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명동에 위치한 빗썸 비트코인 거래소를 보고 있는 한 시민. 사진=임준선 기자
암호화폐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암호화폐 봄이 왔다. 대세적 상승기로 진입했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암호화폐 특성상 워낙 변동성이 큰 만큼 상승세가 보이기 시작하면 전고점인 약 3000만 원까지 내달릴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는 셈이다.
여의도 한 투자 전문가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모회사인 ICE가 추진하는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백트에서 곧 비트코인 선물 계약 거래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같은 소식에 투자자들이 미국에서도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가 제도권에 편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됐고 암호화폐가 상승세를 타게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암호화폐 업계에선 시간이 흐르면서 어느 정도 자정작용이 일어났다. 아직 많이 남아 있지만 퇴출될 코인도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상장폐지를 통해 많이 퇴출됐다. 또한 블록체인 기술이 실제 생활에 접목할 수 있는 분야를 꾸준히 찾고 있고 적용도 되고 있다”면서 “미중 무역분쟁, 달러 환율 급등 등 여러 요소와 맞물려 다시금 상승장이 열렸다고 생각한다. 이번 상승장이 대세로 이어진다면 이는 과거와는 조금 다른 ‘비트코인 2.0’이라고 불릴 만하다”고 말했다.
전체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급상승하면서 ‘봄이 왔다’는 분위기지만 시장 한쪽에서는 전혀 다른 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과거 폭등했을 때 코인을 이용한 사기가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서야 속속 사건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코인을 이용한 피해자들은 ‘1년 넘게 믿고 기다렸는데 이제서야 사기인 걸 깨달았다’며 법적 조치에 나서고 있다. 또한 ICO(암호화폐 공개)를 한 뒤 약 1~2년이 지나면서 ICO로 조달한 자금이 대부분 소진될 타이밍이 됐고 이 타이밍은 이더리움 가격이 10분의 1이 되면서 더욱 빨리 도래했다는 분석이다.
사기 종류도 다양하다. ‘파이낸셜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북 안동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설립해 투자자를 유치한 뒤 거액을 들고 잠적한 일당에 대해 구속영장이 신청되기도 했다. 다만 영장이 검찰 단계에서 반려돼 추가 증거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인트비트 대표 A 씨는 ‘글로벌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할 것’이라며 투자금을 끌어모은 후 잠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A 씨를 고소한 피해자가 현재까지 100여 명이며 피해 금액은 약 32억 원에 이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암호화폐 업체 대표는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15일 한 암호화폐 업체 대표 B 씨가 암호화폐 사업 때문에 빚이 늘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B 씨는 직원 2명과 술자리를 갖고 ‘사업을 정리할 테니 갈 길을 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국내 ICO 1호 코인으로 유명한 보스코인이 다시 투자금을 모집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보스코인 개발사 블록체인OS는 “보스코인 지원을 위한 모금을 진행하고자 한다”며 “대표 및 이사들이 보유한 보스코인(BOS) 1000만 개를 담보로 투자자들에게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이오스(EOS) 리플(XRP) 등 암호화폐를 최대 2개월간 빌리겠다”고 밝혔다. 이미 ICO를 한 차례 진행한 블록체인 업체가 운영자금이 없다며 다시 투자금을 모집하는 건 이례적이었다.
한 암호화폐 투자자는 “보스코인이 ICO로 이더리움을 받았을 때는 최소한 100만 원은 넘었을 텐데 지난해 이더리움 가격이 10만 원까지 떨어지면서 받은 투자금이 10분의 1이 됐기 때문에 운영자금이 모자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그럼에도 이미 한 번 투자를 받았는데 돈이 없다고 다시금 달라고 하면 해당 블록체인 프로젝트 자체에 회의가 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앞서의 암호화폐 전문가는 “암호화폐는 규정이 아직 제도권 수준으로 돼 있지 않은 만큼 투자할 때 더욱 조심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투자하고 싶다면 가급적 검증된 암호화폐와 대형 거래소 중심으로 투자해야 한다. 대형 거래소가 아니면 해킹을 막기 위한 보안 비용 등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