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연결기준 (주)한화의 부문별 매출을 살펴보면 태양광 사업의 매출은 1조 2698억 원으로 금융사업(6조 7883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태양광 사업 매출은 8315억 원으로 금융은 물론 화학제조업(1조 3613억 원), 화약제조업(1조 3571억 원), 도소매업(1조 2019억 원)보다도 적은 매출을 기록했었다. 이와 비교하면 올해 한화그룹에서 태양광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화그룹은 오는 9월 ‘갤러리아면세점 63’의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며 최근에는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사이판 월드리조트 매각도 추진 중이다. 그런가하면 지난해 8월, 한화그룹은 22조 원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는데 이중 태양광 사업에만 9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밖에 석유화학에 5조 원, 방산에 4조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이 향후 유통, 리조트 사업을 축소하고 태양광, 석유화학, 방산 사업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화빌딩 전경. 사진=고성준 기자
특히 태양광 사업은 김동관 전무가 주도하는 만큼 그룹 차원에서 상당히 신경 쓸 것으로 보인다. 최근 한화그룹이 태양광 관련 해외 법인을 연이어 설립한 것을 두고 김 전무의 해외 현지화 전략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김 전무는 올해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벨기에 국왕, 말레이시아 통상산업부 장관 및 에너지 관련 기업인들을 만나면서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등 글로벌 활동도 적지 않게 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대체로 해외 태양광 사업에 대한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또 올해 하반기부터 중국 정부에서 태양광에 대한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도 한화 입장에서는 고무적이다. 박연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중국 지원 정책이 확정됨에 따라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태양광) 설치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고순도 태양광 모듈의 수요가 견조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박 연구원은 “(중국의 경우) 부양 기조가 강하지 않아 회복은 다소 점진적일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내 태양광 업체들의 상황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지난 5월 24일, 웅진에너지는 “회생절차 개시신청과 함께 서울회생법원에 재산보전처분신청 및 포괄적금지명령신청을 접수했다”고 공시했다. 웅진에너지는 태양광 반도체 핵심부품인 잉곳·웨이퍼 생산업체로 지난해 111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앞서 지난 4월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웅진에너지를 살려야합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을 발표했다. 한국태양광산업협회는 호소문에서 “국내에서 유일하게 잉곳과 웨이퍼를 만드는 웅진에너지가 문을 닫으면 우리나라는 중국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고, 결국 중국이 원하는 대로 끌려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웅진에너지가 폐업으로 몰리게 된 주원인은 비용경쟁력에서 중국기업에 뒤처지기 때문이지 결코 기술경쟁력이 뒤처지기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웅진에너지가 중국의 저가공세에 밀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화그룹 역시 국내·외 태양광 사업에서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한화그룹은 분기보고서에서 태양광 사업에 대해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의 출력 및 성능을 자랑하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므로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며 “중국, 말레이시아, 한국, 미국 등 다각화된 생산 거점을 보유함으로써 미국 반덤핑 관세 부과 등 급변하는 정부 정책 및 시장 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이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한화큐셀의 태양광 셀·모듈 생산 규모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술경쟁력도 뛰어난 것으로 전해지지만 중국의 가격경쟁력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강정화 수출입은행 선임연구원은 올해 2월 발간한 보고서 ‘2018년 4분기 태양광산업 동향’을 통해 “기술측면에서 한국산 제품은 중국산 대비 경쟁 우위를 가지고 있으나 가격은 10% 이상 열위인 상황”이라며 “국산 고효율 모듈에 대한 지원 확대 등 중국산 저가 제품 범람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의 미래는 알 수 없지만 오너 일가가 지휘하는 사업인 만큼 그룹 차원에서도 상당히 중요한 사업이다. 한화그룹의 승부수인 태양광이 중국의 저가 공세를 이겨내고 김 전무의 입지를 다져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다른 태양광 대기업 OCI의 오늘과 내일 한화그룹 외에 국내 태양광을 대표하는 업체로는 OCI가 있다. OCI의 올해 1분기 매출은 6418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 8570억 원에 비해 줄었다. 심지어 지난해 1분기에는 1063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 1분기에는 40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OCI의 주요 생산 제품은 폴리실리콘이다. 폴리실리콘은 태양전지에서 빛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전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실리콘 결정체들로 이뤄진 물질이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폴리실리콘 생산 경쟁에 뛰어들면서 폴리실리콘 가격이 낮아진 것이 OCI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중구에 위치한 OCI 본사 앞 깃발. 사진=최준필 기자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폴리실리콘의 가격은 지난해 초 kg당 17달러(약 2만 200원)에서 올해 초 kg당 9.5달러(약 1만 1300원)로 하락했다.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올해 폴리실리콘 가격은 kg당 8.5달러(약 1만 110원)~11달러(약 1만 3000원)로 예상하며 공급과잉 우려가 지속된다”고 전했다. 폴리실리콘 가격 경쟁은 계속될 것으로 에상되지만 올해 하반기 OCI의 말레이시아 공장이 가동되고, 중국의 태양광 보조금 정책이 확정되면 실적을 반등시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희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에 중국 폴리실리콘 업체와 경쟁이 가능한 말레이시아 공장이 가동될 예정이어서 실적 회복을 예상한다”며 “중국 보조금 정책이 확정되면 하반기 태양광 수요도 호전될 전망이어서 폴리실리콘 국제 가격도 반등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OCI 실적은 흑자 전환될 전망이며 태양광 수요가 집중되는 4분기에 추가 이익을 개선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망했다. 박형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