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2회 칸 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 ‘기생충’이 5월 22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개된 직후 나온 평가다. 빈부 격차의 사회적 계급 문제를 블랙코미디로 완성해 3000여 관객의 열렬한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에 수상 가능성이 더욱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단연 독창적인 언어로,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의 힘을 과시한 것은 물론 스타일은 진일보했고 주제 의식은 더 뚜렷해졌다.
사진 제공 = CJ엔터테인먼트
칸 국제영화제 현지에서 얻는 호평은 ‘기록’으로 이어지고 있다. ‘기생충’은 칸 국제영화제가 공식 소속지인 ‘스크린데일리’로부터 4점 만점에 3.4점을 받았다. 미국과 프랑스 등 10개 매체 소속 평론가가 매긴 별점으로, 24일 기준 가장 높은 평점이다. 물론 높은 평점이 꼭 수상 성과로 이어지는 건 아니지만 칸에서 ‘기생충’을 향해 형성된 뜨거운 반응을 짐작게 하는 기록임은 분명하다. 칸에서의 호응에 힘입어 150여 개국 판매 성과까지 거뒀다.
# “‘살인의 추억’ 이후 봉준호의 가장 성숙한 사회의 반영”
칸 국제영화제 메인 상영관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진행된 ‘기생충’ 공식 상영에서는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 이선균, 조여정, 최우식 등 주연 배우들이 극장에 등장하자마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기대감의 반영이었다. 달아오른 분위기는 131분의 상영 시간 내내 가라앉지 않았다. ‘기생충’을 “가족 희비극”으로 규정한 감독의 설명처럼 블랙코미디로 무장한 초반부에는 객석에서 끊임없이 웃음이 터졌다. 중반 이후 작품의 주제가 조금씩 드러나면서 객석은 팽팽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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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은 기택(송강호 분)의 장남(최우식 분)이 젊은 사업가(이선균 분)의 집에 고액과외 교사로 들어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전부 ‘백수’인 기택의 가족이 부유한 이선균 가족과 교묘하게 얽히는 과정을 통해 계급 사회의 단면을 상징적으로 그려냈다. 외신 평가도 고무적이다. 할리우드 리포트는 “2003년 ‘살인의 추억’ 이후 봉준호의 가장 성숙한, 한국 사회 현실에 대한 발언”이라는 평을 내놨다. 버라이어티도 “봉준호가 가장 뛰어난 형태로 돌아왔다”고 반겼다.
상영 직후 객석에서는 어김없이 기립 박수가 터져 나왔다. 칸 초청작에 대한 객석의 기립 박수는 제작진에 대한 예우 차원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자발적인 ‘리듬 박수’가 터졌고, 환호까지 보태졌다. 영화에 대한 높은 만족도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이다. 다섯 번째 칸을 찾은 봉 감독은 티에르 프레모 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과 포옹한 뒤 마이크를 건네받고 “밤이 늦었으니 모두 집으로 돌아가자!”며 위트 있는 소감으로 웃음을 안겼다. 역시 네 번째 칸에 초청된 송강호 역시 여유를 잃지 않았다. 이선균, 조여정, 이정은 등 칸 국제영화제를 처음 경험하는 배우들은 감격한 듯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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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년 ‘영화 동지’가 함께 이룬 성취
봉준호 감독과 배우 송강호는 ‘영화적 동지’로 불릴 만하다. 2002년 ‘살인의 추억’ 촬영으로 처음 만난 뒤 햇수로 18년 동안 한국영화의 도전과 변화를 이끌어왔다. 네 번째 만남인 ‘기생충’으로 새로운 시작을 알리고 있다.
칸에서 만난 송강호는 “‘기생충’에 대한 특별한 예우와 대우를 느낀다”며 “뿌듯하다. 지난 10년간 쌓은 한국영화에 대한 해외의 신뢰,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감을 느낀다”고 자부했다. 그는 봉준호 감독과 작업에서 늘 새로운 결실을 맺는다. 안주하지 않는 감독과 동시대를 살아가는 것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봉준호는 영화예술가로서 자긍심과 자부심을 주는 존재이지만 더 중요한 건 내가 정체되지 않게 하는 존재”라고 짚은 그는 “날 깨어있게 하는 파트너로서 20년간 자랑스러운 자극이 됐고, 동어 반복이 아닌 늘 다른 세계를 추구하는 그를 보면 내가 부끄러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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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부정적 의미가 짙은 영화의 제목을 정하는 과정도 들려줬다. “비하의 의미로 받아들이면 어쩌나, 약간의 두려움 속에서 주변에 ‘마음껏 제목을 제안해 달라’고 했다”는 그는 “‘해피 투게더’도 있었지만 왕자웨이(왕가위)의 작품도 있고, 또 ‘살인의 추억’ 때 이미 제목으로 신랄한 비판을 들어 ‘기생충’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제 관심은 수상 여부로 향한다.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은 한국시간으로 26일 새벽에 진행된다. 송강호는 “네 차례 칸에 왔고 그중 세 편은 경쟁 부문에서 공개했지만 이렇게 열광적인 반응은 처음 접해본다”며 “경쟁 부문 상영 때 객석에선 보통 ‘어떻게 만들었나’ 긴장하고 지켜보는 분위기가 역력한데, 이번엔 확실히 달랐다”고 했다. 가족과 함께 칸을 찾은 그는 폐막까지 봉준호 감독과 현지에 머문다.
기대가 높아지자, 봉준호 감독은 베를린 등 해외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경험을 꺼냈다. “최후 30분간 심사 결과가 바뀌거나, 심사위원 한 명이 유난히 고집이 강해 특정 영화를 반대하는 등 별의별 경우가 다 있다. 상을 받지 않았다고 영화의 가치가 없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칸(프랑스)=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