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센은 씨수말 순위 3위를 기록했지만 여러 데이터를 고려했을 때 가장 이상적인 씨수말이다. 사진=한국마사회
4월 25일 현재 출전자마 숫자에선 메니피가 한센에 비해 20두 이상, 출전횟수에선 무려 100회 이상 차이가 날 만큼 압도하고 있어서 세 씨수말 간의 3파전 양상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5월 셋째 주 현재 씨수말 판도는 이 세 마필의 뒤를 이어 컬러즈플라잉, 록하드텐, 테스타마타, 사이먼퓨어, 선더모카신, 포리스트캠프, 피스룰즈 등의 순으로 탑10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주에는 이들 탑10 씨수말의 자마들이 과연 언제부터 성적을 내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혈통전문가들이 자주 말하는 조숙형 혹은 만숙형 씨수말이 과연 맞는지 실전 데이터를 통해 검증해본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일치하는지도 매우 궁금하다. 참고로 이번에 공개하는 데이터는 2016년부터 최근까지의 실전 데이터만 반영된 것임을 밝힌다.
결론부터 말하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씨수말은 대체로 조숙형 자마들을 배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세, 3세 때의 성적이 그 이후에 비해 좋거나 비슷했다. 만숙형이라 부를 만큼 확연하게 다른 수치를 보인 말은 테스타마타 한 마리뿐이었다. 테스타마타 자마들은 2세 때(연승률 29%)보다는 3세 때(41%), 3세 때보다는 4세 때(61%)의 성적이 훨씬 좋았다. 물론 씨수말로 데뷔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5세 자마들이 없다는 점 등에서는 좀더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주목해볼 만한 대목임에는 분명하다.
먼저 씨수말 순위에서 1위인 메니피부터 살펴보자. 메니피의 자마들은 2세마 시절엔 복승률 36% 연승률 46%, 3세마 시절엔 복승률 31% 연승률 42%, 4세마 때엔 복승률 18% 연승률 29%를 보였고, 5세마 이후에는 8% 13%의 입상률을 각각 보였다. 데이터만 본다면 조숙형인 것은 확실하고 3세마 때도 강한 경쟁력을 보인다는 걸 알 수 있다. 다만 4세마 때는 한센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입상률이 떨어지고 5세 이상 데이터는 평범한 수준에도 못 미칠 만큼 수직으로 곤두박질 쳤다. 그동안 이 말이 최강 씨수말이었나 싶을 만큼 성적이 저조하다.
경주마는 일찍부터 상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오랫동안 활약하는지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한데 이 데이터만 본다면 메니피의 자마들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실망스럽다. 물론 한창 때 상금을 많이 벌기 때문에 과소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경주마로서 ‘롱런’을 기대할 수 있는 자마들이 많지 않다는 결론은 가능하다.
랭킹 2위의 엑톤파크도 상황은 비슷했다. 물론 메니피보다는 하강곡선이 완만했지만 나이가 들수록 모든 데이터가 나빠졌다. 2세 때 복승률이 29%, 연승률이 40%, 3세 때는 27%, 39%, 4세 때는 16%, 28%, 5세 이상 때는 9%, 15%를 각각 보였다.
메니피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는 신예 씨수말 한센은 어떨까. 한센의 자마들은 2세 때는 복승률 38%, 연승률 47%를 기록했는데, 3세 때는 이보다 조금 낮은 복승률 32%, 연승률 44%를 기록했다. 4세 때는 복승률 31%, 연승률 43%로 3세 때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씨수말 데뷔연도가 짧아 5세 자마들이 거의 없다는 게 아쉽지만 현재까지의 데이터만 본다면 2세 때부터 일찌감치 뛰어주기 시작해 나이가 들면서 좀더 강인해져 그 성적을 그대로 유지하는 유형이라고 해도 괜찮을 듯싶다.
