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6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KIA 타이거즈 지휘봉을 내려놓은 김기태 감독. 사진=연합뉴스
[일요신문] 결국 KIA 타이거즈 김기태 감독이 선수단과 작별을 고했다. 16일 KT위즈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사퇴를 발표했던 김 감독은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로 떨어진 팀 성적에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김 감독은 지난해부터 팬들의 비난에 직면했다. 임창용과의 재계약 불발에 따른 팬들의 성난 여론은 야구 커뮤니티에 김 감독 사퇴를 촉구하는 비난 게시물로 확전됐다. 심기일전해서 올 시즌을 준비했지만 주축 선수들의 잇단 부상과 최근 일부 선수들의 무기력한 플레이에 충격을 받은 그는 더 이상 팀을 이끌 수 없다고 판단했고, 결국 시즌 중 자진 사퇴로 마무리했다.
이와 관련해서 장성호(KBSN스포츠) 해설위원은 “모든 걸 김기태 감독 혼자 짊어지고 떠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중심을 이뤄야 할 3명의 외국인 선수가 제 역할을 해주지 못했고 이범호, 한승혁, 김세현, 윤석민 등이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이런 부분이 결국에는 김 감독을 낙마시킨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또한 ‘동행 야구’ ‘형님 리더십’을 표방한 감독이 임창용을 내보내고 취임 초기에 이대형을 kt 위즈에 내줄 보호 선수에서 제외하며 팀을 떠나도록 한 것도 문제였다. 김 감독의 말과 행동이 다른 부분에 대해 팬들이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김 감독이 시즌 중에 감독직에서 물러난 게 벌써 두 번째라는 점이다. 이전 LG에서도 시즌 초 갑자기 사퇴하면서 팀을 떠났고, 이번에도 시즌 전반기에 사퇴 카드를 내밀며 선수단을 떠났다. 이런 선택은 앞으로 더 이상 프로야구 지도자로 돌아오기 어렵다는 걸 의미한다. 결국 김 감독이 쌓은 지도자 명성에 큰 흠집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정준(SBS스포츠) 해설위원은 김기태 감독의 사퇴 배경에는 코치들과 베테랑 선수들이 감독 그늘 안에 머물며 각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기태 감독 혼자 역부족이었을 것이다. 기존의 선수들은 자기 권리만 주장하며 머물러 있었고, 코치들도 그런 선수들을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 감독 혼자 변화를 주려고 노력했지만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견디지 못한 김 감독이 모든 걸 내던지고 팀을 나갔지만 감독이 떠났다고 해서 KIA 문제가 쉽게 해결되기란 어려울 것이다.”
장성호 위원은 박흥식 감독대행이 남은 시즌 동안 선수단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구심점을 이룰 선수들이 제역할을 못한다면 과감한 선수 기용으로 변화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 김주찬, 이범호 등 주전 선수들이 성적을 내지 못할 경우 2군에서 신인 선수들을 올려 선수단 전체를 흔드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정준 위원도 “제몫을 해줘야 할 선수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팀은 기능하기 어렵다”면서 KIA 베테랑 선수들의 각성을 요구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