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그룹은 신성장동력으로 석유화학, 에너지, 호텔 등을 꼽으면서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장 취임 4개월이 지난 현재, 대림그룹의 신성장동력 사업은 순항 중이지만 최근 호텔 관련 사업이 구설수에 오르고, 핵심 사업인 건설 경기가 좋지 않아 앞날이 순탄해 보이지만은 않는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대림산업의 올해 1분기 매출은 2조 3221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2조 8361억 원에 비해 줄었다. 건설계약 관련 수익이 지난해 1분기 2조 373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조 8481억 원으로 하락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반면 건설을 제외한 다른 매출의 총합은 지난해 1분기 4631억 원에서 올해 1분기 4740억 원으로 소폭이나마 증가했다.
아직은 대림산업에서 건설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지만 다른 사업의 비중도 점차 증가할 것이라는 견해가 적지 않다. 실제 대림산업 석유화학부의 직원 수는 지난해 1분기 619명에서 올해 1분기 660명으로 늘어났다.
채상욱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대림산업은 플랜트·주택 수주산업에서 주택·운영·화학·에너지 사업 등으로 체질개선 중”이라며 “변화의 과정이라 건설 수주는 감소세이고, 건설업으로서 투자 매력은 상당히 낮아지고 있지만 화학·운영·에너지 관련 기업으로서의 매력은 반대로 올라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림그룹은 신성장동력으로 석유화학, 에너지, 호텔 등을 꼽으면서 각종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대림산업 본사. 사진=박정훈 기자
지난 1월, 대림산업은 “사우디 아람코와 프랑스 토탈이 합작으로 추진하는 아미랄 프로젝트에 참여해 연간 8만 톤(t) 규모의 폴리부텐 공장 건설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폴리부텐은 윤활유 첨가제 등 다양한 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되는 화합물이다. 폴리부텐 공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 산업단지에 조성 중인 대규모 석유화학단지에 들어설 예정으로 알려졌으며 이 회장 취임 후 첫 해외 대규모 투자라는 점에서 재계의 관심이 쏠렸다.
대림산업 자회사인 대림에너지도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3월 대림산업은 대림에너지에 420억 원을 출자하고, 400억 원을 대여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대림산업은 “프로젝트 투자를 위한 출자 및 대여”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에는 대림에너지가 건설, 생산, 공급 등을 맡은 칠레 태양광 발전사업의 첫 발전소 ‘산타로사 태양광 발전소’가 상업운전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대림에너지는 지난해 12월 스페인 에너지회사 그리너지로부터 칠레 태양광 발전사업 사업권을 인수했다. 대림에너지는 이 프로젝트에 5000만 달러(약 570억 원)를 단독 투자했으며 지난 3월 미래에셋대우를 통해 1억 3000만 달러(약 1430억 원)를 조달하기도 했다.
대림그룹의 호텔 사업도 실적 면에서는 순항하고 있지만 최근 구설수에 오르면서 그룹 이미지를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 5월 2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이해욱 회장을 고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대림산업이 APD에게 대림그룹의 호텔 브랜드 글래드의 사업기회를 제공하고, 이후 글래드호텔앤리조트가 APD와 브랜드 사용거래를 했다. 공정위 조사결과 APD는 2016년 1월~2018년 7월까지 약 31억 원의 브랜드 수수료를 수취했고, 여기서 발생한 이익은 당시 APD 지분 100%를 보유한 이해욱 회장과 이 회장의 아들 이동훈 씨에게 부당하게 귀속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공정위는 “APD는 단독으로 브랜드스탠다드를 구축할 능력이 없었고, 이에 브랜드스탠다드의 상당부분을 글래드호텔앤리조트가 대신 구축했다”며 “글래드호텔앤리조트는 자신이 구축한 브랜드스탠다드를 APD에게 제공해 APD가 이를 영업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브랜드스탠다드란 호텔 시공 및 운영과정에서 브랜드사용 호텔이 준수해야 하는 기준으로 호텔운영사는 브랜드스탠다드에 맞춰 호텔을 시공 및 운영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대림그룹은 자회사 글래드호텔앤리조트 등을 통해 글래드 여의도, 글래드 마포 등 5개의 글래드 호텔을 비롯해 메이힐스 리조트, 제주항공우주호텔 등 총 9개의 호텔 및 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다.
호텔 관련 논란을 제외하면 대외적으로는 대림그룹의 신성장동력에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그렇지만 정작 핵심 사업인 건설 부문이 향후 부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당분간 대림그룹의 실적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플랜트 사업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472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2029억 원으로 반토막 났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대림산업은 지난 2년간의 수주 부진과 주택공급 감소로 올해 역성장이 불가피하다”며 “주택공급이 다시 증가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나 플랜트 혹은 해외수주의 중장기 전망이 여전히 밝지 않다는 점이 아쉽다”고 분석했다. 다만 라 연구원은 “일회성 요인 제거로 토목부문 정상화와 플랜트부문 적자폭 축소, 저수익 현장 및 자체 현장 준공에 따른 주택부문 원가율 개선 등으로 수익성은 전년 대비 개선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림산업은 분기보고서를 통해 “국내 건설시장은 건설투자 감소, 소비심리 둔화 등으로 인해 민간 주택부문의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공공부문은 정부의 SOC 예산감축으로 인한 공공 신규사업의 위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향후 주택경기 하강 국면에 대비해 임대주택사업 등 사업모델을 다각화해 시장경쟁력을 유지할 계획이고, 해외플랜트 사업은 다수의 공사 수행경험으로 확보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시장 위축을 극복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