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화폐’의 정책목표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매출을 견인해 휴·폐업률을 줄이고 가계 소득을 늘리는 경제 선순환 구조의 확립에 있다. 사진=경기도
[일요신문] “카드수수료 50원을 줄여주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50원을 낼 수 있는 1만 원 지출 손님을 늘리는 것입니다.”
경기지역화폐의 목표는 분명하다. 대형마트, 백화점, 홈쇼핑 등으로 집중된 소비의 물길을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으로 돌려 휴·폐업률을 줄이고 가계 소득을 증진시켜 골목상권을 회복하는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확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경기지역화폐가 선택한 방법은 지역경제 정체성의 확립과 소비자 편의성 강화, 그리고 가계 가처분 소득의 증대다.
경기지역화폐는 경기도와 경기도 내 31개 시·군이 함께 협력해 4월부터 동시에 발행 중이다. 발행 비용을 경기도와 각 시·군이 절반씩을 부담하고 사용 가능 지역을 해당 시·군으로 한정함으로써 지역 내 소비를 진작해 서민 가계 소득을 증가하는 데 크게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기존의 지류에 더해 선불 충전식 카드형과 모바일형, 총 3가지 형태로 발행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확장함과 동시에 각 시·군의 사정과 여건에 맞는 발행형태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율권을 최대한 보장해 골목상권 회복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정책의 실질적 효과를 거두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특히, 소비자에게는 6~10%에 달하는 즉시 추가 또는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사용금액에 따라 후지급되는 기존의 신용카드와 달리 충전 즉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들로 하여금 사용 필요성과 매력을 극대화했다. 그 외에도 시·군별, 상점별 각종 혜택의 제공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
이는 기존에 추진 중인 소상공인용 상품권 및 목적성 화폐가 카드수수료를 줄여주는 데 중점을 두었던 것과 달리, 그 카드수수료를 지불할 수 있는 동기의 발생, 즉 50원 수수료를 낼 수 있는 ‘1만 원’ 사용 고객이 늘어나면 그만큼 소득이 증대되고, 휴·폐업률도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에서 출발한다.
이재명 지사와 경기도는 ‘경기지역화폐’를 통해 전통시장과 소상공인들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줄 ‘1만 원 지출 고객’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사진은 이재명 경기도지사(오른쪽)가 경기지역화폐 홍보모델인 배우 김민교 씨(왼쪽)와 홍보 사진을 찍는 모습. 사진=경기도
“경기지역화폐는 버팀목이자 비빌 언덕…소상공인들의 숨통 트일 것”
아울러, 매출 구간을 10억 원 이하로 설정함으로써 ‘서민경제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를 분명히 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연간 매출 0원~5억 원이 80%, 5억 원~10억 원이 5%, 10억 원 이상이 15%다. 즉, 웬만한 가게에서는 불편함 없이 사용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매출로 구간을 정함으로써 동네 슈퍼 및 소형 마트와 중견 마트를 구분했고,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대형마트 및 백화점에서의 사용이 자연스럽게 제한되도록 했다. 또한, 대기업이 직영하는 프랜차이즈만 제한해 매출이 적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편의점 등은 정책의 혜택이 돌아가도록 했다.
이 같은 경기지역화폐의 정책적 방향에 대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의지는 분명하다.
경기지역화폐 도입과 관련해 이재명 지사는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모세혈관과 같은 중소기업, 자영업, 전통시장, 골목상권이 반드시 살아나야 한다”며 “지역화폐를 통해 우리 경제가 소수 특권층 중심의 경제에서 벗어나 다수가 함께 잘 사는 합리적 경제, 공동체적 경제로 거듭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지역화폐의 실무를 담당한 임진 경기도 지방행정사무관은 “카드수수료가 200원, 300원 할 때도 카드를 받았다. 지금의 문제는 카드수수료의 발생이 아니라, 그나마도 낼 수 있는 매출이 없다는 것이다”라고 지적하며 “그래서 경기지역화폐는 50원의 수수료를 상인들이 부담하는 대신에 그 50원을 낼 수 있는 1만 원 사용 고객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고, 그 결과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혜택 마련에 집중했다”고 밝혔다.
