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관중이 들어찬 잠실구장.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연합뉴스
[일요신문] 야구경기가 반환점인 5회를 마치면 시작되는 클리닝 타임. 경기가 치러지던 그라운드가 빠르게 정돈 돼야할 시간에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한 구단의 코치와 야구장 아르바이트생 간의 폭력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는 2019 KBO 규약 제151조 ‘품위손상행위’에 위반되는 사항일 수 있다. 하지만 사건이 드러나지 않았고, KBO에선 이를 두고 시간을 끌어오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 5월 7일 한화 이글스와 SK 와이번스의 경기가 열린 인천SK 행복드림구장에서는 흔치 않은 일이 있었다. 코칭 스태프와 야구장 아르바이트생이 맞부딪힌 것이다.
클리닝 타임에 야구장 정돈을 하는 등의 임무를 맡은 그라운드 키퍼와 한화 코칭 스태프의 갈등이 일어난 곳은 불펜 주변이었다. 이곳에서 둘 사이의 갈등이 시작됐고, 서로의 멱살잡이로 번졌다. 결국 코칭 스태프가 상대의 뺨을 한 대 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와 관련해 한화 구단 관계자는 “불펜에서 코칭 스태프가 그라운드 키퍼에게 ‘지금 서 있는 곳에서 조금만 비켜달라’고 요청 했다. 선수들이 던지는 공을 맞을 수도 있어서 그랬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키퍼가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실랑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어 그는 “이후 클리닝 타임에 키퍼가 그라운드로 들어서면서 코칭 스태프가 들을 수 있게 욕설을 했다더라. 어린 아르바이트생이 그런 행동을 하니 코칭 스태프가 욱하는 마음에 그랬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후 둘은 다시 한 자리에서 마주하게 됐다. 코칭 스태프가 알바생에게 사과의 마음을 전했다. 한화 관계자는 “알바생도 일부 자신의 잘못을 인정했다”면서 “그 코칭 스태프가 평소 인성이 그렇지 않은 인물인데 경기를 치르다보니 좀 예민해졌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한화는 클리닝 타임이 시작되기 전인 5회말 대거 4점을 내줬다.
야구장 내에서 구단 관계자가 폭행을 행사하는 사건이 일어났지만 20일이 지난 현재(5월 30일)까지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사건을 알고 있는 인사는 ‘구단 측이 폭행 당사자들 간에 어느 정도 합의에 이르러 은폐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그저 음모론에 그쳤다. 한화 측에서는 사건을 KBO 클린베이스볼 센터에 이미 신고한 상태였다. 한화 관계자는 “보고를 접수하기만 했을 뿐 이렇다 할 피드백은 없었다”고 전했다.
KBO는 최근 리그 내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할 경우 즉각적으로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대처해 왔다. 지난 4월 28일 롯데와 두산의 벤치클리어링과 관련해선 단 이틀 뒤인 30일 상벌위를 열었다. 이번 시즌 스프링캠프기간에도 LG 선수단의 카지노 출입이 온라인상에서 논란이 되자 빠른 대처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일 만큼은 KBO 측의 언급이 없는 상황이다. KBO 규약 제151조에는 ‘선수, 감독, 코치, 구단 임직원 또는 심판위원이 마약범죄, 병역비리, 인종차별, 폭력, 성범죄, 음주운전, 도박, 도핑 등 경기 외적으로 품위를 손상하는 행위를 하여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경기 외적 폭력에 대한 제재 규정은 ‘출장정지 30경기 이상, 제재금 500만 원’이다.
이와 관련해 KBO 클린베이스볼센터 관계자는 “한화 구단 측이 그 사건을 이튿날 5월 8일 보고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상벌위 개최 등 후속 조치가 아직까지 없었던 것에 대해서는 “한화 구단 측이 코칭 스태프와 그라운드 키퍼 간에 원만하게 해결하는 과정이 있어서 좀 늦어지게 됐다. 내일(5월 31일)까지는 경위서를 받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경위서를 받게 되면 상벌위원이 변호사이기에 법률적 문제 등을 따져볼 계획이다”라고 덧붙였다.
KBO는 10여 년째 ‘클린베이스볼’을 외치고 있다. 정운찬 KBO 총재 또한 취임 초기부터 이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따금씩 그간 은폐됐던 프로야구 구성원들의 과오가 적발되며 팬들을 실망시켜왔다. 코칭 스태프의 야구장내 폭행사건을 이번엔 KBO가 어떻게 풀어갈지 지켜볼 일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