경주마를 구매하는 마주나 조교사의 입장에선 한센은 가장 이상적인 씨수말인 셈이다. 한센의 부마인 태핏의 자마들, 그러니까 한센의 형제인 씨수말들도 다 비슷한 유형의 자마들을 배출하는 만큼 데이터적인 검증을 떠나서 추론적인 의미에서는 5세 이상이 돼도 상당한 신뢰감을 준다고 하겠다.
씨수말 순위 4위에 올라있는 컬러즈플라잉의 자마들은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보였다. 2세 때부터 5세 이상 때까지의 복승률과 연승률은 25% 33%, 23% 33%, 14% 22%, 12% 20%를 각각 보였다.
3세에서 4세가 된 이후 약간의 하향곡선을 그리긴 하지만 나이가 차면서 좀더 강한 상대를 만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수긍이 되는 데이터다. 무엇보다 5세 이후에도 4세 시절과 거의 비슷한 데이터를 보인다는 점에서 메니피나 엑톤파크의 자마들에 비해서 좀더 오래 뛰어준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물론 하위군에서 ‘가늘고 길게’ 활약하는 것과 상위군에서 ‘짧고 굵게’ 활약하는 것과는 질적인 면에선 다르기 때문에 좀더 세밀한 분석이 필요하겠지만 이 점은 데이터가 너무 빈약해 검증은 어렵다.
5위인 록하드텐의 자마들은 복승률에서는 2세 때와 3세 때가 공히 17%, 4세 때가 7%, 5세 이상 때는 12%의 입상률을 보였고, 연승률에서는 27%, 28%, 16%, 19%를 기록했다. 4세 때가 생각보다 저조한 부분이 다른 씨수말과 다른 점이고 그 밖의 연령대는 비슷하다.
씨수말 랭킹 6위인 테스타마타는 앞서 거론했기 때문에 생략한다. 자세한 데이터는 표를 참조하기 바란다.
7위인 사이먼퓨어의 자마들은 복승률과 연승률에서 공통된 흐름을 보이는데, 2세 때(복:26%, 연:35%)부터 뛰어주긴 하지만 가장 성적이 좋은 연령 구간은 3세 때(복:29%, 연:40%)다. 4세 때(복:14%, 연:26%)부터 가파른 하락세를 보이고 5세 때(복:5%, 연:11%)는 성적이 더 나빠진다. 메니피와 비교할 때 질적인 면에서 큰 차이가 있긴 하지만 연령대별 흐름은 거의 흡사하다.
8위 선더모카신은 현재 4세 자마들까지만 활약하고 있는데 2세 때(복:30%, 연:43%)와 3세 때(복:30%, 연:44%) 뛰어난 활약을 보이다 4세 때(복:10%, 연:19%) 성적이 두드러지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였다. 4세 자마들 숫자가 적기 때문에 아직은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통계는 아니지만 일단 참고는 될 듯싶다.
2010년에 씨수말로 데뷔, 비교적 오랫동안 활약해온 랭킹 9위의 포리스트캠프의 자마들은 2세 때(복:28%, 연:37%) 성적이 가장 좋았고, 3세 때(복:22%, 연:33%) 조금 떨어지다 4세 때(13%, 19%) 두드러지게 하향세를 보였으며 5세 때(6%, 10%) 성적이 가장 나빴다. 큰 차이는 없지만 2세 때가 성적이 가장 좋았다는 점에서 ‘확실한 조숙형’이라고 결론 내릴 만하다.
마지막으로 씨수말 랭킹 10위로 턱걸이한 피스룰즈의 자마들은 상당히 안정된 데이터를 보였다. 2세 때(복:22%, 연:32%)와 3세 때(복:23%, 연:34%)가 비슷했고, 4세 때(복:15%, 연:25%)와 5세 때(복:14%, 연:23%)가 비슷했다. 4세 때까지 건강하게 활약을 해온 말들은 대체로 5세 이상까지도 안정적인 활약을 해준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