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나비 리더 최정훈은 아버지가 김학의 전 차관에게 향응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받아 논란에 휩싸였다. 방송 캡처.
5인조 남성 밴드 잔나비는 매력적인 음악으로 수많은 팬의 호응을 얻었다. 기존 보이그룹과는 다른 독특한 콘셉트도 인기를 끄는 데 한몫했다. 대중적 인기를 얻게 된 것은 MBC ’나 혼자 산다‘에 리더 최정훈이 출연하면서부터다. 최정훈은 꾸밈없고 소탈한 일상을 보여줬다. 건물 지하를 얻어 작업실 겸 주거지로 삼고, 상가 공용 화장실에서 찬물 샤워를 하는 모습은 그에게 ’배고픈 아티스트‘ 이미지를 심어줬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최정훈은 한순간 논란의 중심이 됐다. 최정훈의 아버지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은 것.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따르면 김학의 전 차관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최정훈의 아버지 최 아무개 씨의 존재가 드러났다. 그는 일종의 ’스폰서‘였다. 건설업자인 최 씨는 2007~2011년 김학의 전 차관에게 법인카드, 차명 휴대전화 등 3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문제로 최 씨는 최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세간의 화제인 ’김학의 사건‘에 최정훈의 가족이 연루되며 팬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최정훈은 “부족함 없이 살다가 2012년 아버지 사업 실패 이후 경제적인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며 “아버지 요청으로 회사 설립에 필요한 명의를 드렸다. 확인한 결과 제 명의의 주식에 대한 투자금액은 1500만 원에 불과하다”고 해명했다.
방송에서 최정훈은 작업실에 거주하며 싱크대에서 머리를 감는 등 배고픈 아티스트의 모습으로 연출됐다. 방송 캡처.
경기도 일대에서 부동산 시행 및 개발업에 종사해온 최 씨는 ’건설업 폭리 논란‘에도 얽힌 것으로 밝혀졌다. 2000년대에 용인죽전지구에서 개발사업을 시행하던 당시, 최 씨 회사가 택지비를 부풀려 491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의혹이다. 최 씨 회사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회가 2006년 발표한 ’폭리 건설사 명단‘에도 이름이 올랐다.
수백억 원의 수익을 올릴 정도로 흥행하던 최 씨 사업은 2012년 시행한 경기도 아파트가 미분양으로 속을 썩이며 내리막을 걸었다. 아파트 판매를 위한 비용 지출이 급증했다. 결국 최 씨 회사는 2013년 대기업 A 사와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285억 원을 빌렸다. 최 씨는 연대보증을 섰다. 대여금에 이자까지 더하면 현재 최 씨 회사와 그의 빚은 수백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최 씨는 부채를 상환하지 못했고 이는 소송으로까지 번졌다.
A 사 관계자는 “당시 최 씨 회사는 아파트 분양이 잘 안 돼서 홍보비 등에 사용하기 위해 돈을 빌려갔다. 현재 그쪽 자산이 어느 정도 되는지 재산을 조회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최 씨는 2016년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다. 사내이사에는 최 씨의 장남이 올라있다. 이 회사는 경기도 용인시 개발 사업권을 따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채가 산더미처럼 쌓인 최 씨가 새로운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건 주식과 자산 등이 본인 명의가 아니기 때문으로 보인다. 최 씨 가족이 현재 거주하는 곳 역시 최 씨 명의가 아닌 가족 명의 주택이다.
최 씨에게 돌려받을 돈이 있다는 B 씨는 “7년 전부터 사업만 잘되면 돈을 주겠다면서 아직도 주지 않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소송을 했다”며 “못 받은 돈이 억대 금액이라 현재 생활이 너무 어렵다. 그런데 최 씨 가족이나 회사 재산 가운데 본인 명의인 게 거의 없어 상환 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최 씨가 김학의 전 차관에게 3000만 원을 준 혐의는 수사 중이지만, 아들 최정훈과는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 씨가 어떻게 김 전 차관을 알게 됐는지, 향응을 제공한 이유가 무엇인지는 알려진 바 없다. 둘은 지연도 학연도 아니다. 또 최 씨의 주 사업지는 경기도인데 향응이 제공된 2007~2011년 김 전 차관의 근무지와도 겹치지 않는다. 다만 최 씨는 김학의 성접대 사건의 핵심 관계자인 건설업자 윤중천과는 모르는 사이라고 전해진다.
여론은 분분하다. 아버지와 김학의 전 차관과의 친분 등은 아들인 최정훈과 무관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다만 방송을 통해 가난한 아티스트인 척 시청자를 속였다는 비난 여론은 거세다. 상가의 공용 화장실에서 찬물로 샤워를 하는 모습을 연출하면서, 최고급 브랜드의 샴푸를 사용하는 등 모습이 모순이라는 것. 일각에서는 “흙수저 코스프레, 가난 상품화는 팬 기만”이라며 음원 불매 조짐도 보인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작업실 산다던 최정훈 본가에…“아버지 관련 의혹 잘 알지 못한다” 건설업자 최 씨를 만나기 위해 그가 대표로 있는 S 사를 찾았다. 건물 2층에 있는 사무실에는 불이 켜져 있었지만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인근 상인은 “S 사에 원래 직원이 매일 출근하지는 않는다. 가끔 사람이 드나드는데 최근에는 아무도 오지 않더라”고 말했다. 최 씨의 자택에서 예상치 못한 인물인 잔나비 리더 최정훈을 만날 수 있었다. 방송에서 최정훈은 작업실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한참 인기척이 없다가 문이 열리고 최정훈이 나왔다. 불거진 의혹과 부채 등에 대해 최정훈은 “아버지가 어떤 인연으로 김학의 전 차관과 알게 되었는지, 언제부터 친하게 지냈는지는 잘 모른다. 입장문에서 밝힌 내용이 전부”라며 “아버지는 현재 가족과 함께 살고 있다. 지금은 집에 없다”며 구체적인 질문을 피했다. 앞서 최정훈은 SNS를 통해 ‘태어나기도 전에 아버지와 김학의 전 차관이 가까이 지내던 친구였다. 그 사람에게 받은 혜택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 외의 내용에 대한 구체적인 해명은 하지 않아 대중의 호기심이 증폭되고 있다. 금재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