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세영이 기승한 문학치프가 5월 26일 렛츠런파크 서울에서 열린 YTN배 대상경주에서 우승했다. 사진=한국마사회
지난번 헤럴드경제배에서 청담도끼가 그랬듯이 이번에는 문학치프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레이스를 이끌었기 때문에 다른 마필들은 넘어설 엄두를 낼 수가 없었다. 초반 200m를 13초 4에 끊은 후, 결승선 200m 직전까지 모든 구간을 12초대로 달렸다. 이런 흐름에서 중반에 무빙을 뜨려면 11초대의 기록을 보여야 되는데, 국내에서는 그렇게 뛰고 막판까지 버틸 말이 없다. 그럴 경우 오버페이스는 필연적이기 때문이다.
결승선에서도 문학치프는 전혀 지치지 않는 걸음을 보이며 2위 그룹을 12마신이라는 대차로 따돌렸다. 2분 05초 5라는 엄청난 기록이 작성되었다. 2000미터 최고기록은 2009년 동반의강자가 세운 2분 04초 9인데, 당시에는 주로 상태가 포화(17%)였기 때문에 내용면에선 이번 기록이 더 빠르다고 평가할 수 있다.
마지막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던 2위 싸움에서는 샴로커가 승리했다. 초중반에 비축한 힘으로 막판 추입에 성공한 것이다. 다실바가 중위권 전개로 전력승부를 펼친 점보블레이드는 막판 샴로커에게 반 마신차로 역전을 허용하며 아쉬운 3위를 기록했다. 인기 2위를 기록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던 뉴레전드는 선입전개로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 뒷심부족을 보이며 4위에 머물고 말았다.
압도적 인기를 모았던 청담도끼는 당일 컨디션 저조와 외곽게이트의 불리함, 문학치프의 괴력발휘 등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채 5위에 그치고 말았다. 이 말과 관련해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강한 편성에선 역시 선행이 아니면 어렵다는 점이다. 또한 순발력이 좋긴 하지만 다른 선행마들을 압도할 만한 수준은 아니어서 인코스에 빠른 선행마가 포진한 경주에선 언제든지 일격을 당할 수 있다는 점도 기억해둬야 할 것 같다.
이번 경주에서 단승식 1.6배, 연승식 1.1배로 압도적인 인기를 모은 것도 선행경합 상대가 없는 직전 경주 여유승이 만든 거품이 상당히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필자가 분석한 문학치프의 완승은 당일 컨디션과 문세영의 물오른 기승술의 합작이었다고 본다. 문학치프는 그동안 16번의 경주를 펼쳤는데, 이번처럼 주로 출장시 컨디션이 좋은 적이 없었다. 그야말로 최상의 컨디션이었다. 우리끼리 쓰는 말로 소위 ‘말이 미쳐있다’는 표현을 가끔 하는데, 이번에 문학치프의 상태가 그러했다.
또 하나는 문세영의 임기응변, 즉 기승술이다. 마사회 인터뷰에서도 밝혔듯이 문세영은 일단 앞선에서 레이스를 전개하려 했을 뿐 선행에 올인하려는 작전은 아니었다. 그런데 막상 출발을 하고 보니 선행이 가능하겠다 싶어, 출발 후 약 300m 부근에서 과감하게 승부수를 던졌고 그것이 승리의 원동력이 됐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