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엔터테인먼트 양현석 대표가 해외 유명 투자자들을 상대로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화면 캡처
지난 5월 27일 MBC 탐사보도 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양현석의 성접대 의혹을 보도했다. 그가 지난 2014년 7월 경 태국의 유명 푸드 컨설턴트이자 부호 차바노스 라타쿨(Chavanos Rattakul)과 말레이시아 전 유명 금융인 조 로우(Jho Low)를 만나는 자리에서 25명의 여성을 대동했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의 한 고급 한식당에서 이뤄진 이 자리에는 양현석과 가수 싸이가 함께 했다. 여기에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의 전 여자친구이자 필로폰 상습 투약 혐의로 현재 구속된 남양유업의 외손녀 황하나(31) 씨도 있었다는 폭로가 나오기도 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여성 25명 가운데 10여 명이 ‘화류계’ 여성이라는 증언도 나왔다. 이 여성들은 이른바 ‘정 마담’으로 알려진 인물이 동원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한 제보자는 “정 마담은 강남 화류계에서 VIP와 여성들을 연결해 주는 것으로 유명세를 탄 인물”이라며 “해외 VIP들이 준비된 여성들을 마음에 들어 하면 같은 비행기에 태워 보내기도 한다. 해외까지 가서 접대하고 한국에 돌아오면 ‘접대비’를 받는 식”이라고 귀띔했다. 정 마담은 승리를 비롯한 빅뱅 멤버들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태국 방송에 출연해 성폭행 의혹을 해명한 차바노스 라타쿨. 사진=JTBC 뉴스화면 캡처
이들로부터 접대를 받았다는 차바노스 라타쿨은 지난해 12월 15일, 승리가 운영하는 클럽 버닝썬 내에서 발생한 ‘물뽕(GHB)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된 인물이다.
라타쿨은 사건 당일 YG 자회사 대표 김 아무개 씨와 함께한 자리에서 한국인 여성 A 씨를 만났다. 그리고 같은 날 A 씨에게 물뽕으로 추정되는 약물을 탄 술을 마시게 한 뒤 성폭행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후 A 씨가 깨어나 저항하자 폭행해 전치 3주의 부상을 입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이 한국에서 보도되자 라타쿨은 자신의 SNS로 억울함을 호소했다. “승리와 버닝썬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나는 그런 미친 짓(성범죄)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다”라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태국의 한 방송사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이 같은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한국을 재방문할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런 가운데 라타쿨이 양현석을 만난 적이 있다는 폭로가 불거지면서 그의 성폭행 사건도 재조명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이 양현석의 성접대 사건을 수사할 경우 라타쿨에게 수사 협조 요청을 할 수 있고, 지난해 12월 흐지부지 무마됐던 성폭행 사건에 대한 추가 수사 가능성도 열린 셈이다.
‘억만장자’ 위장했던 말레이시아의 사기꾼 조 로우. 사진=조 로우 페이스북
라타쿨과 조 로우의 관계는 어떨까. 이들 역시 오랫동안 알고 지낸 친구사이다. 조 로우가 주최한 파티에 라타쿨이 참석하는가 하면, 이들의 한국 인맥도 서로 연결돼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양현석 외에 앞선 YG 자회사 대표 김 아무개 씨 역시 이들의 공통된 지인이다.
조 로우는 말레이시아 억만장자로 ‘알려졌던’ 인물이다. 양현석이 그를 만났다는 2014년만 하더라도 그는 억만장자 행세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포장하고 다닌 것이 너무나 완벽했던 나머지 헐리우드 유명인들까지 속아 넘어갈 정도였다. 실제로 부유층은 맞았지만 ‘억만장자’의 수준까진 아니었다는 게 현재까지 밝혀진 조 로우의 실체다.
자산을 부풀려가며 말레이시아 고위 계층을 완벽히 속여 온 조 로우는 이후 미국과 영국으로 세력을 넓히기 시작했다. 호주의 유명 모델 미란다 커, 헐리우드 유명 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케이트 업튼, 패리스 힐튼 등이 로우의 사기에 넘어갔다.
당시 조 로우는 말레이시아 나집 라작 전 총리의 ‘집사’ 역할을 맡는 등 정권 실세로 통했다고 한다. 그의 화술과 조작된 재력, 그리고 정부의 뒷배까지 합쳐지자 아무도 그의 사기를 의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MBC ‘스트레이트’에서 공개한 조 로우의 모습. 사진=MBC 캡처
이렇게 유명인들과의 인맥을 자랑하면서 또 다른 해외 VIP 사업가들의 투자를 유치하는 방식으로 그는 수년 간 사기 행각을 벌여왔다. 그러나 지난 2018년, 나집 전 총리의 몰락 후 조 로우는 말레이시아 국유투자기금(1MDB) 횡령 배후자로 지목돼 미국 법무부와 말레이시아 정부의 ‘블랙리스트 수사’ 대상에 올랐다. 현재는 중국과 홍콩 등지에서 도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현석과 함께 이들의 ‘접대’에 동석했던 가수 싸이는 조 로우에 대해 “저의 해외 활동 시기가 맞물려 알게 됐고 제가 조 로우를 양현석 형에게 소개했다”며 “(당시) 초대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술을 함께 한 후 저와 양현석 형은 먼저 자리를 떠났다”고 밝혔다. 성접대가 있었는지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는 모호한 해명이었다.
그렇다면 싸이와 조 로우의 친분은 어떨까. 이들의 인연은 적어도 2012년부터 시작했다. 2012년 11월 4일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조 로우의 31번째 생일 파티에 싸이가 초청돼 ‘강남스타일’ 공연을 선보인 것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패리스 힐튼, 킴 카다시안, 지지 하디드, 제이미 폭스,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이 참석한 이 파티는 철저히 비밀로 진행돼 참석한 유명인들조차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싸이와 조 로우의 인연은 조 로우가 도망자 신세가 되기 직전인 2018년까지 세상에 알려지지 못했다.
2014년 양현석과 함께 조 로우, 차바노스 라타쿨을 접대한 것으로 확인된 싸이. 조 로우와는 2012년 전후로 알게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진=박정훈 기자
남은 것은 이들에 대한 성매매 사실을 경찰이 어떻게 수사하고, 입증할 것인지의 문제다. 현재 경찰은 YG 성매매 사건의 제보자와 YG 관계자들과 접촉하는 등 내사에 착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접대 장소에 유흥업소 여성들을 부른 것이 사실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하지만 ‘성접대’가 아니라 ‘자연스럽게 이뤄진 성관계’에 불과하다는 것이 YG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따라 당시 접대 자리에서 화대로 판단할 수 있는 금전거래가 오갔는지 여부가 수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선 여성들을 ‘공급’한 정 마담의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는 게 수사당국의 중론이다.
앞선 제보자는 이에 대해 “정 마담보다 황하나에게 묻는 것이 더 빠를 수 있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던지기도 했다. 그는 “황하나 역시 VIP들을 상대로 젊은 여성들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해 왔다. 더욱이 승리, 이문호(버닝썬 전 대표이사), 양현석, 밥(차바노스 라타쿨의 닉네임) 등 모두와 연관돼 있으므로 황하나를 통해서도 충분히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양현석은 지난 5월 30일 YG엔터테인먼트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방송에 나온 의혹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방송사가 제기한 어떠한 불법적인 행동이나 여러분들에게 부끄러울 만한 행동을 절대 하지 않았다. 모든 진실은 곧 세상에 밝혀질 것”이라며 결백을 호소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