강의 전 출석부를 확인해 전 학기에 들었던 학생을 골라낸다. 중복수강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데 이 교수의 경우 그렇게 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담당 교수였던 이 교수가 사실상 B 씨의 중복 수강을 묵인해줬다는 것이다. 한편 이 교수는 지난해 ‘응용생물공학’을 ‘유전생물공학’으로 또 한 차례 바꿨다.
15일 이 교수의 해명을 듣기 위해 연구실을 찾았으나 만날 수 없었다 사진=최희주 기자
’일요신문‘은 이 교수의 해명을 듣기 위해 전북대를 방문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연구실에도 이틀내내 출근하지 않았다.
전북대학교는 유감을 표했다. 전북대학교 홍보실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들이 사실이라면 유감이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 학교에서 조사위원회를 꾸려 진상 조사를 하고 있고 경찰 조사도 진행 중이다. 조사가 끝나는 대로 결과에 따라 징계위원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5월 13일 교육부가 발표한 대학별 미성년 자녀 공저자 논문 조사 현황에는 전북대가 빠져있었다. 다만 교육부는 부실학회 참가자 및 교수 미성년 자녀 논문 건수가 높은 15개 대학을 대상으로 특별 조사를 실시하는데 전북대가 여기 포함됐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