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각각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와 메디톡신을 국내에서 제조해 판매하고 있다.
대웅제약 나보타(왼쪽)와 메디톡스 메디톡신
이런 가운데 jTBC는 지난 16일 메디톡스가 제품화하는 과정에 만들어진 생산 공정자료를 입수해 제조번호를 임의로 바꾸고 실험용 원액을 쓰는 등 생산공정을 조작한 정황을 포착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메디톡스는 2006년에 처음 메디톡신를 생산할 당시 생산현황 자료를 근거로 같은 해 6월까지 18차례, 모두 4만 7000여 개를 생산했는데 이중 폐기된 제품이 1만 6000여 개에 달했다.
그런데 메디톡스는 불량품 발생 원인을 밝힐 때까지 생산을 중단해야 하지만 19번째부터 4차례 생산된 제품들의 비고란에 기존 폐기 제품들의 번호가 나란히 적혀 있어 폐기된 제품번호들을 정상 제품 번호와 바꾼 것이란 의혹이 제기된다.
더욱이 안전성 논란이 제기되는 실험용 원액을 사용해 만든 제품 일부가 국내는 물론 국외까지 유통됐다는 정황도 제기됐다. 당시 식약청장을 주주로 끌어들여 허가에 도움을 받았다는 의혹도 드러나고 있다.
이에 메디톡스는 보도가 사실과 다르며 생산공정 조작 의혹이 경쟁사인 대웅제약의 음해라고 해명했다.
메디톡스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내놓은 입장문에서 “메디톡스는 자사 보툴리눔 톡신 제제 생산과 관련해 어떤 위법 행위도 없었음을 재차 강조한다”며 “(jTBC 보도) 해당 제보자는 대웅제약과 결탁한 메디톡스의 과거 직원이며 메디톡스 균주를 훔쳐 불법 유통을 한 범죄자로 제보 자체의 신뢰성에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대웅제약은 소송의 본질을 흐리려는 악의적인 행위를 중단하기 바라며 메디톡스는 금번 보도와 관련해 문제가 발견된다면 모든 책임을 질 것이다”라고 밝혔다.
메디톡스 입장에 대해 언론보도의 진위를 놓고 제보자를 의심하는 쪽으로 화살을 돌려 물타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이에 대해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제품 제조와 허가 등과 관련된 보도 내용은 대웅제약과는 전혀 연관성이 없다”며 “메디톡스는 관련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판단한다면 보도에서 제기된 의혹들에 대해 명확히 해명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이 보톡스 균주를 훔쳐가 제품을 개발했다고 주장하면서 두 회사의 싸움은 본격화됐다.
이들의 싸움은 ITC(미국국제무역위원회)가 지난 8일 대웅제약에 나보타의 균주와 관련된 서류 일체를 메디톡스가 지정한 전문가에게 15일까지 제출하라고 명령한 후 더욱 격렬해지는 양상이다.
ITC의 증거수집 행정명령을 두고 두 회사는 자사에 유리한 설명들을 잇달아 내놓으며 업계의 혼란을 야기했다.
또한 국내 법원 역시 ITC의 판결을 주목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질 경우 사업을 이어가려면 메디톡스에 로열티를 지급하지 않으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그간 메디톡스가 질 경우 대웅제약의 강력한 반격이 예상된다.
두 회사의 싸움은 정말 끝까지 가고 있다.
장익창 기자 sanbad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