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하라는 5월 26일 서울의 한 병원 응급실로 후송됐다. 서울 강남경찰서와 소방당국에 따르면 구하라는 이날 정오 0시40분쯤 서울 강남구 자신의 집에서 의식을 잃은 채 매니저에 의해 발견됐다. 담당 매니저는 구하라가 휴대전화를 받지 않자 집으로 찾아갔고, 의식이 없는 상태로 쓰러져 있던 구하라를 발견해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옮겼다.
다행히 생명이나 건강에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구하라가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지를 두고 안타까움을 더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 지난해 교제하던 남자친구와 폭행 논란을 빚은 뒤 현재 재판을 벌이고 있는 그는 최근 일본 활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의학적인 치료 목적의 수술을 한 모습이 포착돼 일부 누리꾼으로부터 악성댓글 피해에도 시달렸다. 심적인 부담과 스트레스가 극심한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게 아느냐는 시선이 따른다.
사진 출처 = 구하라 인스타그램
구하라는 매니저에 의해 쓰러진 채 발견되기 하루 전날, 자신의 SNS에 “안녕”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이를 두고 극단적인 선택을 암시하는 글이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병원 후송 이후 해당 글은 곧 삭제됐다. 그 뒤 구하라의 SNS에는 “당신이 사랑하는 삶을 살아라. 당신이 사는 삶을 사랑해라”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을 새롭게 올라왔다.
구하라는 최근 국내서 이렇다 할 연예계 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다. 일을 봐주는 매니저가 있긴 하지만 매니지먼트사에 소속된 채 활동을 벌이는 상태도 아니다. 다만 구하라는 일본에서는 꾸준히 공연을 벌여왔다. 국내활동에 다소 소극적인 상황과 비교하면 그에게 일본은 주요 무대가 돼 왔던 셈이다. 이를 증명하듯 구하라는 극단적인 선택 이후 연예계와 팬들의 우려와 걱정이 커지는 상황에서 일본 매체를 통해 먼저 심경을 밝혔다.
구하라는 28일 산케이스포츠, 스포츠호치 등 일본의 주요 연예매체에 “걱정을 끼치고 소란을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이어 “건강상태는 회복되고 있다. 여러 가지 일이 겹쳐서 마음이 괴로웠다”며 “하지만 이제부터는 마음을 강하게 하고, 또 건강한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구하라의 병원 치료와 경과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일본 매체에 밝힌 입장 등을 종합해 볼 때 현재 구하라의 건강에 큰 문제는 없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정신적인 건강을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진단이 따른다. 이와 함께 그가 일본 매체를 통해 짧게 언급한 “여러 가지 일이 겹친” 부분을 두고도 갖가지 해석과 추측이 나오고 있다.
구하라는 지난해 9월 전 남자친구인 최종범 씨와 벌인 폭행시비, 신체 일부 불법 촬영 등에 따라 법적 다툼을 벌여왔다. 이와 관련해 구하라는 최 씨의 얼굴에 상처를 낸 혐의로 올해 1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최 씨는 별도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을 비롯해 상해, 협박죄 등으로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이 사건과 관련해 5월30일 이뤄지는 재판에 구하라는 증인 심문을 앞두고 있던 상태였고, 이에 대한 심경에 부담을 느끼면서 최근 우울증을 겪은 것으로도 알려지고 있다.
# 1년 전에도 응급실행…카라 해체 뒤 이렇다 할 활동 없어
구하라의 응급실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에도 응급실에 후송돼 치료를 받았다. 당시 구하라 측은 “수면장애와 소화불량 증세가 있어 치료를 받아왔다”며 “병원을 찾았지만 상태 확인을 위한 기본적인 치료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소속사의 설명이 있기 전, 구하라의 병원 후송에 관련한 사안은 해당 병원 관계자들로 추정되는 이들이 휴대전화 메신저 대화방을 통해 일종의 ‘목격담’ 형식으로 퍼 나르면서 급속히 확산됐다. 이에 소속사가 구하라의 병원 치료 사실을 확인하면서 팬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다.
구하라의 극단적인 선택으로 인해 그동안 그가 얼마나 극심한 심적 고통을 느끼고 있었는 지에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구하라는 얼마 전 SNS에 “한 마디 글이 사람을 죽일 수도 있다”는 글을 쓰고 자신이 겪는 고통을 호소했지만, 이런 외침은 유명 연예인들이 으레 꺼내는 ‘일침’정도로 터부된 것도 사실이다.
최근 구하라가 누리꾼과 언쟁을 벌인 이른바 ‘안검하수 수술’ 부분도 비슷하다. 구하라는 3월 말 일본 도쿄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한 사진을 통해 ‘성형수술’을 한 게 아니냐는 시선을 받았다. 유명 연예인에 따라붙는 인신공격을 더한 악성댓글도 이어졌다. 이에 구하라는 4월 1일 자신의 SNS에 “어린 나이부터 활동하면서 많은 악성댓글로 상처를 받아왔다”며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안검하수를 하게 된 데는 다 이유가 있겠지”라고 썼다.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악성댓글에 그는 “나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는 사람”이라며 “어떤 모습이든 한 번이라도 곱게 봐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구하라가 최근 심적인 고통을 호소하는 데는 그룹 카라를 통해 전성기 인기를 누린 이후 솔로활동을 벌이면서 이렇다 할 두각을 드러내지 않는 상황도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특히 일본에서 2007년 데뷔 싱글 ‘미스터’를 내놓고 엉덩이춤으로 큰 인기를 끈 카라는 사실상 구하라를 중심으로 한류스타로 급부상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구하라가 일본에서 단단한 지지층을 두고 다양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서는 상황이 조금 다르다. 카라 해체 뒤 연기자로 활동 무대를 넓히려고 하면서 배우 전문 매니지먼트사와 전속계약을 맺기도 했던 그는 3~4년 동안 뚜렷한 기회를 잡지 못했다. 물론 여전히 그를 지지하는 팬층은 확고한 만큼 고통을 딛고 용기를 내 일어나길 응원하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