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이 생애 첫 메이저대회 타이틀에 도전한다. 사진=UEFA 챔피언스리그 트위터
[일요신문] 대한민국 역대 최고 축구선수 반열에 들어서려는 손흥민이 생애 첫 우승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기량만큼은 최고로 평가 받는 손흥민이지만 아직 이렇다할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유럽 현지에서도 정상급 선수로 올라선 이번 시즌, 일생일대의 기회를 맞았다. 올 시즌을 마무리하는 경기로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남겨두고 있다.
#생애 첫 트로피 도전
그는 소속팀 토트넘 핫스퍼와 오는 6월 2일 새벽(한국시간) 2018-2019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른다. 지난 2010-20011 시즌 성인 무대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손흥민이 맞은 최초의 메이저대회 결승전이다. 손흥민은 이번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개인 첫 우승을 노린다. 소속팀 토트넘 또한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손흥민은 최근 전성기를 구가하며 대한민국 축구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한 ‘레전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차범근, 박지성과 같은 선배가 그들이다. 기량 면에선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평가가 이어지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소속팀에서 우승 경력이 없다는 것이다.
차범근 감독은 과거 분데스리가에서 활약하던 시절, 각각 두 개의 팀(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바이어 레버쿠젠)에서 UEFA컵을 들어 올린 바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선 독일 내 컵대회인 DFB포칼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박지성의 경우 더욱 화려한 우승 커리어를 자랑한다. 활약하는 무대마다 우승컵을 따냈다. 교토 퍼플상가(일본)에서 J리그2 우승과 천황배 우승으로 시작해 PSV 아인트호벤에도 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당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하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 11개의 우승컵을 추가로 들어 올렸다. 프리미어리그, 챔피언스리그, 리그컵, 클럽월드컵 등 각종 대회에서 수차례 샴페인을 터뜨렸다.
손흥민은 이들에 못지않은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유독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함부르크, 레버쿠젠, 토트넘을 거치며 단 한 개의 트로피도 들어 올리지 못했다. 토트넘 소속으로 2018년과 2017년 FA컵 준결승에서 멈췄다. 2016-2017 시즌에는 리그 준우승에 머무르기도 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현실적으로 우승을 노릴 수 있는 대회인 아시안컵에서 눈물(2011년 3위, 2015년 준우승, 2019년 8강 탈락)을 흘렸다.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지만 축구대회가 아닌 종합대회이기에 별도의 우승트로피는 없다.
하지만 이 같은 아쉬움을 한방에 날릴 기회를 맞았다. 그 무대는 다름 아닌 챔피언스리그다. 월드컵과 함께 위상과 규모면에서 세계 최고의 축구대회다. 이 대회 우승팀이 곧 ‘유럽 최강’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된다. 유럽 대륙을 대표해 각 대륙 챔피언들이 만나는 FIFA 클럽 월드컵 출전 기회도 손에 쥘 수 있다.
#‘운명의 결승전’ 활약 전망
손흥민과 토트넘의 상대는 같은 리그 소속 리버풀이다. 이들은 필연적으로 한 시즌에 최소 두 번씩 맞상대를 해야 한다. 서로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상황이다.
손흥민은 리버풀을 상대로 행복한 기억이 있다. 지난 시즌 홈에서 열린 리그 첫 맞대결에서 한 골을 넣으며 팀의 4-1 대승을 이끈 바 있다.
하지만 올 시즌의 리버풀은 지난 시즌과 다르다. 이들은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며 리그 준우승을 차지했다. 우승팀 맨체스터 시티와는 승점이 단 1점차였다. 토트넘과의 대결에서도 두 경기 모두 2-1 승리를 가져갔다. 이번 시즌 세 번째 맞대결이자 가장 중요한 경기가 된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선 어떤 경기가 펼쳐질까.
손흥민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경고누적 징계로 빠진 4강 1차전을 제외하면 전 경기에 나섰다. 연합뉴스
이상윤 해설위원은 손흥민의 활약을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8강에서 손흥민이 결정적 역할을 하며 결승까지 왔다. 그런 장면이 또 나올 수도 있다. 물론 리버풀이라는 팀이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축구계 선배이자 대표팀 선배로서 손흥민이 좋은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고 전했다.
#‘‘박지성 트라우마’ 재현? 경기 출전 변수는
한국인 선수가 나설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박지성이 맨유 소속으로 두 차례(2008년, 2011년) 결승전에 진출한 바 있다.
하지만 국내 축구팬들에게는 한 가지 ‘트라우마’가 있다. 2007-2008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 당시 박지성이 출전 명단에서 제외되며 벤치에도 앉지 못한 사례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일부 팬들은 아직도 ‘그날 경기를 보려고 주문했던 치킨을 결국 먹지 못했다’면서 그날의 충격을 되뇌고 있다.
당시 박지성은 1, 2차전으로 나뉘어 열린 8강과 4강 4경기에 모두 풀타임으로 출전하며 맹활약을 펼쳤기에 충격은 더했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아직도 박지성을 만날 때마다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결승전을 앞두고도 ‘혹시 손흥민이 나서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답을 내놨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출전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손흥민이 차지하는 팀 내 비중은 크다”고 말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경기에 나서는 것은 확실시되지만 교체로 나설 수도 있다. 선수 활용은 감독의 선택이기에 문제 삼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마에스트로’ 지단도 우승위해 이적…챔피언스리그의 위상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는 FIFA 월드컵과 함께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꿈꾸는 대회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유벤투스 등 유럽 축구 강호라면 누구나 이 대회 우승을 원한다. 축구 스타들은 이 ‘꿈의 무대’에서 트로피를 들기 위해 이합집산을 하기도 한다. 선수시절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대한 간절함에 이적을 택했던 지네딘 지단. 연합뉴스 ‘마에스트로’ 지네딘 지단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팀을 옮긴 스타 중 하나였다. 이미 유럽 축구 명문 유벤투스에서 활약하던 그는 세계 최고 선수로 인정을 받고 있었다. 1998 프랑스 월드컵과 유로 2000, 이탈리아 세리에A 등 클럽과 국가대표에서 연거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에게 남은 우승컵은 챔피언스리그 뿐이었다. 하지만 유벤투스에서 뛰던 그는 번번이 우승 길목에서 발목을 잡혔다. 더 이상 이룰 것이 없어 보이던 지단에게도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간절했을까. 그는 결국 2001년 여름 레알과 손을 맞잡았다. 1000억 원에 육박하는 최고 이적료 기록을 갈아치우며 레알 유니폼을 입은 그는 이적 첫 시즌 곧바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당시 결승전에 터진 그의 결승골은 지금까지도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골이자 그의 선수생활 중 가장 빛나는 순간으로 남아 있다. 김상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