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입찰 일정이 세 차례 미뤄지면서 일각에서는 매각 자체가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최근 유력 후보들과 경쟁 구도 윤곽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반면 높은 몸값과 거래 과정에서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각종 변수가 적지 않은 만큼 이번 빅딜의 향방을 가늠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넥슨 본입찰이 임박하면서 빅딜 향방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사진=고성준 기자
넥슨 매각 작업은 오는 5월 31일 본입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당초 지난 4월 중순부터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그동안 본입찰만 총 세 차례 미뤄졌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유찰 가능성까지 나왔다. 투자은행과 게임업계에선 이번엔 예정대로 매각이 진행될 것으로 관측한다.
넥슨 매각 작업 과정을 유심히 지켜본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 규모가 워낙 큰데다 매각 구조도 복잡해 넥슨과 매각주관사, 인수후보들이 일정을 조율했던 것”이라며 “한 두 차례 더 미뤄질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매각자와 매수자 모두 취소는 물론 더 이상 일정 연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본입찰이 임박하면서 넥슨 새 주인에 이름을 올릴 유력 후보들도 속속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24일 넷마블을 비롯한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본입찰 참여를 결정했고, 그 뒤를 이어 카카오도 최근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장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국내 최대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는 조만간 인수전 참여를 확정지을 것으로 관측된다. 넥슨 매출 가운데 절반 가량을 책임지는 중국 기업 텐센트는 본입찰에는 불참하지만 향후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컨소시엄 형식으로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났지만 거래 향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앞서 여러 차례 본입찰이 연기된 이유를 뜯어보면, 매각 작업 역시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동안 입찰 연기의 가장 큰 걸림돌은 넥슨의 매각가격이었다. 매각자와 매수자가 생각하는 가격차가 좁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는 올해 초 자신과 아내 등이 보유한 NXC 지분 전량(98.64%)을 매물로 내놨다. 넥슨은 NXC의 자회사다. 지분 가치는 약 10조 원으로 추산되지만, 김 대표는 15조 원까지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넥슨 실적이 김 대표 기대의 근거다. 넥슨은 지난해 매출 2조 5296억 원, 순이익 1조 735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9806억 원으로 세 항목 모두 넥슨 사상 최대 실적이다.
인수 후보들은 넥슨의 미래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 매출 대부분이 출시된 지 10여 년이 넘은 게임들로부터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지난해 기준 넥슨 자회사 네오플이 서비스를 담당하는 ‘던전앤파이터’ 하나에서만 매출 1조 3056억원, 영업이익 1조 2157억 원이 나왔다. 던전앤파이터는 2005년 8월 출시됐다.
다른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게임 흥행을 예측하는 건 거의 불가능한 만큼 넥슨이 최근 수 년 사이 출시한 게임들의 성적이 인수자들의 가격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그러나 넥슨의 새 게임들은 흥행에 실패했거나, 장기적으로 흥행이 불투명하다. 인수 후보들이 게임 산업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만큼 넥슨의 현재 실적만 보고 덜컥 제값을 주는 건 어렵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인수 후보들의 자금 조달 문제는 이번 거래의 가장 큰 변수다. 워낙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만큼 인수 후보들은 ‘연합군’ 구성을 시도했지만 대부분 무산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게임기업 넷마블이다. 당초 MBK파트너스와 공동으로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각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넷마블 측은 MBK파트너스가 자금 지원 역할만 맡길 원했지만 MBK파트너스는 경영 참여 의사를 보이면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업계에선 넷마블이 현금 3조 원과 보유자산 등 1조 원을 더해 총 4조 원을 마련할 것으로보고 있다. 나머지는 외부 금융기관이나 다른 투자자들을 통해 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MBK파트너스와 다른 사모펀드 등은 만약 인수에 성공하면 단독으로도 회사 운영이 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 산업 특성상 사모펀드들에겐 넷마블이나 카카오와 같은 이 분야와 관련된 파트너가 필수로 꼽혀왔지만, 그동안 넥슨이 일본 본사에서 김정주 대표의 관여 없이 독자적으로 운영돼 왔다는 점이 이들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카카오는 인수 후보들 가운데에서도 전략을 가장 많이 숨기고 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넥슨 인수전에 소극적이라는 평가도 받았지만, 최근엔 카카오가 물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여 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카오는 인수 자금을 현재 보유한 자금과 향후 넥슨 주식 등을 담보로 마련할 것이라는 정도만 알려진 상황이다. 다만 업계에선 일부 재무적 투자자들이 카카오를 넥슨의 유력 인수 후보로 보고 자금 지원에 나섰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그밖에 다른 변수는 중국 기업 텐센트다. 이번 거래에서 텐센트는 인수 후보이면서도 넥슨과 다른 후보들의 이해관계 당사자라는 ‘특별한 존재’다. 이 회사는 던전앤파이터를 중국에 서비스하면서 매년 넥슨에 1조 원을 지불하고 있다. 넥슨 한해 매출의 절반을 텐센트가 담당하는 만큼 존재감이 크다.
여기에 텐센트는 카카오의 2대 주주이자 넷마블의 3대주주다. 다른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넥슨과 텐센트를 떼어낼 순 없다. 결국 넥슨 매각전 최종 인수자가 누가 됐든 텐센트와 손을 잡게 될 것”이라며 “이번 넥슨 인수전의 향방을 가를 가장 큰 변수는 텐센트가 될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