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구는 4월 청소년 대상 90분짜리 특강 계획을 세우고 김제동 강연료로 1550만 원을 책정했다. 고액 강연비가 제 식구 챙기기의 일환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박정현 대덕구청장이 평소 친민주계를 자처하는 김제동에게 선심성 예산을 책정해 주려다가 역풍을 맞은 꼴이라는 지적이었다.
‘대덕구·대전시교육청 풀뿌리 교육자치 사업 계획서’에 따르면 강사 수당은 프로그램당 10만~13만 원 정도다. 대덕구는 “구비가 아니라 국비로 한다. 문제 아니다”라는 망언까지 곁들여 논란을 증폭시켰다. 대덕구의 재정 자립도는 16%에 불과하다. 논란이 일자 강연은 취소됐다.
불똥은 대전시 정치권으로 튀었다. 대전시를 이끌고 있는 허태정 시장이 유성구청장 시절부터 보여준 제 식구 챙기기도 이와 별반 다를 게 없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허 시장이 얼마 전 결정한 친환경 급식비 확대를 두고 뒷말이 쏟아졌다. 예산 수혜 조직이 허 시장의 비호로 성장해 지방 선거전에 투입됐다고 의혹이 제기된 까닭이었다. 실제 이 조직 식자재 공급망 곳곳에서 지방 선거 때 최전선에 뛰었던 친민주계 인사가 여럿 포착됐다.
허태정 시장은 2018년 11월 친환경 급식비 확대 지원을 결정했다. 이제까지 초중생 급식비만 지원 대상이었으나 올해부터 어린이집 원생, 유치원생, 고교생까지 확대됐다. 대전시는 2007년부터 초중생 급식에 친환경 우수 농산물을 끼워 넣어 끼니당 220원을 지원해 왔다. 소요되는 예산은 2018년보다 57억 7200만 원 증가한 106억 100만 원이다. 내년에는 200억 원을 넘어설 거라고 알려졌다.
이 예산은 ‘유성푸드통합지원센터’로 지원돼 대전시 전체 급식에 친환경 우수농산물을 공급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대전 유성구 기반 식재료 유통단체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로 많은 관심이 쏠렸다. 친환경 급식비 예산이 사실상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으로 향하기 때문이었다. 유성푸드통합지원센터 운영 주체는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이다. 게다가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은 허태정 시장과 오랜 인연으로 이미 지역에서 유명했다.
2014년 8월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의 전신 품앗이로컬푸드와 협약을 맺은 허태정 당시 유성구청장. 오른쪽에서 네 번째가 허태정 시장, 맨 오른쪽이 이원호 이사장이다. 사진=대전시 유성구 제공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유성구청장이었던 허태정 시장은 2014년 4월 영유아 친환경급식 지원 대상으로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의 전신 ‘품앗이로컬푸드’를 선정했다. 2014년 8월 유성구는 아예 품앗이로컬푸드와 로컬 푸드 활성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사기업이었던 품앗이로컬푸드는 2015년 5월 정부 및 지자체 지원을 받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조직 구조를 변경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간판은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로 바뀌었다.
허태정 당시 유성구청장은 적자 운영을 면치 못했던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 지원을 멈추지 않았다. 2015년 대전 유성구 사회적 기업 30곳 가운데 적자 규모로 2위를 차지했던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은 2015년 1억 8000만 원, 2016년 2억 원, 2017년 3억 8000만 원을 지원 받았다. 또한 어린이집 및 유치원 급식의 로컬 푸드 제공 업체로 지정된 데다 연간 5억 7000만 원에 이르는 가공지원센터까지 맡게 됐다. 허 시장의 지원에 힘입어 2012년 360여 명이던 조합원은 현재 1만 3000여 명으로 늘었다. 매출은 2014년 12억 원에서 2017년 60억 원에 이를 정도로 성장했다. 대전 유성구 지족동에 본점을 두고 2015년 12월 노은점과 도안점, 2016년 8월 관평점을 개점했다.
지자체의 사회단체 단순 지원이 친민주계 특수 지원으로 의심 받기 시작한 건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 마을에서 판매되는 다른 지역 식자재 때문이었다.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 식재료는 유성구 로컬 푸드 브랜드 ‘바른유성찬’ 인증을 받는다. 로컬 푸드는 문자 그대로 지역에서 나는 식자재를 가리킨다. 하지만 현재 다른 지역에서 난 식자재 역시 유성구 로컬 푸드 인증을 받아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 매장에서 판매되는 실정이다.
