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이동주권을 보장하겠다며 승차거부 없는 강제배차 앱 ‘S택시’를 내놓은 서울시의 결정에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시가 오는 29일부터 승차 거부를 할 수 없는 택시 호출 앱 S택시의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다. 손님이 스마트폰으로 앱을 실행하면 근방 1km 안에서 원하는 택시를 직접 선택해 호출할 수 있다. 기사는 손님의 목적지를 볼 수 없이 배차된다. 승차 거부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한 달간의 시범운영 기간에는 페널티와 인센티브 없이 운영되지만, 이 기간에 모인 데이터로 서울시와 택시업계가 어느 수준의 승차 거부까지 행정처분을 내릴지, 또 콜비는 어느 정도로 책정할지 협의할 예정이다.
2017년 한국스마트카드는 10억 원의 개발비를 들여 S택시의 전신인 ‘지브로’를 내놓았지만 실패한 바 있다. 지브로는 서울시 택시 7만 2000여 대 중 3만 6000여 대가 참여했다. 주간 1000원, 야간 2000원 콜비를 인센티브로 기사들이 플랫폼에 참여할 동력을 주겠다는 생각이었으나 기사들은 ‘카카오 택시’와 ‘T맵 택시’ 등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손님의 목적지를 파악해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플랫폼을 선호한 것이 사업 실패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강제성도 문제였다. 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지브로 때) 승차 거부 잡는다고 처분 위주로 이야기를 하는데 어떤 기사가 쓰겠냐”며 “참여 동력이 약한 사업이었다”고 말했다. 승객들은 ‘카카오택시’ 등 무료 호출 앱이 시장에 널리 퍼진 상황에서 추가로 콜비를 내야 하는 지브로를 써야 할 이유가 없었다. 지브로의 존재 자체를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결국 지브로는 ‘구글 플레이 스토어’ 기준 누적 앱 다운로드 수는 10만 건에 하루 평균 호출 130건, 배차 완료 23건, 운행 완료 13건이라는 부진한 성적을 남기고 퇴장했다.
서울시는 지브로의 실패를 반면교사로 S택시를 준비했다. 지난해 12월 개정한 ‘여객자동차운송사업 개선명령 및 준수사항 공고’에서 택시가 앱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 과징금 1차 120만 원, 2차 240만 원, 3차 360만 원을 사업자에게 부과할 수 있게 했다.
지브로 때와 달리 이번에는 택시계의 참여를 이끌어낸 것이 눈에 띈다. 7만 2000여 대, 서울시 모든 택시가 참여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시범사업에 서울시 법인, 개인택시가 모두 참여하기로 협의했다”며 “시 전역의 택시 카드 결제 단말기에 앱이 의무적으로 자동 설치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개인택시운송조합 관계자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변화해야 할 때”라며 “한편으로는 고정식 저가 요금제나 출퇴근 시간대 외에 수익 모델이 없는 부분 등 업계의 본질적 고민은 정부와 논의해야겠지만 택시가 시민들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변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참여 이유를 밝혔다. 서울시택시운송사업조합 관계자는 “당장 승차 거부에 대한 행정처분보다 이견 조율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참여했다”면서 “정책결정권을 가진 서울시가 공익적 사업을 한다는 데 무조건 반대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택시업계가 강제배차 앱에 돌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인 이유는 2년 사이 바뀐 외부상황 때문이다. 카카오발 카풀 논란으로 촉발된 모빌리티 업계와 갈등에서 국민 여론은 택시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택시에 미운털이 박힌 가장 큰 요인은 승차 거부 등 서비스 불편이었다. 서울연구원의 정책리포트에 따르면 서울시민의 86.5%가 택시 요금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서비스 품질은 ‘그대로일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택시에 희망하는 개선사항 1순위로 ‘승차 거부’(45.7%)를 꼽았다.
일각에서는 승차 거부가 발생하는 구조적 요인은 덮어놓은 채 서울시가 현상만 고치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승차 거부가 발생하는 근본적 원인으로는 사납금제도와 수요공급 불균형이 꼽힌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에는 콜 숫자보다 운행 가능한 택시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기사들이 장거리 손님을 선호하고, 이는 곧 손님이 우선이기보다 기사들이 손님과 목적지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법인택시의 경우 사납금제도가 있어 출퇴근과 심야에 더욱 장거리 손님 위주로 골라 태우기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 서울시 관계자는 “S택시는 수급불균형을 해결하는 것과 별도의 문제로 기존 사업자들이 강제배차 시스템을 쓰지 않기 때문에 실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기업들은 서울시의 이러한 움직임에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페이스북에 S택시의 출시 기사를 게시하며 “정부가 민간 기업하고 경쟁을 하거나 민간 기업의 경쟁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카풀 업체 풀러스의 서영우 대표는 “강제배차가 좋은 아이디어라면 기업이 왜 시도하지 않았겠냐”며 “관이 할 일은 직접 나서는 것이 아니라 규제 개혁과 수요공급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산업을 키워주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박광주 인턴기자 park921230@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