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박정훈 기자
금융위원회는 지난 26일 개최한 임시회의에서 키움뱅크 컨소시엄과 토스뱅크 컨소시엄이 제출한 예비인가 신청을 모두 불허했다고 밝혔다. 두 컨소시엄에 대한 예비인가가 부적절하다고 권고한 외부평가위원회의 의견을 금융위가 받아들인 것이다.
앞서 금융ㆍ법률ㆍ소비자ㆍ핀테크(금융기술)ㆍ회계ㆍ정보기술(IT)보안ㆍ리스크관리 등 7개 분야별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외부평가위는 24일부터 이날까지 합숙하며 비밀리에 두 컨소시엄을 상대로 서류심사 및 프리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외부평가위원회는 2개 신청자의 사업계획에 대한 평가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2개 신청자 모두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키움뱅크는 사업계획의 혁신성, 실현가능성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스뱅크는 지배주주 적합성(출자능력 등), 자금조달능력 측면에서 미흡해 예비인가가 불발됐다. 금융위는 각 컨소시엄의 항목별 점수와 사업계획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두 개 다 안되리라고 전혀 예상치 못했고 평가 결과와 심사 결과를 오전에 듣고 당혹스러웠다”며 “다만 은행업은 혁신성과 안정성을 균형있게 평가해야 하고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 평가위 평가와 금감원 심사 결과를 감안할 때 이번 불승인 처리는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토스는 컨소시엄 구성 초기부터 끊임없이 자본력 논란에 시달려왔다. 토스 컨소시엄은 앞서 신한금융그룹과 손잡고 제3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해왔지만, 신한금융이 불참을 선언한데 이어 현대해상, 카페24, 직방 등 주요 참여사들이 줄줄이 이탈하며 좌초 위기에 놓였었다.
이에 간편송금 애플리케이션(앱) ‘토스’의 운영업체인 비바리퍼블리카는 ‘금융주력자’ 지위로 60.8% 이상의 토스뱅크 지분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제출했지만 지난해 영업손실 444억7000만원을 기록하며 수년째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불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스뱅크 컨소시엄은 비바리퍼블리카 외 한화투자증권과 굿워터캐피탈, 알토스벤처스, 리빗캐피탈, 한국전자인증, 뉴베리글로벌(베스핀글로벌), 그랩(무신사) 등 8개사가 참여했다.
키움뱅크는 키움증권과 모기업 다우기술을 주축으로 하나은행과 SK텔레콤, 11번가, 사람인HR, 한국정보인증, 코리아세븐, 롯데멤버스 등 28개사가 참여했다. 튼튼한 자본력을 갖춘 주주들로 구성, 안정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대주주인 키움증권이 기존 은행권과 얼마나 차별화된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이 팽배했다.
특히 키움뱅크에 예비인가를 허용할 경우 기존 금융사에 인터넷은행 예비인가를 내주는 것에 그쳐 ‘금융 혁신’이라는 사업의 당초 취지가 무색해진다는 비판도 금융당국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올해 3분기 중 새로운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을 받고 4분기 중 인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최 위원장은 “장시간 논의에 걸쳐 통과된 입법 취지와 혁신성장이 퇴색되지 않도록 조속히 신규인가를 재추진할 것”이라며 “이번 두 컨소시엄 역시 미비점을 보완해 신청할 수 있으며, 올 3분기 중 신청을 받아 4분기 중 인가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편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27일 오전 입장문을 내고 “아쉽지만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비록 새로운 은행 설립의 꿈은 이루지 못하게 됐지만 현재 1200만 가입자가 사용하는 모바일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해 온 토스의 저력을 바탕으로 흔들림 없이 금융혁신의 꿈을 계속 이뤄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