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가의 보이콧, 남다른 상징성을 갖다
5월은 대학가 축제 기간이다. 10대와 20대를 잇는 공간이자, 문화를 가장 활발하게 소비하는 대학가에서 자주 찾는 가수는 현재 트렌드를 주름잡는 스타라는 방증이다. 하지만 최근 이상한 기류가 포착됐다.
지난 5월 18일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의 교내 커뮤니티에는 “한양대학교 에리카 캠퍼스 총학생회에 YG 가수 공연 취소를 촉구합니다”라는 성명서가 게재됐다. YG 소속 그룹 위너가 축제 초청 명단에 포함된 것을 문제 삼은 이 재학생은 “YG는 가수 승리가 속해있던 기업이다. 등록금이 YG로 흘러가는 것에 반대한다. 위너에게 연대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니다. 위너에게 지급한 돈의 일부는 반드시 YG로 흐르게 되는 수익 구조”라고 주장했다.
합정동에 위치한 YG엔터테인먼트 사옥. 이종현 기자
이에 앞서 명지대학교 축제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다. 명지대학교는 YG 소속 또 다른 그룹인 아이콘을 섭외했다. 이에 교내에는 “YG를 소비하는 행위는 악질적인 범죄행위에 대한 간접적인 동조로 비쳐질 수 있다”는 비판적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붙었다.
결과적으로 볼 때 위너와 아이콘은 축제 무대에 섰고, 학생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그들이 이번 사건과 직접 연관이 없으니 연대 책임을 묻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몇몇 학생들의 보이콧 움직임 역시 충분히 개연성이 있었던 터라 명지대학교 총학생회는 “특정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티스트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신중함이 부족했던 부분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특정 소속사 소비를 통한 간접적인 동조의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성인들이 모인다는 대학가의 목소리는 대한민국 역사의 중요한 시기마다 터져 나왔다. 학생이라는 신분이기에 목소리를 키우는 것을 더 조심하는 편이지만, 그들마저 한목소리를 낼 때는 그만큼 중요한 사안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대학가에서 YG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은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 확산되는 ‘YG 패싱’
지난 5월 27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엠넷 갤러리에는 ‘YG 보이콧 성명문’이란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따르면 엠넷 갤러리는 “YG엔터테인먼트가 K-POP 글로벌 문화를 선도하는 데 있어 그 소양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하였기에, 이 시간 이후부터 YG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는 모든 음악을 수용하거나 소비하지 않을 것임을 단호히 선언한다”고 덧붙였다.
엠넷 갤러리는 “지난 1월 버닝썬 사태가 촉발된 이후 지금까지 너무도 많은 사건이 연예계에서 발생했고, 그 곁가지에는 언제나 YG 엔터테인먼트의 이름이 따라왔다”며 “사회적인 가치 실현과 도덕적인 청렴결백함을 중요시해야 되는 연예 기획사에서 자꾸 이런 부적절한 일에 연루되는 것 자체가 팬들로 하여금 신뢰감을 잃게 만드는 근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5월 27일 방송된 MBC ‘스트레이트’에서 양현석을 포함한 YG 관계자들이 동남아시아 재력가 일행에게 성 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불난 집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이 자리에 화류계 여성 25명 정도가 초대됐고, 소위 말하는 ‘2차’까지 진행됐다는 목격자 증언은 대단한 충격을 줬다.
이에 대해 YG 측은 “지인의 초대를 받아 동석한 사실 있지만 어떤 형식의 접대도 한 적 없다”며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미 YG 소속 가수였던 승리의 성 접대 의혹 등이 일부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상황 속에서 YG의 반박에 동조하는 여론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사실 여부를 다퉈볼 여지가 있는 보도였고, 그 보도가 사실이라고 단정 지어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어떤 해명도 힘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는 YG의 주가가 이를 증명한다. YG의 성장 동력에 큰 걸림돌이 발생한 모양새”라고 말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대표. 사진=MBC ‘스트레이트’ 방송화면 캡처
# 해법은 있나?
일명 ‘버닝썬 게이트’는 반 년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YG의 대표 아티스트인 빅뱅의 멤버 승리가 있다. 그는 일찌감치 YG에서 계약을 종료하고 연예계 은퇴를 선언했지만, 그가 YG 법인 카드를 사용한 전력 등이 공개되며 YG는 이번 사건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YG는 현재 걸그룹 블랙핑크가 글로벌 인기를 누리고 있고, 아이콘과 위너 역시 탄탄한 팬덤을 구축하고 있어 빅뱅의 공백을 상대적으로 잘 메우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과연 해법은 있는가?”라는 질문에 누구도 쉽게 답을 할 수가 없다.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속성상 이미지가 생명인데, YG의 이미지는 점점 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항간에는 수장인 양현석 프로듀서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실상 경영을 맡고 있는 그의 동생인 양민석 대표의 거취에 대한 이야기도 솔솔 흘러나온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양현석 프로듀서가 YG의 상징적 인물이기 때문에 그가 어떤 결정을 내려주지 않는 한 현재의 사태를 수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하지만 양현석 프로듀서는 단순한 경영진이 아니라 이 회사의 대주주이기 때문에 어떤 모양새를 취하더라도 이 회사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존재”라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