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사진=연합뉴스
21일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희토류 수입은 산업계 수요에 따라 증가하는 추세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희토류 의존도는 2014년부터 2017년까지 5분의 4에 달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설명했다. 중국은 작년에 희토류 12만t을 채굴해 세계 생산량의 72%를 차지할 정도로 독점에 가까운 지위를 누리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전체 희토류 수출 가운데 30%를 차지해온 주요 고객이다.
상호의존도가 높은 만큼 희토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폭탄을 비껴가기도 했다. 앞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자국 필요에 따라 중국산 제품 가운데 희토류에는 25% 관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미국도 희토류를 생산하고 전 세계 생산량의 9%를 차지하는 3위 생산국이지만, 중국과 비교하면 생산량과 매장량에서는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의 작년 국가별 희토류 생산량 현황을 보면 호주(2만t·세계 전체의 12%), 미국(1만5000t·9%), 미얀마(5000t·3%), 인도(1800t·1.1%) 등이 중국의 뒤를 따르고 있다.
국가별 매장량에서도 중국은 4400만t으로 전 세계의 37.9%를 차지하고 있다. 그다음은 브라질, 베트남(이상 2200만t·18.9%), 러시아(1200만t·10.3%), 인도(690만t·5.9%), 호주(340만t·2.9%), 미국(140만t·1.2%) 등의 순서였다.
중국이 압도적 위치를 차지하는 만큼 중국산 대체 수입국을 찾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중국산 희토류 수입이 줄어든다면 미국이 부족분을 채울 수는 있겠으나 생산량을 늘리는 데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희토류는 희소한 광물의 종류라는 뜻을 지니고 있으나 실제로는 금이나 은처럼 희귀하지는 않다. 이들 17개 광물은 자성이 강하거나 광학적인 특질이 있어서 전자제품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효용이 있다.
급격한 경제성장으로 세계 시장의 거대 공급자이자 수요자로 입지를 굳힌 중국은 점점 더 자주 수출입을 무기로 휘두르고 있다.
이 가운데 중국이 가장 먼저 거론하는 품목이 사실상 독점 중인 희토류다. 중국은 2010년 동중국해에서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 열도를 두고 일본과 갈등이 심화했을 때 일본에 희토류 수출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희토류 보복’ 가능성은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대변하거나 정치적 메시지를 보내는 역할을 하는 관영 신화통신의 20일 보도에서 나왔다. 매체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장시성에 있는 희토류 공장을 방문하고 ‘대장정’기념탑을 참배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시진핑 주석이 기념탑 참배 과정에서 ‘대장정 정신’을 언급했다고 전했다. 대장정은 시련의 시기에도 단결하는 중국 공산당을 상징하는 ‘메타포’다.
대장정은 당초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의 공격을 피해 달아나는 행군이었다. 그러나 공산당은 도망가는 와중에도 농촌에서 토지를 무상몰수 무상분배해 인민들의 신임을 얻었다. 대장정이 끝날 무렵, 농민들의 열렬한 지지로 전세는 역전돼 있었다. 결국 공산당은 국민당을 굴복시키고 중국을 통일할 수 있었다.
대장정 출발 당시 장정에 참여한 홍군(紅軍, 공산당군)은 8만 6000명이었다. 대장정이 끝났을 때 홍군은 8500명에 불과했다. 중국 혁명을 서방에 처음으로 소개한 미국의 언론인 에드가 스노가 “한니발이 알프스를 넘어 로마를 공격한 것은 산보에 지나지 않는다”고 평가했을 정도로 대장정은 인류역사에 유례가 없는 행군으로 평가된다.
시진핑 주석이 희토류 공장을 방문한 곳이 바로 대장정 출발지였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시 주석과 류 부총리의 행보를 중국이 미국과의 희토류 거래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경고로 해석하고 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