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뱅크가 부진한 상황에서 제3인터넷은행 불발로 반사이익을 보게 된 곳은 카카오뱅크다. 사진은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372 KDB생명타워 16층 카카오뱅크. 박정훈 기자
키움뱅크와 토스뱅크는 각각 혁신성과 출자능력 부분에서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키움뱅크는 키움증권을 중심으로 하나금융지주, SK텔레콤 등 총 28개 사가 참여해 자본 조달에는 안정적이지만 기존 금융권 플레이어가 이끈다는 점에서 새롭지 못한 데다, 주주사가 방대한 탓에 사업계획을 구체화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그간 전문 인력을 대거 투입해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진 키움증권은 다음 인가에 재도전할 것으로 예측된다.
간편송금 서비스를 운영하는 토스 중심의 토스뱅크는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 지분 60%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참여했으며, 외국계 벤처캐피털이 투자자로 참여했다. 그러나 출자 능력과 직결되는 지배주주 적합성과 자금조달 능력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토스뱅크의 경우 앞서 신한금융그룹과 컨소시엄을 이뤘으나 사업계획 등에서 의견 차이를 보이며 신한금융그룹이 컨소시엄을 탈퇴했고, 이후 현대해상과 카페24 등 주요 참여사들도 연쇄 이탈하며 중장기 투자에 대한 어려움이 지적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키움뱅크는 의외지만 토스뱅크의 탈락은 어느 정도 예상했다”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기존 금융 플레이어의 역할이 컸던 만큼 주도권 싸움 끝에 이탈한 신한금융의 부재 영향이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두 컨소시엄이 탈락한 배경에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이 ‘메기효과’를 내지 못한 탓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케이뱅크의 부진에 입 모은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존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가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자금이 부족해 대출이 지연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같은 문제가 뻔히 예상되는 새로운 인터넷은행을 인가해줄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3 인터넷은행 불발로 반사이익을 보게 된 곳은 카카오뱅크다. 업계에서는 이번 예비인가 불허로 3분기에 있을 인터넷전문은행 재신청이 흥행에 실패할 것이라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케이뱅크와 큰 폭으로 격차를 벌리며 앞서나가는 카카오뱅크에 당분간 적수가 나타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앞의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에 동반 탈락한 두 컨소시엄의 탈락 사유가 구체적이지 못해 보완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이제 와 새로운 사업자가 뛰어들기도 애매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인터넷은행들 입장에서는 예비인가 이후에도 출범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바로 새로운 경쟁자가 탄생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도 “이번에 금융당국이 꼼꼼히 살펴보고 탈락시킨 만큼 기업들 입장에서 참여가 부담스러워 다음 분기 재신청 흥행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전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사실상 보류 중이던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 청신호가 켜진 것도 카카오뱅크로서는 호재로 분석된다. 그간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난 14일 김 의장이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으면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카오는 KT(케이뱅크)와 다른 경우라 대주주 적격성 심사가 중단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법제처의 해석이 나오는 대로 심사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위는 지난 4월 김 의장 개인이 심사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대해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한 바 있다.
또 카카오뱅크는 최근 2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면서 기업공개 계획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7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2020년 목표로 기업공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금융지주 공시에 따르면 직전 분기 53억 3400만 원 적자였던 카카오뱅크는 지난 1분기 65억 6600만 원의 분기순손익 흑자를 기록했다.
다만 카카오뱅크의 입장이 ‘아직은 상장 추진은 이르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현재 기업공개와 관련해 계획된 일정은 없다”며 “1분기에는 비용이 많이 나가지 않았던 만큼 상반기까지 실적 추이를 보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
인터넷은행 재신청 흥행 실패 예상되는 이유 ‘손톱 밑 가시가 많아서…’ 금융위가 오는 3분기 인터넷전문은행 신청을 다시 받겠다고 했지만 금융권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7일 한 포럼에서 “토스와 함께했던 신한금융이 여전히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직접 신한금융그룹을 언급했지만 정작 신한금융그룹 관계자는 “전혀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번 예비인가에서 탈락한 두 컨소시엄도 재신청 여부를 확정짓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는 오는 3분기 인터넷전문은행 재신청에 새로운 기업이 크게 관심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메기’라는 것도 옛말”이라며 “카카오뱅크는 잘나가고 있지만, 케이뱅크는 존재감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또 “이제는 지방은행들까지 핀테크 등 디지털 금융을 어느 정도 구축해놓은 상황이라 새로운 인터넷은행이 탄생한다 하더라도 시중은행이 긴장할 만한 상대가 못 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이 인터넷은행에 도전하지 않으려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규제가 너무 많아 사업이 어렵다”며 “기업들은 네이버 라인뱅크 경우처럼 해외로 나가 사업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네이버는 국내 인터넷은행에 진출하지 않는 대신 일본에서 인터넷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의 메신저 플랫폼 일본 자회사 라인은 지난 27일 ‘라인뱅크 설립준비 주식회사 설립’을 공시했다. 흥행 실패 우려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예비인가 불허 직후인 상황에서 언급하기 힘든 일”이라며 “잘 진행될 수 있도록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다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