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디자인 업체 Z 사는 최근 SNS를 통해 “(올리브영이 진행한 광고를 보면) 그림이나 엽서세트 등 우리의 작업들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같은 도구, 선의 굵기로 그린다면 비슷한 스타일의 그림이 나올 수 있지만 법적 문제가 없다고 비슷하게 한 것이라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Z 사는 이어 “그림 어디에도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으나) 작가 표시도 돼 있지 않고, 비슷한 스타일의 그림으로 같은 시기에 같은 굿즈(상품)를 선정해 배포한다는 사실은 악의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Z 사가 언급한 ‘같은 굿즈’는 피크닉매트(돗자리)다. Z 사는 수개월 전부터 한 편의점 업체와 협업해 피크닉매트를 비롯한 ‘피크닉 세트’ 디자인을 맡았고, 해당 편의점에서 현재 구입이 가능하다. 공교롭게도 올리브영 역시 최근 피크닉매트 관련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Z 사는 올리브영 피크닉매트 행사 포스터에 있는 그림 디자인이 자사 디자인과 비슷한 그림체라고 주장한다.
Z 사가 디자인한 한 편의점 업체의 피크닉세트(위)와 올리브영의 피크닉매트 행사 포스터(아래). 사진=각 사
이후 Z 사는 SNS에 올리브영과 관련한 두 번째 게시글을 올렸다. Z 사는 “스타일만 문제 삼는 것이 아니라 그림체, 소재, 한글 글씨체 이 세 가지 요소가 모두 비슷했기에 우연히 비슷할 수 있다고 해도 어떻게 해명을 부탁할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지인이 올리브영 측에 문의를 했는데 올리브영 측으로부터 그림체는 저작권이 아니며 표절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받았다”고 전했다.
Z 사는 이어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비슷하다는 문의가 들어온 이후 5월 프로모션에 콜라보레이션(협업)한 스튜디오의 이름을 찾아보기 힘들게 만든 점이 문제”라며 “제품에는 써있다고 하지만 우리가 본 배너나 웹페이지 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즉, Z 사가 문제제기를 한 후 올리브영 측이 피크닉매트를 디자인한 업체를 표기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Z 사가 언급했듯 그림체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올리브영이 법적 처벌을 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김형진 법무법인 ‘정세’ 변호사는 “그림체의 경우 화풍이라고 할 수 있는데, 화풍은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패션 같은 경우에도 업체들이 유행에 따라 비슷한 옷을 출시하는데 이런 경우에도 저작권이 없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H&B 업계 1위인 올리브영이 타사의 그림체와 글꼴, 판매 상품까지 표절한 게 사실이라면 윤리적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그렇지만 CJ올리브네트웍스 측은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해 무작정 비판하기는 이르다.
CJ올리브네트웍스 관계자는 “우리와 협업한 디자인 업체에 문의해보니 해당 그림체가 최근 마케팅 쪽에서 많이 쓰이는 아트 기법이라고 했다”며 “메인 테마라거나 구도, 캐릭터의 외형적 특징, 헤어스타일 등 세부사항이나 색상에서 모두 Z 사와는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5월이 가정의 달이나보니 매년 5월이면 피크닉매트를 출시해 왔다”며 “협럭사와 협의 하에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경우에 따라 노출을 하지 않은 부분도 있지만 매장 BGM을 통해 우리와 협업한 스튜디오를 계속 안내하고 있고, SNS에서도 해당 스튜디오를 계속 노출하고 있다. 우리도 해당 스튜디오를 적극적으로 노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Z 사 관계자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아직 CJ올리브네트웍스 측에서 우리에게 공식 대응을 하지 않아 지금 단계에서는 입장을 내기 어렵다”며 “대응을 받으면 추후 한 번 더 공지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