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칼텍스배에서 신진서 9단(왼쪽)이 김지석 9단을 3-0으로 누르고 우승했다.
결승 3국에서 이긴 후 신진서(19)는 “이세돌 9단과 결승전을 치른 지 1년이 지났다. (시간이 지난 만큼) 발전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세계 최정상 기사들과 좋은 승부를 겨룰 수 있도록 하겠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준우승에 머문 김지석은 “신진서 9단은 재능이 있고 열심히 노력하니 자신이 원하는 것을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격려했다.
김지석·신진서는 모두 거친 기풍의 전투형 기사다. 올해 결승전 내용도 치열한 싸움과 힘겨루기가 볼거리였다. 결승 1국은 96수 만에 김지석의 흑 대마가 잡혀 단명국으로 끝났다. 결승 2국도 중반 전투에서 신진서가 힘으로 압도하면서 185수 만에 흑불계승했다. 결승 3국도 신진서가 주도권을 잡고 판을 흔들었다. GS칼텍스배 2연패를 확정지은 결승 3국을 AI바둑전문가와 함께 릴라제로, 엘프고, 미니고 등을 이용해서 검토했다.
제24기 GS칼텍스배 결승 5번기 제3국(2019년 5월 22일)
●김지석 9단 ○신진서 9단 158수 백 불계승
장면도1
#장면도1-최신 정석의 향연
세 귀에서 3·3정석 최신 유행형이 모두 나왔다. 백32에 손을 빼고 33으로 지킨 수순도 일견 평범하다. 그러나 흑33이면 백34가 너무 빤히 보였다. 선수로 38과 같은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40까지 둬서 우하 흑 진영이 무너졌다.
참고도1
#참고도1-AI의 묘한 기다림
김지석이 무심코 흘려버린 수순을 AI가 지적했다. 흑1로 뻗는 수가 멋들어진다. 백이 A로 단수 치면서 하변에 집을 짓는 가치가 떨어진다. 이젠 백돌이 갈 방향이 애매해진다. 판 전체를 살피는 고수의 여유가 묻어나는 묘한 기다림이다.
장면도2
#장면도2-큰 곳은 어디인가?
초반은 전투가 이어지면 AI가 형세 그래프로 요동쳤다. 중반 우변 흑1, 3을 두면서 후수를 잡았다. 실전(장면도2)에선 백4로 좌상귀를 날일자로 굳혀 다시 우세를 잡았다.
참고도2
#참고도2-AI는 버텼다
AI가 보여준 참고도다. 좌상귀 흑1 날일자가 평범하면서 좋은 수다. 이후 백이 6까지 귀를 굳혀도 흑은 좌변 모양을 크게 키워 충분하다. 문제는 백8의 공격인데 귀에 패맛도 있어 흑은 충분히 버틸 수 있다. 백8이 신경 쓰인다면 흑1로 걸치기 전에 먼저 B로 붙여 응수를 물어보는 수도 제시했다.
장면도3
#장면도3-응징하지 못한 악수
백1과 같은 붙임은 신진서가 애용하는 응수타진이다. 그러나 이 장면에선 위험을 자초한 악수였다. 실전에선 흑이 1로 젖혀 9까지 밀어가면서 거꾸로 백이 유리해졌다. 백11에 흑12로 젖혀 접전이 펼쳐졌지만 40수를 더 못 두고 김지석이 돌을 거뒀다. AI는 이미 백7, 9가 두터워 이 부근 중앙전투는 흑이 이미 불리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줄곧 30~40%를 오갔던 흑의 승률은 이후 중앙 전투 후에는 급격히 하락했다.
참고도3
#참고도3- 작은 차이로 놓친 찬스
AI는 작은 차이를 크게 봤다. 흑이 1로 가만히 늘어도 백은 4까지 중앙을 틀어막는다. 이후 상변 모양에선 흑C와 백D 교환이 선수가 되는 걸 이용해 중앙을 삭감하는 수법이 남아있어 흑 5 한 점은 가볍게 볼 수 있다. 실전처럼 흑이 복잡한 몸싸움을 벌이지 않아도 백 6은 7로 막아서 그만이라고 AI는 조언한다. 신진서가 마지막 158수를 둘 때 백 승률이 95%를 넘겼다.
박주성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