충북 영동에서 난 사과가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과 친민주계 특혜와 관련해 중심에 섰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이 사과는 오광영 더불어민주당 시의원의 모친 밭에서 생산된 것이었다. 오 의원의 모친은 충북 영동군 양강면 죽촌리에 5273㎡(약 1597평) 전답을 소유하고 있다. 오 의원은 아예 ‘2019 품앗이마을 설 선물세트’ 안내 책자에 직접 홍보까지 나섰다. 이 안내 책자에는 “오광영 생산자의 사과 과수원은 과일이 맛있기로 유명한 영동에서도 일교차가 커서 과일 당도가 좋기로 소문난 동네 양강면 죽촌리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라는 글까지 담겼다.
시의원이 시 예산을 지원 받는 유통처를 거쳐 자신이 생산한 상품을 판매한 셈이었다. 오광영 의원은 단순한 생산자가 아니었다.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 이사 출신으로 나타났다. 동시에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 조합원이기도 했다.
자신이 생산한 사과라며 충북 영동 사과를 사가라는 오광영 의원. 오 의원이 파는 이 충북 영동 사과는 대전 유성구 로컬 푸드 인증을 받았다. 로컬 푸드는 인근 지역 식자재를 뜻한다.
조합원 명단에는 오광영 의원 외 다른 정치권 관계자도 목격됐다. 김제동 강연비 논란의 중심에 선 박정현 대덕구청장의 남편 양 아무개 씨였다. 양 씨는 대덕구 기반의 민들레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을 이끈 바 있다. 이 조합이 위치한 대전 대덕구 법동 건물에는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 매장 역시 자리했다. 지역 주민에 따르면 이 매장은 양 씨가 이끄는 사회적 협동조합에서 파생된 대덕품앗이협동조합이 위탁 운영한다.
‘일요신문’이 직접 찾은 대전 대덕구 법동의 대덕품앗이협동조합 매장. 2층에는 민들레한의원이 있고 인근에는 민들레의원, 민들레치과, 민들레건강검진센터 등이 한 곳에 모여 있었다.
지자체의 사회단체 단순 지원이 친민주계 특수 지원으로 의심 받는 정황은 이게 다가 아니었다. 이들 사회단체의 선거 지원 정황까지 나왔다. 이원호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 이사장은 허태정 시장 후임인 더불어민주당 정용래 유성구청장 캠프에 지원 나간 바 있었다고 나타났다.
선거 지원에 나선 건 이원호 이사장뿐만 아니었다. 이 이사장은 낙선한 더불어민주당 성광진 대전교육감 후보자 지원에도 적극적이었는데 홍은영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 상임이사도 마찬가지였다. 홍 이사는 박정현 대덕구청장 선거캠프에서도 활동했다. 그는 바른유성찬 인증 생산자 교육을 진행했던 인물이기도 했다. 탁현배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 상임이사는 허태정 시장 캠프 출신으로 드러났다. 사회단체로 향한 오랜 기간의 재정 지원이 선거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사례가 된 셈이었다.
상황이 이렇자 얼마 뒤 대전 지역에 완공될 학교급식지원센터 위탁 운영에도 의구심을 표하는 사람이 많은 실정이다.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이 유성구의 위탁을 받아 유성푸드통합지원센터로 향하는 예산을 싹쓸이했듯 학교급식지원센터 위탁도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될 거라는 게 대전 지역에서 제기되는 의혹이다. 2020년 완공을 목표로 둔 학교급식지원센터는 대전 지역 교육계 약 24만 명분 식재료의 집하, 선별, 포장 및 잔류 농약 분석 등을 총 관장할 시설이라 사업 규모가 매우 크다.
이와 관련 허태정 시장은 연락을 받지 않았다. 대전시 관계자는 ”학교급식지원센터는 우선적으로 컨트롤 타워형으로 출범하기 때문에 행정 직영으로 운영할 예정이다. 일단 지금은 위탁 줄 상황이 아니다. 나중에 물류센터가 생기든가 하면 그때 가서 결정될 사항“이라며 “사회적 협동조합 품앗이마을에 예산이 모두 향하는 건 유성구가 정한 것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