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트래빗 거래소 대문이 서버 점검 중으로 바뀌었다. 20일 현재 다시금 정상 작동 상태로 돌아왔지만 투자자들의 걱정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중견 암호화폐 거래소로 꼽혔던 트래빗이 갑작스럽게 파산을 신청했다. 트래빗은 ‘2019년 5월 15일 낮 12시까지만 운영하겠다’는 공지를 내면서 결국 서비스가 중지됐다. 현재 트래빗은 ‘서비스 점검. 점검 내용 : 서버 안정화’란 화면 이외에는 어떤 내용도 찾아 볼 수 없다. 트래빗의 갑작스런 사건은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트래빗 피해자 A 씨는 2000만 원가량을 트래빗 거래소에 묶인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A 씨는 “코인어스라는 코인을 구매하기 위해 트래빗을 썼다. 코인어스가 상장된 거래소 중에서는 트래빗이 가장 규모가 컸기 때문이다”라면서 “그런데 지난해 12월부터 갑자기 원화 출금이 정지되면서 뭔가 느낌이 이상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당시 트래빗은 “보이스 피싱 피해가 생겼고 벌집 계좌(암호화폐 거래소 계좌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불리는 이름)가 막히면서 계좌 개설 제한으로 원화 입출금 서비스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면서도 “곧 해결될 것”이라고 투자자를 달랬다고 한다. 하지만 이 같은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투자자들은 원화 거래가 중지되면서 암호화폐로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매수하기 시작했다.
입출금이 중지되면서 트래빗 거래소는 ‘갈라파고스’ 현상을 겪게 된다. 입금은 안되는데 모든 투자자들이 암호화폐를 구매하기 시작하면서 트래빗 거래소 내에서 비트코인은 8000만 원 이상 오르게 된다. 당시 600만 원선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에 비춰볼 때 12배 이상 비싼 가격에 사야 했던 셈이다. 그럼에도 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가치가 1/12가 되는 것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최근 파산을 앞두고 더 커졌다. 그나마 되던 암호화폐 출금조차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고 트래빗 측은 “15일 정오까지 암호화폐 출금을 신청해야 하고, 신청자에 한해 15일 이후 순차적으로 출금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하지만 출금 요청 이후 1/12이라도 건져보려고 기다리던 투자자들의 기대와 달리 트래빗은 서버 점검으로 폐쇄된 상태로 변했고 출금 요청에도 답은 없는 상태다.
앞서의 트래빗 피해자 A 씨는 “솔직히 출금 요청을 하면서도 기대가 크게 되진 않았다”며 “파산 신청 이후에 돈을 못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실제로 서버 점검으로 화면이 바뀐 상태가 지속되면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한 암호화폐 전문가는 “암호화폐를 투자할 때는 무조건 대형 거래소를 이용해야 한다. 대형 거래소는 아무래도 중소형 거래소와 달리 보안 비용에 투자하는 돈이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면서 “국내 거래소보다도 ‘바이낸스’나 ‘비트 파이넥스’ 등 해외 대형 거래소를 추천한다”고 조언했다.
이어서 이 전문가는 “이번 트래빗 파산은 중견 거래소 급에서도 언제든 한 순간에 파산할 수 있다는 신호로 투자자들이 받아들였다”며 “최근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봄이 온다’는 말이 있는데 이 같은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