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 서거 10주기 공식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부터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노무현 대통령묘역에서 열렸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렇게 무게감 있는 정치인들 참석과 함께 또 하나 화제가 된 건 아침부터 몰린 시민들의 추모 열기였다. 노무현 재단 추산 이날 추도객은 1만 7000명에 달해 봉하마을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과거 노 전 대통령의 대통령 당선 자체가 ‘노사모’라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 큰 영향을 끼쳤고 아직도 그 열기는 식지 않은 상태로 보였다.
‘일요신문’은 10주기를 맞아 노사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노사모 초기부터 열심히 활동했던 그들은 과거 노 전 대통령의 어떤 매력에 끌렸는지, 어떤 가치를 긍정적으로 봤는지 들어봤다. 현재도 유효한 ‘노무현 정신’이 무엇인지도 질문했다. 노사모는 닉네임으로 부르는 게 더 익숙하다. 여러 명의 노사모 회원 중에서 노사모 전국대표일꾼(회장)을 3번 역임한 ‘두리’ 차상호 씨, 투병 중인 ‘델리’ 강재현 씨, ‘샤인’ 임병택 시흥시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18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끌린 이유에 대해 묻자 비슷한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낙선하면서도 무모한 도전을 하는 ‘바보 노무현’에 끌렸다는 답이 나왔다. 강 씨는 “부산 동구에 출마했는데 돈이 없어 발로 뛰는 모습에 감동했다”며 “당시 빵집을 했는데 주변에 빵을 나눠주면서 열심히 자원 봉사했지만 결국 낙선했다. 낙선하고 노 전 대통령하고 둘이서 술을 엄청 마시면서 펑펑 운 기억이 난다. 그때부터 대통령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임 시장은 26세 어린 나이에 노 전 대통령을 처음 만났다. 임 시장은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 정치인이 낙선했는데, 용기 잃지 말고 계속 정치를 해줬으면 하는 소박한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세 사람 모두 최근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한 소감은 남달랐다. 1만 7000명이 모이고 유력 정치인들이 찾은 모습을 본 차 씨는 “보수 언론에서는 욕하기 바빴는데 이제는 보수진영에서도 노 전 대통령을 인정하는 사람이 꽤 많아졌다”며 “노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정책이 그들이 말하던 것과 많이 달랐다는 게 드러났다는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임 시장은 “노 전 대통령이 지지자들에게 미안함과 고마움을 항상 말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2002년 부모님 손을 잡고 경선장을 찾은 아이들이 성인이 됐을 때 ‘우리 부모님이 올바른 선택을 했다’는 증명을 해주겠다고 했는데 그 말이 뒤늦게나마 지켜진 것 같다”며 “노무현의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서 이렇게 모인 걸 보면 감회가 남다르다”고 소감을 전했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추억을 회상하기도 했다. 강 씨는 “과거 빵집 2개를 했는데 노사모 회원이 새로 가입할 때마다 고마운 마음에 빵을 보내줬다. 회원수가 4만 명이 될 때까지 보냈는데 그 돈이 빵집 하나를 날릴 정도였다”며 “뭔가 받길 기대한 건 아니다. 다만 그때는 모두들 그냥 뭐든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추모식에도 강 씨는 마음 맞는 노사모 회원들끼리 봉하마을에서 2000인분 떡을 만들어서 돌리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 추모 열기가 점점 강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은 ‘노무현이 추구한 가치’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임 시장은 “노 전 대통령이 밀짚모자 쓰고 봉하마을에서 지지자들과 어울린 건 어떤 정치 공학이나 기술이 아니라 진심이었다”며 “약자 편에 서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했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을 계속 그리워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각자 현재 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하는 노 전 대통령을 모습을 꼽아보기도 했다. 차 씨는 “노 전 대통령은 정치인으로서 당론과 맞지 않더라도 맞다고 생각하면 할말은 했다. 여야를 떠나 최근 정치인들의 모습은 당론이나 진영 논리에 매몰되는 경향이 있다. 옳다고 생각하면 시원하게 할 말은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 씨는 “최근에는 정치인들이 정쟁에만 빠져 있어 뉴스조차 보기 싫을 때가 많다. 큰 일이 아니어도 어떻게든 대통령 망신주기 하려는 발언도 자주 보인다”며 “노 전 대통령은 근시안적인 게 아니라 길게 보고 합리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했다. 여야를 떠나 정치인들이 국익에 도움되는 합리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임 시장은 ‘노무현의 가치를 따른다면 모두 친노’라는 말을 강조했다. 임 시장은 “가끔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거나 어떤 활동을 같이 했는지, 문재인 대통령과 몇 번 밥을 먹었는지를 두고 ‘친노’냐 ‘친문’이냐로 규정하는 시각이 있다. 그건 분열적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며 “노 전 대통령 반대편에서 싸웠다고 하더라도 ‘지역감정이나 색깔론 타파’, ‘참여하는 시민에 대한 감사함’ 등 같은 가치를 갖고 있다면 친노다. 반면 노 전 대통령과 같이 활동했다고 하더라도 현재 노 전 대통령 가치를 따르지 않는다면 친노가 아닌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