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R 18 콘셉트
R 18 콘셉트는 마치 과거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고전적인 실루엣이 인상적입니다. BMW의 초기 모델이 연상되는 차체 구조와 세부 요소가 눈길을 끕니다. 스티어링 헤드에서 시작되어 리어 휠 허브까지 사선으로 떨어지는 프레임은 리지드 마운트의 특징을 연상케 하고, 엔진 구조가 훤하게 보이는 것도 클래식 바이크의 감성에 잘 맞습니다. 가죽 소재를 사용한 싱글 시트나 페인팅 연출도 올드 모델의 연출과 흡사합니다.
클래식 바이크의 구조와 현대적인 디테일이 공존한다
BMW가 클래식 크루저를 복각한 것은 과거에도 있었습니다. 2016년도 동 행사에서 BMW 헤리티지 모델인 R 5를 복각한 R 5 오마주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R 5의 80주년을 기념해 제작된 특별모델로 고전적인 감성과 현대적인 디자인 터치가 잘 어우러졌습니다. 과거 올드 모델을 꺼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크루저의 등장에 BMW의 새로운 확장에 대한 추측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BMW가 아메리칸 크루저 시장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입니다.
2016 BMW R 5 오마주. 클래식 크루저 커스텀 바이크에 더 가깝다
실제로 BMW모토라드는 아메리칸 크루저 장르인 R 1200 C를 선보인 전례가 있습니다. 1997년부터 2004년까지 생산되었고 4만 대 이상 판매되었습니다. 클래식 크루저의 보디워크와 박서엔진의 조합은 의외로 멋졌습니다. 실제로 R 1200 C 팬덤을 구축하기도 했고요. 이런 근거들을 통해 아메리칸 크루저 뉴모델을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럽기까지 합니다.
1800cc 수평대향 2기통 박서엔진의 스케치. 프로토 타입이다.
이번에 선보인 R 18 콘셉트의 특징 중 하나는 배기량을 1800cc로 키운 대배기량 새로운 박서 엔진의 탑재입니다. 이 엔진은 지난 12월 일본 요코하마 핫 로드 커스텀 쇼에서 일본의 커스텀 빌더 커스텀 웍스 존CUSTOM WORKS ZON의 출품작을 통해 먼저 선보인 바 있습니다. 미국 텍사스의 리바이벌 사이클Revival Cycles을 통해 전위적인 형태의 커스텀 바이크에도 적용되기도 했고요. 이런 협업은 이 엔진의 특성을 설명해주는 힌트입니다.
요코하마 핫로드 커스텀 쇼 2018에서 커스텀 웍스 존. 엔진의 존재감을 살린 하드 커스텀 바이크를 선보였다
대형 수평대향 2기통 1800cc 복서 엔진은 고전적인 디자인 터치가 인상적입니다. 과거 60년대의 향수가 느껴지는 볼륨감이 일품이고 리어 휠 허브로 이어진 샤프트 구조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반짝이는 매니폴더는 짧게 잘린 머플러 엔드로 이어지며 간결하면서도 박진감이 느껴집니다.
미국의 빌더 리바이벌 사이클은 전위적인 커스텀 바이크를 선보였다
R 18 콘셉트에 적용된 세부 정보를 확인해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프런트 21인치 리어 18인치의 와이어 스포크 휠을 사용하며 메첼러사의 커스텀 투어링 모터사이클 전용 타이어인 ME 880 마라톤 울트라를 적용합니다. 마일리지와 안정성을 목적으로 개발된 타이어입니다. 이 역시 크루즈 장르를 목적으로 채용했다고 가늠할 수 있죠.
두툼한 볼륨감이 인상적인 리어 타이어
리어 펜더가 짧게 잘려 리어 타이어가 거의 대부분 드러나 클래식 커스텀 바버의 느낌도 있습니다. 낮고 길게 뻗은 핸들바는 어깨가 슬쩍 벌어지는 박력 있는 포지션이 연출될 듯합니다. 핸들바 레버의 디테일도 올드 바이크를 보는 듯해 보는 맛이 있습니다. 포탄처럼 생긴 둥근 헤드라이트도 고전미가 느껴지고요.
고전적인 형태의 헤드라이트
R 18 콘셉트는 완성도 면에서 양산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엿보입니다. 올해 초부터 정보가 노출되고 있는 프로토 타입의 1800cc 복서 엔진을 탑재했다는 것과, 지난 2016년 R 5 오마주에서 보여주었던 클래식 크루저 콘셉트를 이어왔다는 것을 연상시키면 충분히 납득이 됩니다.
BMW R 18 콘셉트
BMW는 지난 2014년 자사의 90주년을 기념하여 R 나인T를 출시한 바 있습니다. 이게 큰 인기를 얻으며 클래식 장르 전체가 재조명 받았고, 곧 클래식이 대세 장르가 되었죠. 그 이후 많은 브랜드들이 자사의 과거 헤리티지 모델을 꺼내어 뉴모델을 만들어 냈고 이런 시리즈들이 괜찮은 성적을 만들기도 했고요. 지금 어쩌면 BMW는 클래식 붐업 이후의 새로운 유행에 대해 생각해 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다음 물결이 과연 크루저가 될지는 아직 지켜봐야겠지만 말이죠.
이민우 월간 모터바이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