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을 눈앞에 두고 은메달을 목에 걸어야 했던 손흥민. 연합뉴스
[일요신문] 화려하고도 험난했던 손흥민의 시즌이 끝났다. 손흥민은 소속팀 토트넘과 지난 2일(한국시간) 치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마지막으로 2018-2019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번 시즌은 유럽 1부리그 무대에서 9시즌 간 활약하고 있는 그에게 더욱 특별한 시즌으로 기억 될 전망이다.
#소속팀 토트넘에서의 여정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PL) 4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토트넘과 손흥민이 받아든 이번 시즌 최종 성적표다. 손흥민은 토트넘이 치른 58경기 중 48경기에 나서 20골 10도움을 기록했다. 지난 2016-2017 시즌 기록했던 47경기 21골 10도움에 버금가는 기록이다.
이번 시즌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에서의 활약이 돋보였다. 인터밀란, 바르셀로나, PSV 에인트호번 등 유럽 명문들을 상대로 한 조별리그에서는 무득점에 그쳤지만 토너먼트부터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도르트문트와의 16강 1차전에서 선제골을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열세가 예상되던 맨체스터 시티와의 8강전에서는 2경기에서 3골을 기록했다. 종합스코어는 4-4였지만 손흥민의 원정 2골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원정다득점 원칙에 의해 4강에 올랐다. 이는 토트넘 구단 최초의 일이었다.
소속팀의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에 결정적 역할을 했던 손흥민. 사진=UEFA 챔피언스리그 트위터
토트넘은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이 수년간 길러낸 선수들과 함께 리그 초반 일정에서 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반기 18라운드에서 단 4패(0무)만을 기록하며 선두권 싸움에 뛰어들기도 했다.
리그 초반 공격포인트를 생산하는데 어려움을 겪던 손흥민도 11라운드를 기점으로 폭발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12월에는 리그 7경기에서 6골 4도움을 기록하며 ‘이달의 선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국가대표 주장’ 손흥민
손흥민은 이번 시즌 어느 때보다 많은 시간을 태극마크를 달고 보내기도 했다. 지난 시즌이 끝난 직후 쉴 틈 없이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대표팀에 합류했다. 월드컵 3경기에 모두 풀타임으로 나섰고 ‘카잔의 기적’을 만들어 낸 독일전에서는 승리를 확정짓는 골을 기록하기도 했다. 월드컵 이후로는 기성용으로부터 A대표팀 주장 완장을 넘겨 받았다.
후배들을 이끌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아시안게임. 사진=대한축구협회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을 쉼 없이 치른 손흥민에게 휴식이 주어지기도 했다. 2018년 11월 호주에서 열린 원정 친선경기 일정에서는 소집명단서 제외되며 몸을 추슬렀다. A매치 기간 휴식은 12월 리그 일정에서 공격 포인트를 폭발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어진 2019년 1월에는 카타르로 향했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 아시안컵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우승을 노렸던 목표와 달리 8강에서 멈췄지만 아쉬워 할 새가 없었다. 다시 소속팀으로 복귀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후 아시안컵이 끝나고 처음으로 치르는 A대표팀 친선경기에도 주장 손흥민은 어김없이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혹사 논란’ 속 손흥민 기용
지난 1년간 소속팀에서 48경기, 국가대표로 22경기를 소화한 손흥민에게 아직도 일정이 남아 있다. 오는 7일과 11일 호주, 이란을 상대로 친선경기를 펼치는 A대표팀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2일 새벽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치른 그는 런던으로 돌아가 하루 휴식을 취하고 4일 밤 대표팀에 합류한다.
이번 손흥민의 A대표팀 발탁을 놓고 일각에서는 혹사가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랐다. 지난 1년간 어느 누구보다 험난한 일정을 소화한 그에게 휴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파울루 벤투 감독은 “모든 걸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지금 손흥민을 불러도 좋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아시안컵을 끝으로 이른 나이(만 30세)에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구자철과 기성용은 유럽 무대에서 뛰며 대표팀 생활을 병행하는 것의 어려움으로 ‘긴 비행시간’을 이야기했다. 박지성 또한 비교적 빨랐던 대표팀 은퇴 이유 중 하나로 이를 꼽았다. 그렇다면 유독 긴 여정을 경험한 손흥민의 비행시간과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2018 러시아 월드컵부터 시즌 종료까지 1시즌간 손흥민의 국외 이동거리.
손흥민은 이번 시즌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진출하며 소속팀 동료들과 함께 어느 때보다 많이 국외를 드나들었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독일 등 행선지도 다양했다. 본격적인 시즌에 돌입하기 전에는 미국에서 친선대회 일정을 보내기도 했던 토트넘이었다. 손흥민도 이 일정에 동행했다.
또한 그는 월드컵, 아시안게임, 아시안컵에 모두 참가하며 많은 국가대표 일정을 소화했다. 대회가 각각 러시아, 인도네시아, 카타르에서 열리며 비행 거리도 길었다. 이외에도 세 번의 국내 친선경기 일정에 소집돼 영국과 한국을 드나들었다. 지난해 11월 A매치 기간에 소집명단에서 제외되지 않았다면 더욱 먼 거리(영국~호주)가 추가될 수도 있었다.
이에 영국 내, 또는 한국 내 이동을 제외한 지난 1년간 손흥민의 국외 이동 거리를 헤아려 봤다. 유럽, 아시아, 북미 등 그가 밟은 대륙만 3개였다. 그 안에서도 동아시아(한국)와 서아시아(카타르), 동유럽(러시아)과 서유럽(영국)을 넘나들었다. 그는 약 13만 4704km를 이동했다. 지구 세 바퀴가 넘는 거리다. 비행시간으로 따지면 181시간이 넘는다.
국가대표 합류로 많은 거리를 이동해야 했던 손흥민이다. 그는 또 다시 11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 대표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