이어 “전국적으로 보면 지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자영업자가 3.3% 감소했지만, 경기도의 경우는 30%가량 증가했다. 지방은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이지만 경기도를 포함한 수도권은 지속적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고, 그만큼 폐업도 늘어나는 것이 사실이다”라며 “경기지역화폐는 바로 그 폐업률을 줄여 서민들, 특히 자영업자들에게 버팀목, 비빌 언덕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라고 정책 취지를 설명했다.
또한 “사실 지역화폐 하나로 골목상권을 완전히 활성화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들(정책당국)의 희망일 뿐일 수도 있다. 하지만 폐업률을 반토막 내 보자는 것은 실현 가능하다고 본다”며 “폐업률이 줄어든다는 것은 그만큼 자영업자들의 숨통이 트이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거기서부터 출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생활비는 253만 8000원이다. 이를 경기도 535만 세대의 한 해 지출액으로 추정하면 163조 원이다. 이 중 10%인 16조 원이 지역화폐로 지출된다면 그 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는 단순한 기대가 아니다. 산업위기특별지역으로 지정된 전북 군산의 경우, 군산사랑상품권을 지난해 9월 첫 발행한 후 8개월간 2312억 원을 판매해 군산시 소비지출 추정액 2조 3851억 원의 10%에 육박했으며 투입예산 대비 15배 이상 부가가치 창출 효과가 있다는 분석결과를 내놓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기지역화폐’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의 성공을 위한 마중물이다. 사진은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전통시장에서 직접 ‘경기지역화폐’로 결제하며 홍보하는 모습. 사진=경기도
“상인 스스로의 자구노력 절실…‘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 통해 소상공인 자생력 높인다”
이러한 정책적 목표와 기대감을 현실화하기 위해 경기도는 상인들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대표적인 예로써 앞으로 출범예정인 ‘경기도시장상권진흥원’에서는 지역화폐 정착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현장 중심으로 마련해 추진하는 것과 함께 상인교육을 통한 체질 개선에도 나선다. 특히,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전담매니저를 양성, 운영해 자치력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소상공인 스스로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이에 대한 상인들의 기대감 또한 크다. 경기도 내 한 전통시장 상인은 “다른 무엇보다 일단 매출이 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우리 상인들이 해야 할 역할이 있다면 열심히 할 것이다”라며 “그동안 일부에서 제기된 ‘전통시장은 불편하고, 청결하지 못하고, 불친절하다’는 인식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 나갈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지역화폐도 좋고 다 좋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며 “우리(전통시장)가 대형마트에 비해 무엇이 부족했는지, 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아 왔는지를 냉정하고 처절하게 고민해 볼 시점이 됐다”고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변화의 시작은 기존의 정감 있고, 친근하며, 포근하다는 이미지를 지키면서,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은 친절하고, 깨끗하며, 품질 좋은 상품을 판매한다’는 인식을 갖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우리 상인들 모두 앞장서야 할 것이다”라고 상인 스스로의 노력을 촉구했다.
전통시장을 비롯한 소상공인들의 자구노력이 빛을 발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동참도 절실하다.
임진 사무관은 “경기도에 사는 도민 모두가 더불어 사는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기지역화폐 사용에 동참해주길 바란다. 그런 의미에서 명칭도 ‘경기지역화폐’로 정한 것이다”라며 “경기지역화폐를 통해 경기도가 지향하고자 하는 궁극의 목적지는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대동세상(大同世上)’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경기도 소상공인의 소득 증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경기지역화폐’는 지난 4월 1일 출시 이후 5월 20일 현재 총 781억 원이 판매됐다. 발행형태별로는 카드형 471억 원, 지류형 251억 원, 모바일형(QR코드) 59억 원으로 집계됐다.
손시권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