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사 에코휴먼이슈코리아 측이 언론에 공개한 ‘내 이름은 트로트’ 포스터. 사진=에코휴먼이슈코리아 제공
문제의 드라마는 에코휴먼이슈코리아가 제작하는 ‘내 이름은 트로트’다. 지난 5월 29일 ‘미투’ 논란으로 자숙 중이던 배우 최일화의 복귀작으로 보도되면서 연예계는 물론, 대중들까지 들썩거리게 만들면서 일단 이슈를 선점하는 데엔 성공했다.
당시 대중들은 지난해 2월 자신의 성폭력 의혹을 일부 인정하며 “죄를 달게 받겠다”고 한 뒤 자숙에 들어간 배우가 1년 만에 복귀한다는 사실에 공분했다. 심지어 이 배우의 복귀작이 공영방송인 KBS에서 방영 예정이라는 이야기까지 더해지자 불똥은 KBS 측에도 튀었다.
하지만 최일화도, KBS 측도 “사실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분노했던 대중들을 어리둥절하게 했다. 먼저 최일화 측은 “제작사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당사와 배우 모두 현재는 자숙을 갖는 것을 최우선으로 보고 있다”라며 출연이 확정된 바 없다고 해명했다.
KBS 측 역시 “이 드라마는 KBS와 관계 없는 드라마”라며 “KBS는 해당 작품을 전혀 검토 한 적도 없으며 이 작품이 편성돼 방송될 예정이라는 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난색을 표했다.
드라마 ‘내 이름은 트로트’의 대본. 기획에 ‘KBS’로 적혀 있다. 사진=SNS 캡처
그렇다면 제작사의 입장은 어떨까. 에코휴먼이슈코리아 측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최일화 씨의 출연은 결정된 사안이었다. 그런데 최일화 씨 소속사 이사님을 만나 미팅을 하기로 했는데 취소하시더라. 언론 보도로 인해 논란이 불거져서 부담을 많이 느껴서 그런 것”이라고 주장했다. ‘러브콜’이 아니라 ‘픽스’가 된 사안이 대중들의 분노를 우려한 최일화 측 사정으로 무산이 됐을 뿐이라는 이야기다.
KBS 방송 여부에 대해서는 “KBS 방송이 예정돼 있다고 저희가 말한 적이 없다”고 손사레를 쳤다. 제작사 측은 “배우 캐스팅을 위한 미팅 때 ‘KBS에서 방영이 되면 좋겠다’는 식으로 말을 한 적은 있지만 확정적인 말은 아니었다. 많은 분들하고 얘기를 하면서 KBS 방영을 희망하고 있다는 언급을 한 적은 있는데 그러다 보니 갑자기 KBS 방영이 확정됐다, 방영을 한다, 이런 얘기가 나오더라”고 해명했다.
일본에서 활동 중인 보이그룹 슈퍼노바의 멤버 지혁의 ‘내 이름은 트로트’ 출연 확정 공지. “올 하반기 방송 예정 KBS 스페셜 드라마 ‘내 이름은 트로트’”라고 적혀 있다. 사진=슈퍼노바 공식홈페이지
본인들이 그렇게 홍보를 한 것이 아니라 캐스팅 된 배우들이 착각해서 잘못 보도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보이그룹 슈퍼노바(전 초신성)의 경우를 보면, 이들은 “올해 하반기에 방영이 예정된 KBS 단막극 ‘내 이름은 트로트’에 멤버 지혁의 출연이 결정됐다”고 KBS를 명시한 공지를 게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제작사 측의 주장대로라면 이들이 단순한 “편성 희망”을 “편성 확정”으로 잘못 알고 공지를 올렸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제작사는 물론 PD, 협업사까지 동일하게 이 드라마를 “KBS 편성 드라마”로 홍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SNS 등에서 드라마 제목으로 검색하면 해시태그로 ‘KBS’가 걸려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에코휴먼이슈코리아에서 제공하고 있는 포스터 등에도 ‘KBS 기획’ 등의 문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다른 배우들의 캐스팅 부분에 있어서도 유사한 잡음이 일고 있다. 최일화 외에 에코휴먼이슈코리아 측은 배우 노주현에 대해서도 “캐스팅이 확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에코휴먼이슈코리아 측에서 제공하는 ‘내 이름은 트로트’ 공식 포스터.
그러나 노주현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출연 요청은 받은 바 있지만 결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대본을 보고 확정하겠다고 했는데 아직 보지 못한 상태다”라며 “출연 확정 관련 보도자료가 나온 것을 보고 바로 거둬들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작사 측이) KBS에 방송 편성이 돼 있다고 말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역시 제작사의 해명과 상반되는 부분이다.
다소 미심쩍은 부분은 또 있다. 에코휴먼이슈코리아 측은 이 작품이 2019 도쿄 국제 드라마 페스티벌 ‘한국 드라마 부문’ 시나리오상 수상이 ‘확정’됐다고도 홍보한 바 있다. 도쿄 국제 드라마 페스티벌 사무국 측이 직접 “시나리오를 받고 흥미진진함과 탄탄한 스토리가 좋았다. 무엇보다 트로트라는 장르로 드라마를 만든다는 것에 대해 평가가 높은 편이다. 드라마가 정말 기대된다”는 극찬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요신문’ 확인 결과 도쿄 국제 드라마 페스티벌의 2019년 수상 작품은 아직 선정되지도 않았다. 해당 사무국의 관계자는 이와 같이 밝히며 “그 정보는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에코휴먼이슈코리아 측 관계자는 “저희가 도쿄에도 회사가 있는데 시나리오를 일본어로 번역해서 보내면 그쪽에서 페스티벌 사무국에 전달하는 것”이라며 “저희는 도쿄 회사를 통해서 수상이 확정됐다고 들었다. 다시 확인해서 연락을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추가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