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10주년 추도식을 앞두고 ‘새로운 노무현’이라는 이름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정의당이 민주당의 대통령의 이름을 내걸은 그 배경에 눈길이 쏠린다. 사진= 정의당 홈페이지 캡처.
정의당은 최근 서울 광화문에 노란색 플래카드를 걸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새로운 노무현’ ‘정치개혁‧사법개혁으로 반칙과 특권 없는 나라 만들겠습니다’ ‘정의당’ 등의 내용이었다. ‘새로운 노무현’이란 문구는 23일 열린 노 전 대통령의 10주기 추도식의 주제다. 노무현재단 관계자는 ‘새로운 노무현’에 대해 “노무현의 가치와 철학을 계승한 우리 모두가 새로운 노무현으로 사람 사는 세상의 꿈을 이어가겠다는 약속이자 다짐”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홍보물은 처음이 아니다. 정의당은 4년 전에도 ‘故 노무현 대통령 6주기 추모’ ‘노무현 정신 정의당이 올곧게 계승하겠습니다’는 내용의 플래카드를 내건 바 있다. 광화문에 등장한 이 플래카드를 두고 네티즌과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 의아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트위터에서 한 네티즌은 “뜬금포로 노무현 정신을 이야기하니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주당 의원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그렇게 애도의 뜻을 밝혀주는 건 고마운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모든 정치인의 언행에는 정치적 의도가 있는 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우리 당도 ‘노무현 팔이’를 안 하는데, (왜 노 전 대통령과) 관계없는 정의당이 ‘노무현 팔이’를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후원 등의 이유로 홍보하는 것도) 정치적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정의당은 이 플래카드에 대해 ‘노무현재단 후원의 일환’이라고 밝혔다. 정호진 정의당 대변인은 “노무현재단은 ‘노무현 전 대통령 10주기 추도식’을 앞두고 권역별로 시민문화제를 진행한다. 이 시민문화제에 정의당이 후원을 하게 됐다”며 “노 전 대통령이 선거제도 개혁 관련해선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선진적인 입장을 내비쳤다”고 평가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정의당은 문재인 정부나 민주당이 선거제도, 사법개혁을 추진한다면 언제든지 협력하고 연대할 것이며, 개혁에 뒷걸음치면 가차없이 비판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물론 당 대표를 지냈던 심상정 의원의 과거 발언들을 비춰봤을 때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나온다. 심 의원은 2007년 17대 대선에 민주노동당 대선주자로 출마하며 노 전 대통령을 강하게 성토했다. “(노무현은) 민주화를 추락시킨 장본인”, “노무현의 정치는 실패했다. 그래서 많은 서민들이 그 배신으로 한나라당으로 갔다”, “국민은 노 대통령에게 환멸을 느낀다” 등의 강성 발언을 내뱉은 바 있다.
하지만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한 정당이 아닌,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진취적이고 깨끗하고 따뜻한 사람의 상징 아니겠나. 모든 사람들이 추모하고 보고 싶어 한다”며 “정의당도 ‘새로운 노무현’으로 거듭나는 의미를 되새긴 것 같다. 순수하게 보면 좋겠다”고 밝혔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도 “‘정의당이 노무현을 팔아먹는다’는 말은 정의당을 폄훼하는 것이다”며 “민주당이 ‘노무현이 우리 당 건데’라고 말하는 건 속 좁은 행동이다. 국민들 가슴 깊이 남아 있는 그를 두고 어느 당에서 이래라저래라 할 수도 없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