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첫 내한 전시회를 여는 아티스트 B.D 그라프트. 사진=스튜디오 파런테즈 제공
B. D 그라프트의 작품은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다. 그의 작품 세계인 ‘Add Yellow(노란색을 더하다)’ 프로젝트는 “내가 무언가 덧입혀 누군가의 작업물에 변형을 가했다면, 그것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그리고 그의 작품을 바라보는 대중들에게 던진다.
3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뮤트뮤즈 팝업 전시장에서 열린 그라프트의 첫 내한 전시회에서도 줄곧 이 같은 질문이 이어졌다. 그의 ‘Add Yellow‘ 프로젝트는 이미 존재하는 사진, 사전, 도서 등 모든 기성품과 저작권물에 그라프트의 시그니처 컬러인 ’노란색‘을 더해 만들어진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그라프트는 “제 프로젝트의 슬로건 ‘노란색을 약간 추가한다면, 내 것이 될까요?’ 라는 것은 예술작업의 주체와 소유권에 대한 질문이자 성명”이라며 “특히 요즘처럼 SNS와 디지털이 발달한 시대에는 뭔가를 리포스팅하고 차용하는 것에 대해 활발한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 같다. 제 작품을 관람하시는 분들도 한 번 생각해 보시고, 함께 답을 찾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B.D 그라프트의 작품 ‘MK시리즈’.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에 노란색을 덧칠했다. 사진=스튜디오 파런테즈 제공
대중들에게도 답을 구하고 있는만큼 그 역시 아직까지 ‘Add yellow’에 대한 답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한다. 그라프트는 그러면서도 “사실 본인이 답을 찾았다고 이야기하는 순간, 프로젝트의 의미가 사실상 끝나지 않나”라며 당분간은 계속해서 답을 찾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라프트의 시그니처 컬러가 ‘노란색’이 된 것은 노란색이 갖는 중도적인 분위기 때문이었다. 정열이나 사랑을 뜻하는 붉은색이나 어둡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검은색과 달리 노란색은 정형화된 해석이 따르지 않는 중립의 컬러라고 생각했다는 것이 그의 이야기다.
다만 국내에서는 ‘노란색’에 대한 상징적 의미가 강할 수밖에 없다. 이전에도 그랬지만, 특히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노란색은 한국의 대중들에게 있어 슬픔과 그리움을, 그러면서도 또 다른 희망을 꿈꾸게 하는 색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대해 그라프트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서는 저희 역시 알고 있다. 네덜란드에서도 이슈였던 매우 끔찍한 사건이었다”라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도 “한국에서 노란색은 사랑하는 사람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색으로 알고 있다. 그런 참사가 있었던 것과 참사의 상징적인 컬러로서도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노란색으로 인해 희망을 찾고 긍정적인 미래를 느낄 수 있기를 소망한다”며 한국 관람객들에게 한정될 프로젝트의 각별한 의미를 설명했다.
기자간담회 후 진행된 질의응답 시간에 B.D 그라프트가 직접 드로잉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김태원 기자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라프트의 메인 작품을 한 자리에서 감상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아돌프 히틀러의 자서전 ‘나의 투쟁(Mein Kampf)’을 이용한 ‘MK’ 시리즈는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이다.
히틀러의 자서전은 오랜 시간 동안 전 세계적으로 금서 취급을 받아왔다. 그라프트 역시 이 작품을 위해 꽤나 품을 들여 책을 구입해야 했다고 한다. 암스테르의 한 고서점에서 ‘비싸게’ 주고 구매했다는 이 책을, 그라프트는 한 장 한 장 찢은 뒤 그의 시그니처 컬러를 덧칠했다.
그는 “고전적인 화풍에 집착했던 히틀러는 일체의 모던 아트를 혐오했던 인물이다. 그의 책을 구입해 돌아오는 길에 히틀러가 그토록 싫어한 현대 미술로 한 방 먹여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MK 시리즈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이런 종류의 증오와 편견을 용납하지 않는다.’ 현대미술을 차용해서 말 그대로 그들의 책에 붙여 넣은 것이다. 증오로 가득한 히틀러의 말을 ‘무장해제’ 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그라프트는 라이프 패션 브랜드 뮤트뮤즈와의 ‘아뮤즈백’ 등 컬래버레이션으로도 국내에서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콜라주, 컬래버레이션, 인스타그램’으로 정의되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베이스의 영 아티스트 B.D 그라프트의 작품은 다음달 31일까지 서울 성동구 뮤트뮤즈 팝업 전시장에서 감상할 수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