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이 지난 지금, 구 씨는 코스닥 상장사 2곳을 무자본 인수한 뒤 허위공시를 통한 주가조작 및 횡령·배임의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5월 28일 구 씨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구 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금융감독원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해 10월 네덜란드로 출국해 현재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고 있다.
구본현 전 엑사이엔씨 대표. 일요신문DB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지난 5월 29일 파티게임즈 전 경영진인 최 아무개 씨와 이 아무개 씨에 대해 121억 9700억 원 규모의 횡령 및 배임 혐의가 발생했음을 공시했다. 코스닥시장본부는 공시를 통해 최 씨와 이 씨가 2016년 12월 이후 파티게임즈의 실질적 경영진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해외도피 중인 구 씨를 인터폴에 수배하는 한편, 공범인 최 씨와 이 씨를 먼저 불구속 기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씨의 이름은 공식적인 문서 어디에도 나와 있지 않지만, 그가 연계된 정황은 지난 3월 파티게임즈 공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공시에는 파티게임즈의 최상위지배기업은 일본법인인 (주)SBCA, 지배기업의 모기업은 (주)대신에셋파트너스, 지배기업은 (주)모다로 돼 있다. 구본현 씨가 바로 (주)SBCA의 최대주주다.
(주)SBCA는 (주)대신에셋파트너스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으며, (주)대신에셋파트너스는 모다 지분 7.59%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 또 모다는 파티게임즈 지분 49.05%를 보유했다. 결국 구 씨는 (주)SBCA→(주)대신에셋파트너스→모다→파티게임즈로 이어지는 지분구조를 통해 모다와 파티게임즈를 지배한 셈이다.
일요신문 취재 결과 (주)SBCA와 (주)대신에셋파트너스는 특수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로 확인됐다. 2016년 2월 설립된 (주)대신에셋파트너스는 등기부에만 살아 있는 법인으로 사실상 폐업 상태다. 구 씨와 공범으로 기소된 이 씨는 (주)대신에셋파트너스의 등기부등본에 감사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구 씨는 이러한 구조를 통해 파티게임즈를 자금줄로 활용했다. 파티게임즈는 비엔엠홀딩스를 비롯해 다다소프트, 핑거매직, 곰즈게임스튜디오 등 자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비엔엠홀딩스의 경우 온라인 게임아이템 거래중개 및 정보제공 서비스 업체 아이엠아이와 아이템베이 지분 100%를 소유해 국내 온라인 게임 거래시장에서 90% 이상을 차지하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캐시카우’로 평가받는다.
구 씨의 주가조작 및 배임·횡령으로 피해를 입은 소액주주들은 현재 구 씨와 전 경영진, 회계법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과거 증권사에서 ‘강력매수’ 리포트까지 나왔던 시총 3000억 원 규모의 우량기업이 상장폐지로 내몰렸다”고 호소했다. 이들의 설명에 따르면 개인투자자 대부분 모다와 파티게임즈의 공시를 믿고 투자했다가 큰 피해를 보고 있으며, 피해액은 200억 원 규모다.
소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신앤유의 김길영 변호사는 “구 씨가 무자본 M&A 등을 통해 사익을 채우는 동안 공시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은폐돼 개인투자자들은 그 과정을 전혀 알 수 없었다”며 “중간에서 감사를 해야 했을 회계법인은 임무를 다하지 않았고, 실제 책임자인 구 씨는 해외로 도피한 탓에 피해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