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최근 방탄소년단, 블랙핑크 등 전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아이돌 그룹이 크게 늘면서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해외 파파라치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무대 밖 모습을 포착하려는 파파라치들과의 끈질긴 추격전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그 탓에 소속사들도 아티스트 보호에 적잖은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 방탄소년단을 찍으면 돈이 된다(?)
방탄소년단의 모습은 최근 미국의 대표적인 파파라치 매체 중 하나인 ‘스플래시 닷컴’의 단골 소재로 등장하고 있다. 이 매체는 대략 2017년부터 방탄소년단을 쫓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기에 방탄소년단은 미국 빌보드 뮤직어워즈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상을 수상하고 해외 유명 프로그램으로부터 섭외 요청을 받았다. 방탄소년단이 폭발적 인기를 누리며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수의 팬클럽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그들의 무대 밖 모습은 ‘돈 되는’ 상품이 됐다.
사진 출처 = BTS 인스타그램
파파라치들이 포착한 방탄소년단의 모습은 주로 무대 밖 동선이다. 스튜디오나 스테이지로 들어가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는 모습이나, 해외 공연을 마친 후 휴식을 취하며 바깥나들이에 나선 모습 등이다. 때문에 외국 연예인들의 사례처럼 자극적인 사생활을 담은 자료는 찾아볼 수 없지만 그럼에도 파파라치들은 계속해서 K-팝 스타들의 뒤를 밟고 있다.
블랙핑크의 경우, 지난 4월 식사 장소까지 따라온 파파라치들 때문에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된 바 있다. 올케이팝, KBIZOOM 등은 이 영상을 링크하며 “블랙핑크가 파파라치들에 의해 스토킹을 당했다”고 표현했다.
당시 블랙핑크의 멤버 제니, 지수, 리사 등은 미국 공식 일정을 마친 후 저녁 식사를 위해 베벌리힐스의 한 식당을 찾았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스태프들과 조용히 움직이던 세 사람은, 코앞까지 카메라를 들이미는 파파라치들 때문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게다가 파파라치들은 블랙핑크 멤버들에게 “BTS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어떤 대답을 내놔도 괜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불편한 질문이었다. 다행히 스태프들이 촬영을 제지하고 멤버들이 차량에 오르며 더 이상의 피해는 없었다. 해외 매체들은 “할리우드에서 처음 파파라치를 마주한 블랙핑크는 당황하고 두려워했다”며 “그들은 블랙핑크 멤버들에게 ‘무서운 방식’으로 질문했다”며 비판했다.
특히 KBIZOOM은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가 현재 국제 음악 시장에서 인상적인 기록을 남기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며 “그런데 파파라치가 블랙핑크를 따라다니며 ‘방탄소년단을 좋아하느냐’고 묻는 것은 팬덤들 사이에 경쟁을 일으킬 수 있는 민감한 질문”이라고 꼬집었다.
사진 출처 = 블랙핑크 인스타그램
미국 음악 시장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파파라치들은 연예인의 사생활이 담긴 사진을 찍어 유포할 뿐만 아니라 그들의 발언 하나하나를 가공해 논란을 일으키려 한다. 이런 논란이 해당 매체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영향력을 과시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라며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를 통해 K-팝의 영향력이 커지고 향후 또 다른 그룹들의 해외 진출이 크게 늘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 유명 K-팝 그룹을 향한 파파라치들의 무분별한 취재 행위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해외 파파라치, 한국에도 진출할까?
하지만 “K-팝 가수 중 해외 스타의 사례처럼 연예 활동에 치명타가 될 만한 파파라치 보도가 나오기는 힘들 것”이라며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K-팝 가수들의 주요 활동 기반은 한국이기 때문이다. 월드 투어 및 해외 방송 출연 등으로 K-팝 가수들의 해외 체류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이들이 해외에 특정 거주지를 두고 생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파파라치들의 잠복 취재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파파라치 이미지 컷, 일요신문 DB
외국 파파라치들이 한국으로 ‘원정’을 오게 되지는 않을까? 현재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의 인기를 고려한다면 충분히 그런 투자를 감수할 파파라치가 등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역시 쉽지는 않다. 외국 파파라치 등은 좋은(?) 사진이나 영상을 확보하기 위해 연예인들과 카체이싱을 방불케 하는 추격전을 벌이고, 헬기나 드론을 이용한 항공 촬영도 시도한다. 그러나 이는 현지 지리에 능통할 때가 가능하다. 결국 연예인들의 동선조차 파악하기 힘든 생소한 한국 땅에서 그들이 영향력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넓은 단독 주택이 많은 미국과 달리 폐쇄적인 집 구조를 가진 한국에서는 파파라치 취재가 어렵다. 게다가 K-팝 스타가 해외 활동 중 구설에 오를 만한 행동을 하는 일 역시 드물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K-팝의 인기가 상승함에 따라 한류 스타를 촬영하기 위한 파파라치의 시도는 더욱 과감하고 다양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